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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1-03-26 12:09
기후불복종기금을 제안한다 /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68  
정치의 언어는 분명해야 하고, 다른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은 채 갈등을 중재하고 길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언어는 반대이다. 정치인들의 결정은 모호한데 독단적이어서 갈등을 유발하고,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만든다. 기후위기에 관한 정치의 언어도 마찬가지이다. 위기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데 대안에 관한 이야기는 모호할 뿐 아니라 때론 모순된다. "기후환경 위기를 우리 경제의 성장 계기로 반전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실패할 권리가 없는 세상, 우리는 거부한다

민주화가 되었다고, 협치와 거버넌스가 얘기되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대규모 재정과 중요한 정책들은 정치인과 관료들이 장악하고 있다. 기업들은 막대한 공적 지원을 받으면서도 더 나쁜 노동시장, 더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노동자들을 몰아가고 있다. 기후위기가 사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 뻔한데, 시민들은 어떻게 대안을 마련해야 할까?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대안을 찾는 것인데, 기후위기는 실패할 권리 자체를 위협한다. 그래서 프랑스의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단체는 이렇게 선언한다.

    "우리는 위협에 시달리는 모든 숲으로 갈 겁니다. 우리는 탈세를 일삼고 지구 파괴에 일조하는 은행의 본사와 계열사로 난동을 피우러 갈 겁니다. 지구를 더럽히는 자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드러누울 겁니다. 우리는 이름도 다양하고 어디에나 있으며 다양한 언어를 구사합니다. 우리는 국제적인 교란자들입니다. 우리는 반란에 돌입할 것이며 먼 곳까지 널리 퍼질 겁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꿈꿀 시간조차 남기지 않았으니 우리가 그들의 악몽이 되렵니다. 우리는 투쟁 위에 우리의 행복을 건설하겠습니다."(<기후정의선언>마농지, 2020년, 50~51쪽)

프랑스만의 상황은 아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멸종저항서울과 멸종반란한국, 청년기후긴급행동, 기후위기비상행동이 한국전력과 국회, 두산, 포스코, 민주당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2050 탄소중립은 무책임한 기후위기 대응 코스프레에 지나지 않는다", "기후파괴당 더불어민주당, 가덕도 신공항 철회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한국사회가 가야할 길에 대한 의견을 밝혔고, 한국정치는 이에 답해야 한다.

그럼에도 몇 개년 계획을 좋아하는 정치인과 관료들은 국책사업, 초대형 사업을 반대한다면 그 대안이 뭐냐고 묻는다. 그 대안을 평범한 시민들이 만들어야 한다면 대체 국가와 관료제도, 정치인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대안들을 만들어서 시민들이 논의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당신들의 역할 아닌가? 잘못된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를 외치며 다른 길을 요구하는 것이 시민의 역할이다.


지난 15일 멸종저항운동 활동가 6명이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멸종저항 운동을 진행했다. ⓒ한재각

대안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권리, 시민불복종

이런 시민들의 활동은 '시민불복종'이라는 형태로 이어져 왔다. 시민불복종은 시민들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나 법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옳다고 믿는 바를 실천함으로써 정의를 바로 세우는 정치활동이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법적 처벌도 기꺼이 감수한다.

사실 저항하지 않을 때 더 큰 침묵이 찾아올 수 있다. 영국의 작가 오웰은 "싸워서 지는 것이 아예 싸우지 않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때도 있는 것"이라 얘기했다. 즉 때론 변질되고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직접 개입하고 책임지려는 결단과 행동이 필요한 때가 있다. 기후위기는 지금 그런 결단과 행동을 요구한다.

지난 <프레시안> 칼럼 '우리는 왜 민주당사를 봉쇄했는가?'(☞바로 보기)에서 한재각 멸종저항서울 활동가는 함께 기후불복종에 나서자고 시민들에게 제안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아니라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시민들을 지원할 법과 기후위기에 대응할 예산임에도, 정부는 수많은 탄소사업들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함께 민주당사 봉쇄에 나선 활동가들은 이런 부당함을 외쳤고 그런 점에서 기후불복종은 시민불복종이다.

그렇지만 이런 불복종 행동에는 처벌이 따른다. 아렌트나 하버마스같은 사상가들은 시민의 근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법률이나 정책에 대한 불복종 행위가 사법적인 처벌의 대상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예외 없이 시민불복종을 처벌해 왔고, 한국의 사법부 역시 시민의 여론이나 민주주의보다 기득권을 따르며 스스로 법치주의를 허물어왔다. 이런 곳에서 시민불복종은 부당한 대우를 당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목적인 여론의 형성과 확산을 바라기 어렵다. 그래서 이대로라면 활동가들은 감옥이 아니라 더 교묘하게 활동가의 삶을 옥죄는 벌금형을 선고받을 것이다.

불복종의 책임은 개인의 몫이 아니다, 그러니 기금을!

이미 국회와 민주당에서 불복종 행동을 했던 시민들은 경찰조사를 마쳤고,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보면 벌금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의 행동은 공적이었는데 그 대가는 개인적으로 치러야 할까? 공동체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싸웠는데 그 대가를 혼자 감당해야 할까?

그런 점에서 나는 기후불복종기금을 제안한다. 기후불복종기금은 이미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앞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을 사람들에게 벌금의 일정액이나 전부를 지원하고, 지금 당장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기금을 통해 행동하는 사람들이 져야 할 부담을 나눠질 수 있다. 그렇게 해야 기후불복종 활동이 계속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겐 더 많은 기후불복종 활동이 필요하다.

기후불복종기금은 행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부담을 나눠지며 계속 활동하도록 지원할 것이다. 그래서 기후불복종기금에 동참할 시민들을 기다린다. 기금은 분기별로 내역을 공개하고, 기금운영위원회를 통해 공정하게 관리될 예정이다. 정치인과 관료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제 시민들이 움직여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으니 힘을 모읍시다.

기후불복종기금 입금계좌: 우리은행 1002-731-279934 (예금주: 한재각)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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