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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1-02-03 17:05
'에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 필요해 / 정은아 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3,454  
지금 서울은 위기에 빠져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돌봄과 노동 문제, 박 전 서울시장 사건으로 대표되는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 끝없는 욕망과 소비가 불러온 에너지·기후문제다. 해결책은 강력한 생태 정책이고 성평등 정책이다. 서울에 맞는, 서울을 위한, 서울의 생태-성평등 정책이 필요하다. 많은 생태주의자 시장이 필요하고, 그들은 페미니스트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토건 시장도 부동산 시장도 아니다. 에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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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 필요해
[초록發光] 지금 서울에 필요한 건 강력한 생태-성평등 정책

1월 25일 인권위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공적 영역에서 성적 언동을 저질렀으며, 이는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적 영역에서 저지르는 모든 성적 언동은 빈도, 수위, 유형을 막론하고 노동환경을 악화시키는 성적 괴롭힘(sexual harassment, 한국식 표현은 '성희롱')이다.

성희롱을 저지른 서울시장의 자살로 인해 오는 4월 7일 보궐선거가 열린다. 그런데 예비후보들은 애초에 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리는지를 잊은 것만 같다. 사과도 반성도 젠더 공약도 없다. 당규를 고쳐가며 예비후보를 낸 더불어민주당은 모르쇠로 일관하기로 한 모양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나마 국민의힘 나경원 예비후보가 성범죄 근절을 위해 독립된 서울시 고위공직자 전담 성범죄 신고센터 설치와 평등고용위원회를 제시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서울시 인권센터와 서울시 공무원 성범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약속했다.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더 많은 젠더 공약이 나와야 마땅하다. 하지만 아직은 너무도 조용하다.

2월 2일 언론 보도 기준, 여론조사 대상이 될 법한 유력 후보 중 젠더 공약을 발표한 후보는 나경원, 박영선, 안철수, 오세훈이다. 박영선 후보를 제외한 세 후보가 공통으로 내건 공약은 '여성안전'이다. △여성안심주택, 스마트워치(나경원) △SOS앱, 스토커 방지법 제정, 디지털 성범죄 전담부서·종합지원센터 설치(안철수) △구역별 경비원, 신고 시 전담경찰제 도입(오세훈)이다. 얄팍하고 미흡한 정책이다. 여성을 '보호' 대상으로 취급하면서 여성의 삶을 축소하는 '보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경원, 박영선 후보가 제시한 돌봄 공약 역시 성차별 구조 해결보다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 안에서 '정상가족'을 유지하면서 현실 문제만을 해결하려는 정책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주요 예비후보들의 선거 공약. ⓒ정은아

빈약한 젠더 공약 대신, 후보들은 앞 다퉈 부동산 공약을 내놓았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주택 공급, 도로·대중교통 등 사회간접자본 개선이 주 내용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공약은 가히 부동산 공약이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 7층 이하 규제 폐지 △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재건축, 재개발, 고밀개발 가능토록 서울시 기본계획과 지침, 규제 변경 △환경재해영향평가 등 일관심의처리를 내놓았다. 아직도 강북재개발과 뉴타운으로 당선된 2006년에 사는가?

다른 후보들도 비슷하다. △1호선 지하화, 공공주택 16만호 공급(우상호) △미니 뉴타운 개발(조은희) △철도 지하화, 민관합동 재건축, 재개발 등으로 공공주택 공급(안철수) 등이다. 이들이 그리는 서울은 끊임없이 부수고, 다시 세우고, 더 높이 올리고, 사람을 빨아들이는 서울이다. 

욕망의 선거다. 서울시장이 되고 싶은 욕망, 훗날 대권주자를 넘볼 수 있는 자리, 천만 시민이 사는 수도의 장. 이들은 서울시민에게 끊임없는 투기와 욕망을 부채질하며 그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한다. 

서울이 언제까지 용적률을 높이고 새로운 건물을 짓고 지하도시를 만들면서 사람과 물자, 에너지를 빨아들여야 할까? 과연 얼마나 그런 삶이 가능하겠나? 다른 지역에 에너지와 물자를 의하는 대신, 끝없이 소비하는 대신, 다른 방식을 상상할 수는 없을까? 

현재까지 발표한 생태 정책을 살펴보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21분 컴팩트 시티는 그린다핵도시로 생활권의 조밀화, 스마트팜과 청년공공주택이 있는 수직도시정원, 디지털경제화를 압축한 핵심 정책이다. 생태-부동산 정책쯤 될까. 나경원 예비후보는 도봉구 그린벨트를 지키기 위해 동북부 글로벌디지테크 허브를 만들고 동·서부 간선도로를 지하화한 후 녹지공간과 랜드마크를 만들겠다고 했다. 우상호 의원은 1호선 지하화 후 지상에 녹지공간, 공공주택 등을 조성한단다. 다른 유력후보들에게는 생태정책의 희미한 향기도 나지 않는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박영선 예비후보의 21분 컴팩트 시티는 안 이달고(Anne Hidalgo) 파리 시장의 15분 도시(La ville du quart d’heure) 파리를 연상시킨다. '15분 도시 파리'는 걸어서 15분 안에 서점, 학교, 문화시설, 의료시설, 공공서비스, 녹색공간을 갈 수 있는 파리를 만들겠다는 정책이다.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고 어디나 자전거로 다닐 수 있는 도시다. 안 이달고 시장은 사회당 소속이지만 강력하게 생태 정책을 추진했고 파리를 더 푸르게 만들고자 한다. 자동차를 퇴출하고, 숲을 넓히고, 도시텃밭을 가꾸는 정책이다. "여러분은 숨 쉬는 파리를 선택했다"가 재선 소감이었다. 파리협약 때 제시했던 외벽정원이 있는 6개의 고층 건물도 이번 공약에서는 사라졌다. 외벽정원만 남았다. 

서울이 가야 할 길이다. 유력후보들이 수직도시정원을 짓고, 랜드마크를 만드는 대신 자동차 퇴출과 녹지 공간 조성을 말할 수는 없을까? 다시 짓고, 우뚝 세우려는 욕망을 좀 덜어낼 수는 없을까? 

소수정당 후보들은 유력 후보들이 무시한 현실을 짚으며 전혀 다른 정책을 내놓고 있다. 현 서울시의원인 정의당 권수정 후보는 현시대가 '불평등 위기, 기후 위기, 코로나 위기의 3중 위기 시대'라면서 생태, 노동, 성평등 서울을 위한 정책을 내놓았다. △서울특별시 해체라는 과감한 공약과 △서울 인구 적정화, 서울 주도 균형발전 전략 △2030년 서울 화석연료 운행 완전 금지 등의 정책이다. '서울시 최초의 성평등 시장'이 되겠다며 △공적 돌봄노동 재구성 △서울시 공무원 외 산하 위탁기관 젠더평등 교육 의무화와 인사 반영 △젠더정책국, 서울젠더안전진흥원 신설을 통한 직장 내 꾸밈노동 폐지 지원 △퀴어퍼레이드 서울시 공식 후원도 제시했다. 

기본소득당 대표 신지혜 예비후보는 '박 전 시장 사건으로 상처 입은 서울시민은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바란다며 성평등 3대 과제 9대 정책을 발표했다. △취임 즉시 서울시 전 공공부문 성폭력 전수조사와 자체감사를 약속했고 구체적으로는 △고위공무원·관리직 50% 여성할당제 △성폭력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전 공공기관 확대 △디지털성폭력 선제적 삭제 지원 △생활동반자조례제정 △보건소에 낙태약인 '미프진' 상시 구비 등이 있다. △토지 공통부, 서울시 공공자산 수익에 기반한 서울형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자산 불평등 해소를 위해 기본소득형 토지보유세도 제안했다.

진보당 송명숙 후보는 '집 사용권' 개념을 통해 재산권을 제한하고 주거기본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주장했다. '누구도 쫓겨나지 않는 서울', '함께 돌보는 서울', '사회적 약자가 차별, 배제 받지 않는 서울'을 약속하면서 △모든 주거 임대료 인상률 동결 △서울형 휴업수당, 돌봄휴가제, 육아휴직 △성폭력 피해자 지원 실업부조 조항 신설 △성평등승진목표제 등을 제시했다. 

지금 서울은 위기에 빠져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돌봄과 노동 문제, 박 전 서울시장 사건으로 대표되는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 끝없는 욕망과 소비가 불러온 에너지·기후문제다. 해결책은 강력한 생태 정책이고 성평등 정책이다.

서울에 맞는, 서울을 위한, 서울의 생태-성평등 정책이 필요하다. 많은 생태주의자 시장이 필요하고, 그들은 페미니스트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토건 시장도 부동산 시장도 아니다. 에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다.

/정은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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