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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1-02-23 10:45
“탄소 사회의 종말”이라는 희망 / 권승문 부소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31  
기후위기가 진정으로 ‘위기’가 되려면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그것을 ‘위기’로 간주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하나의 기후위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기후위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이미 생사여탈권을 지닌 현실인 반면, 위기의 후방에서 안락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기후위기란 뉴스에 나오는 먼 나라 이야기-자신은 약간 불편한 정도에 그치는-에 불과하다. 탄소 배출이 생명권·생계권·건강권·주거권 등 개인의 실질적인 권리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인권유린 행위임을 인식한다면, 그리고 기후변화에 책임이 적은 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불평등을 마주한다면, 국가와 기업에 적극적으로 분노하고 행동하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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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사회의 종말”이라는 희망
[에정칼럼]인권의 눈으로 기후위기와 팬데믹 읽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얼음이 녹는 속도가 1990년대에 비해 60% 이상 빨라지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영국 리즈대학교 북극관측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7년까지 지구에서 약 28조 톤의 얼음이 사라졌다. 100m 두께의 얼음판이 영국 전체 면적만큼, 한반도 전체 면적보다 더 사라진 것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은 1인치(2.54cm) 이상 상승했다. 연구진은 얼음은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막대한 양의 얼음이 사라지면서 홍수, 화재, 폭염, 폭풍 급증과 같은 이상기후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월 7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에서 물난리가 일어나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180여 명 이상이 실종됐다. 이번 사고는 히말라야산에서 떨어져 내린 빙하가 댐을 강타하고 급류가 마을을 휩쓸면서 발생했다. 난개발과 기후변화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히말라야산맥은 2013년에도 홍수로 6,000명이 사망하는 등 물난리가 발생했던 곳으로 발전소나 댐을 지으면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정부가 무시하고 난개발을 했다는 것이다. 2019년 세계 연구자 300여 명이 조사한 ‘히말라야 힌두쿠시 보고서’에 따르면, 히말라야산맥의 빙하는 1970년대부터 녹기 시작했고, 온실가스가 지금처럼 배출되면 2100년에는 히말라야산맥 빙하의 70% 이상이 녹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미국 텍사스의 이상한파 방송화면 캡처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미국도 피해갈 수 없었다. 기록적인 한파로 미 전역에서 60여 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텍사스주에서만 2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보도되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가스 회사가 밀집된 미국 텍사스주는 평년 기온을 훨씬 밑도는 이상 한파에 전력 공급까지 차질을 빚으며 지난 14일부터 순환 정전에 들어갔고 20일 중대 재난이 선포되었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화석연료의 주요 거점이 이상 혹한 탓에 생산 활동을 멈췄고. 가스를 공급하는 송유관도 가동을 멈췄으며, 난방 에너지 수요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치솟았다.

에너지 산업의 심장부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도 크게 요동쳤다. 미국산 원유 가격과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텍사스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휴스턴에서는 난방용 전력마저 끊기면서 장작이 매진되고 프로판가스를 충전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정전의 여파로 도로는 얼어붙고 신호등과 가로등까지 작동을 멈췄다.

코로나19에 이상기후까지 겹치면서 곡물 가격이 2014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로 생산과 물류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이상기후로 생산량까지 줄었다. 수출제한 등 각국이 식량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선다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빈곤국은 식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2021년이 기근 팬데믹으로 비극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아프리카와 서아시아에서는 열대저기압으로 장기간 비가 내리면서 사막 메뚜기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사막 메뚜기떼가 줄어들지 않으면 조만간 350만 명이 더 굶주림에 시달릴 것으로 추산했다. UN은 “2008년 식량 위기가 반복된다면 중동·아시아·남미 등지에서 대규모 정변이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 사건들은 불과 2월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발생한 기후위기 사례들이다. 하지만 『탄소 사회의 종말』의 저자인 조효제 교수는 기후위기가 진정으로 ‘위기’가 되려면 대다수 사람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그것을 ‘위기’로 간주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하나의 기후위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기후위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이미 생사여탈권을 지닌 현실인 반면, 위기의 후방에서 안락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기후위기란 뉴스에 나오는 먼 나라 이야기-자신은 약간 불편한 정도에 그치는-에 불과하다.

기후변화는 이글대는 아스팔트,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옥탑방, 천식이 심해진 아이의 기침 소리, 이상 냉해로 망친 과수 농사, 재고가 쌓여가는 계절 상품 속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폭염에 냉방기를 마음대로 틀 수 있는 이와 생계를 위해 땡볕에서 일해야 하는 이가 인지하는 기후변화의 모습은 다르다. 즉 하나의 기후위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불평등하게 구성된 수많은 기후위기‘들’이 있다.

『탄소 사회의 종말』은 과학적 패러다임이나 기술관료적 목표 달성 논리를 넘어, 모든 시민의 민주적 참여를 통한 탈탄소 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역설한다. 이때 인권 담론과 사회학적 상상력이 전환을 위한 렌즈를 제공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기후변화를 인권문제로 본다는 말은 기후위기 피해를 더이상 천재에 의한 불운으로 보지 않고 인재에 의한 불의로 보겠다는 뜻이다. 보통의 인권침해 사건에서 우리는 불의한 가해자에 분노하고 그에게 책임을 묻는다. 마찬가지로 탄소 배출이 생명권·생계권·건강권·주거권 등 개인의 실질적인 권리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인권유린 행위임을 인식한다면, 그리고 기후변화에 책임이 적은 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불평등을 마주한다면, 국가와 기업에 적극적으로 분노하고 행동하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난 2월 3일 프랑스 법원은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면 피해에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파리행정법원이 그린피스 프랑스, 옥스팜 프랑스 등 4개 환경단체가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청구된 1유로(약 1300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프랑스 정부가 2016년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2019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세기의 소송’이라 불렸고, 230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참했다. 환경단체는 상징적인 의미로 1유로를 청구했지만, 이번 판결의 가치는 크다. 미국과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 영국, 캐나다 등에서도 청소년과 농부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한국의 청소년들도 2020년 봄, 정부의 소극적인 온실가스 정책 때문에 청소년들의 헌법적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들은 주말 행동, 결석 시위, 관련 부서에 대한 요청과 서한 발송 등 많은 시도를 해보았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변화가 없음을 깨닫고 정부에 책임을 묻게 되었다고 한다. 정부와 정책결정권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청소년기후행동의 원고 19명은 한국 정부가 정한 감축목표와 실제 행동이 워낙 부실하여 헌법에서 보장한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정상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환경권 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헌법소송은 전 세계 기후운동에서 주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의 헌법적 기본권 침해, 국가의 책무성, 미래세대에 속하는 청소년들이 원고가 된 점, 정책을 변화시킬 목표 등 전략적 기후소송의 특성이 모두 들어 있는 소송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권사회학자가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 기후위기를 하나의 서사구조로 정리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각 부의 부제를 일련의 질문으로 구성한 것도 그 때문이다. 주로 사회-인권의 시각에서 기후문제를 다루기 위해 인문·사회과학의 여러 학문에서 나온 최근 연구 성과가 폭넓게 활용되었다.

1부는 기후위기가 어떤 성격의 위기인지를 묻는다. 2부는 기후위기가 누구 책임이며 왜 풀기 어려운지를 묻는다. 3부는 어째서 기후위기를 인권으로 대응하면 좋은지를 묻는다. 4부는 기후대응을 위해 사회적 차원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묻는다. 5부에서는 전체 문제의식을 정리하면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를 묻는다. 이 책은 사회와 인권의 관점에서 설명한 기후위기 입문서이자 기후·인권 분야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방대한 각주와 참고문헌은 그 자체로 귀중한 레퍼런스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학자로서의 성실함과 치열함이 느껴진다.

조효제 교수는 아래와 같이 희망하는 독자층을 언급했다. ‘나’도 물론 여기에 포함되며, 연구자로서 두고두고 이 책을 참고하게 될 것 같다.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최근 화제가 되는 빌게이트의 책보다 이 책이 언급되고 이야기되고 토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어주시면 좋겠다고 희망하는 독자층이 있다. 환경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환경의식과 실천이 철저하지 못한 사람, 기후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지만 과학 정보나 수치를 접해도 현실감이 들지 않는 사람, 기후위기를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할지 혼란스러운 사람, 팬데믹과 기후변화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한 사람, 대책 없는 불안과 막연한 낙관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사람, 기후위기를 사회와 정치 문제로 바라보고 싶은데 적절한 안내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 단선적인 종말론이나 파멸의 경고를 넘어 위기의 본질을 지성적으로 파악하고 싶은 사람, 주면 사람들과 기후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도 분위기 깬다는 말을 들을까 봐 조심스러운 사람, 어떤 행동이라도 해야겠는데 작은 개인으로서 무력감이 드는 사람…… 요컨대 ‘나’와 같은 분들이 많이 읽어주시면 좋겠다.”

/권승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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