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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1-02-19 14:06
후쿠시마 핵사고는 지금도 진행 중 / 임성희 녹색연합 에너지전환팀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8  
이미 정부 정책에 따라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제외되었고, 특히 후쿠시마 이후 핵발전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탈핵이라는 흐름에 신규 핵발전소를 백지화한 것 이상의 정당한 사유가 있을까? 건설 중인 핵발전소 공사도 중단하고, 운영 중인 핵발전소도 조기 폐쇄해야 할 시점이다. 후쿠시마 사고의 유효한 후속대책은 신규원전 금지를 제도적으로 못 박는 것부터가 제대로 된 시작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후쿠시마의 교훈을 말할 수 있는 것인지, 후쿠시마 핵사고는 우리 안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것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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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사고는 지금도 진행 중
[초록發光]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우리가 배운 건?

두 조각의 초미니 수영복에 비키니라는 이름이 붙은 건 파격적 노출의 충격이 비키니섬에서 행해지던 핵무기 실험의 폭발력에 버금갈 만큼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1946년부터 10년 이상 지속된 핵실험은 아름다운 비키니섬을 방사능으로 오염시켰고 피폭된 원주민들과 인근에서 작업 중인 선원들에게 지속적인 고통을 남겼다. 비키니에서의 잔인한 핵실험이 세계적 비난의 대상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해일이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덮치자, 침수로 핵발전소의 전원이 끊기고 비상발전기마저 작동되지 않았다. 전원 상실로 원자로를 식혀주던 냉각장치가 기능을 멈추자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수소폭발로 이어지며,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오염수로 누출되었다. 비키니에서의 핵실험은 상대적으로 오래전에 행해진 일이라 기록 영상으로나 볼 수 있었기에 시공간적으로 다소 거리감 있는 장면으로 여겨질 만도 했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장면은 전 세계가 참담하게 목격한 현재 상황이었다. 일상의 근거리에 존재하는 핵발전소에서 벌어진 사고였기에 위험의 체감도와 긴장감은 더욱 컸다. 

파괴와 살상을 의도한 핵실험을 비판하기란 인간 이성으로 볼 때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으나, 핵의 평화적 이용이란 위선과 끄떡없는 안전이라는 대대적인 홍보로 인해 마치 핵발전 위험은 방호벽 안에 가둘 수 있는 것으로 여기려는 분위기가 존재했음은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와 믿음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함께 산산이 부서졌어야 했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참사가 벌어진 지 25년이 지나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그로부터 또 10년이 지난 지금도 24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과연 안전에 대한 질문은 유효하게 작동되고 있는 것일까?

국내에서는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에 대처하기 위해 핵발전소 안전점검과 수십여 가지의 후속대책을 세웠다. 이 일환으로 도입했던 것이 핵발전소 수소제거장치이다. 그러나 얼마 전 핵발전 사고가 수소폭발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한 장치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한국수력원자력이 알고도 은폐해왔던 것이 밝혀졌다. 지난해에는 자연재해로 전원이 끊길 경우 참사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납품받은 비상발전차량도 불량이었음이 드러났다. 핵발전 사고는 생명 안전과 직결되는 거대 참사이지만, 그간 안일한 직무유기 속에 위태롭게 운영되어 온 것이다. 후쿠시마의 교훈은커녕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 가능성이 도처에 잠재해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순간들이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은 항상 존재한다. 인간의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자연재해에 완벽히 대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매년 홍수와 태풍을 겪으면서 실감한다. 그 가운데 벌어지는 핵사고는 그 충격과 파장이 위력적일 뿐만 아니라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 차례의 반복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수습과 회복의 불가능에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핵발전을 하면서 배출되는 핵쓰레기, 1미터 앞에 몇 초만 서 있어도 즉시 사망에 이르는 고준위핵폐기물의 위험. '꺼지지 않는 불'이라는 핵발전은 그야말로 10만 년 이상 '꺼지지 않는 위험한 폐기물'을 남긴다. 안전하게 처분할 방법도 장소도 없지만 핵쓰레기는 지금도 고위험 물질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이 신울진 3, 4호기 발전사업허가 연장을 신청했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지 4년 이내에 공사계획인가를 받지 못하면 사업 허가는 취소된다. 한수원은 부지 매입과 주기기 사전제작에 투입한 돈과 손해배상 소송 우려, 정당한 사유 없이 사업허가가 취소될 경우 향후 2년간 신규 발전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허가 연장을 요청했다. 공사계획인가를 받기도 전에 주기기 사전계약을 먼저 한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신규발전사업 참여 자격 제한은 정당한 사유가 없이 사업허가가 취소된 경우이므로 적용대상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이미 정부 정책에 따라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제외되었고, 특히 후쿠시마 이후 핵발전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탈핵이라는 흐름에 신규 핵발전소를 백지화한 것 이상의 정당한 사유가 있을까? 건설 중인 핵발전소 공사도 중단하고, 운영 중인 핵발전소도 조기 폐쇄해야 할 시점이다.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일임에도 포기를 모르는 집요함 앞에, 후쿠시마 핵사고에서 그들이 본 것은 무엇이었는지, 치명적 결함은 핵발전의 안전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핵발전 사업자의 태도에도 존재하는 것 아닐까 하는 질문이 절로 든다. 후쿠시마 사고의 유효한 후속대책은 신규원전 금지를 제도적으로 못 박는 것부터가 제대로 된 시작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후쿠시마의 교훈을 말할 수 있는 것인지, 후쿠시마 핵사고는 우리 안에서 여전히 진행 중인 것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

/임성희 녹색연합 에너지전환팀장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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