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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1-01-21 02:25
기후위기 시대, 베어내고 메꾸고 갈아엎기 경계해야/박진미 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54  
기후위기 시대에 베어버리고, 메꿔버리고, 갈아엎고, 덮어버리는 것들에 대해 경계해야 하고 정말로 신중해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도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 짓고 생산해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것을 잘 지키고 보호하는 것들에 우선적인 가치를 두고 그것을 인정하고 검증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보호하고 보존할 것은 제대로 하자. 기후위기의 일상 속, 삶에 생기를 더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고 싶다.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들은 공항이나 토건, 개발사업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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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베어내고 메꾸고 갈아엎기 경계해야
[에정칼럼]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산림'의 중요성

전 지구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할 경우 20여 년 안에 지구표면 온도 상승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기사를 읽고 나서 잠시 희망적이라고 느꼈던 것은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탄소 배출을 억제하더라도 온도 상승은 다음 세대에도 지속적일 것이라고 전망을 해왔기 때문이다. 기후학자 마이클 만(Michael Mann)은 이번 연구가 현재 우리가 택하는 조치가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지구 표면 온도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숲, 습지, 해양과 같은 자연계의 탄소 흡수 능력이 예상보다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늦지 않았으니 이제부터 제대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숲과 바다, 농지, 습지와 같은 흡수원을 잘 관리하고 보호한다면 파국을 늦출 수 있겠다는 아주 소박한 기대를 걸어 봐도 괜찮을까?

일단 목표는 선언했다. 지난해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이 직접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천명하였다. 12월 15일, 국무회의에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정부안이 확정되어 연말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되었다.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전략(2020)’을 살펴보면 기본방향 중에 하나로 ‘(5) 탄소 흡수 수단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신규조림과 재조림을 통한 흡수원 확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목재제품 이용촉진 등 크게 3가지를 핵심으로 제안한다.

2017년 기준으로 국내 산림을 통해 흡수된 이산화탄소는 약 45.7백만 톤으로 같은 해 배출량 약 7억 톤의 6.5%에 해당한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먼저 배출되는 탄소량 자체를 줄여야 하고 숲, 습지, 농경지, 바다, 갯벌과 같은 생태계도 꾸준히 잘 보존하고 조림을 통해 면적을 확대시켜야 한다. 바다의 경우 이미 이산화탄소를 지속적으로 흡수해오면서 산성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 현실적으로 생태계의 흡수 비율을 높여야만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

사진=산림청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는 탄소흡수원으로서 규정한 LULUCF(Land Use, Land-Use Change and Forestry) 중에서 산림을 가장 큰 흡수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림 면적이 전체 국토의 63%를 차지하지만 녹화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1970년을 기점으로 산림의 대부분이 30~40년생을 넘어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도시화 등으로 인한 산림 면적은 감소하는 추세이다. 탄소중립을 선언했다면, 탄소흡수원의 역할이 중요하고 기대를 한다면, 탄소중립의 의미를 계속 되돌아보고 생태계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지켜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개발사업과 토건사업으로 점철되고 있다. 최근 가덕도 신공항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공약만 봐도 그렇다. 초음속 진공기술로 시속 300km를 달리는 어반루프를 도입해서 15분 탄소중립 전환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구상, 2030년 엑스포 유치를 위해 1년 안에 신공항 건설의 첫 삽을 뜨겠다는 공약, 부유식 야구장 건립, 영도와 송도 앞바다를 매립한 인공섬 조성 등등. 기후위기 시대에 더이상 이런 공약은 등장하면 안된다.

부산을 가로질러 이동시간을 15분으로 단축시키는 것이 과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인가? 탄소중립 전환도시를 위해 어반루프로 15분 도시를 만드는 것은 파리시의 15분 도시와 전격적으로 대비되는 그린워싱이다. 안 이달고(Anne Hidalgo) 파리시장의 구상은 코로나19 판데믹과 기후위기라는 전례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도시의 회복력을 추구하고, 생태계 보호를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는 것부터 출발한다. 생물다양성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이 도시에 회복력을 가져다주고 시민들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최근에는 파리의 랜드마크인 샹젤리제 거리에 자동차 도로를 절반으로 줄이고 보행자를 위한 거리와 녹지공간을 대폭 늘리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구시는 분지지형으로 전통적인 폭염도시로 잘 알려있다. 그런데 2010년에 들어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가 2000년대에 대비 감소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시는 지난 15여 년간 펼친 나무심기의 효과라고 설명한다. 대구시는 1천만 그루 나무 심기, 수경시설 확충, 숲 조성 등의 사업을 지속해왔고, 약 4천 136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으며, 장기 미집행 공원 20곳을 공원으로 조성했다. 덕분에 대구시민들의 절반은 거주지 반경 1km 이내에서 공원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정주지에 녹지를 늘리는 것은 기후를 완화하는 효과와 더불어 휴식을 제공하고 하루를 되돌아 볼 수 있는 힘을 주고 도시의 속도를 느리게 흘러갈 수 있게 한다. 대신 숲세권이라는 프리미엄이 되어버리는 개발 욕망과 이에 맞물린 도시화는 경계해야 함은 분명하고, 동물과 식물, 사람 모두를 위한 생태계를 고려해야 한다.

경기도 고양시는 2020년도 4월부터 나무들을 기증받아 도심의 녹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개발공사로 베어질 처지에 놓인 나무들을 수시로 기증받아 옮겨 심어 도시 산림을 최대한 보호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또한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식재 장소를 제공하고 시민들이 도심 가로숲 조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양적으로 충분한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베어질 상황에 있는 나무를 살려내고 도시에서 녹색공간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베어버리고, 메꿔버리고, 갈아엎고, 덮어버리는 것들에 대해 경계해야 하고 정말로 신중해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도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매일 파국을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싶지 않고, 조금이나마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현재의 선택이 지구 온도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는 게 분명하다면 온도 상승을 최대한 늦출 수 있는 것도 우리다. 새로 짓고 생산해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것을 잘 지키고 보호하는 것들에 우선적인 가치를 두고 그것을 인정하고 검증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보호하고 보존할 것은 제대로 하자. 기후위기의 일상 속, 삶에 생기를 더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고 싶다.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들은 공항이나 토건, 개발사업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박진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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