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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1-03-31 13:47
학살자 미얀마 군부 자금줄을 끊어라 / 정은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3,325  
지난 3월 27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현지 언론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사망자가 최소 114명에 달한다. 이로써 3월 29일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510명, 체포·구금된 사람이 2574명이다(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 시신을 찾지 못한 사망자와 알려지지 않은 납치도 있다고 하니 실제 사망자와 구금자 수는 더 많을 것이다.

비무장 시민에게 총칼을 휘두르는 군대,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다. 미얀마 시민들은 새총으로 싸우고, 프라이팬을 두드려가며 시위한다. 이제는 비대칭적 군사력에 따른 일방적 학살이 너무 심각해서, 자체적으로 시민군대를 조직하자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고 한다. 자칫 내전이나 장기화된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전쟁이다. 전쟁이라 이름 붙이지 못한 전쟁, 한쪽만 무기를 들고 있는 전쟁이다.

국제사회는 군부의 학살을 비판하는 여러 성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군부는 권력을 잡은 60년 동안 가스전 사업을 비롯해 경제적으로 막대한 카르텔을 구축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군부로 흘러 들어가는 자금이 군부의 뒷배가 되어주고 있다. 미얀마에서 군부의 학살을 멈추기 위해서는 자금 흐름을 차단해야 한다.

미얀마 시민들은 한국 시민들에게 이야기한다. 군부의 자금줄을 끊어 달라고. 포스코를 불매해 달라고. 3월 12일 한국시민단체들은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죽음과 장례식을 연상케 하는 피를 뿌리며 포스코를 기후악당, 노동악당, 인권악당이라 규탄했다. 미얀마 군부 카르텔 해체 캠페인 ‘미얀마에게 정의를(Justice for Myanmar)’에 따르면 포스코는 미얀마 군부의 지갑을 불려주는 대표적인 후원자다.

포스코가 미얀마에서 돈을 어떻게 벌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포스코가 미얀마에서 벌이는 가장 큰 사업은 가스 사업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국영 석유가스회사(MOGE)와 쉐(Shwe), 쉐퓨(Shwe Phyu), 미야(Mya)에서 각각 2004년, 2005년, 2006년부터 가스전을 개발했다. 쉐에서 소위 대박이 터졌다. MOGE는 쉐 가스전 사업에 15%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2017-2018년에 1억 9390만 달러(약 2200억원)를 벌어들였다.


쉐(Shwe) 가스전 (C) 포스코 인터내셔널

MOGE는 홈페이지도 없고 회계자료를 공개하지도 않으며 예산 사용을 의회에서 심사를 받지도 않는다. 불투명한 구조 속에서 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길이 없다. 그리고 쿠데타 이후 MOGE는 군부 통제 아래 있다. 그래도 MOGE가 군부의 가장 큰 돈줄이라는 주장, 그리고 여기에 포스코가 한몫하고 있다는 비판이 과장일까?

2011년 군부가 민주주의 ‘후견인’ 자리로 물러나고 2015년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ational League for Democracy)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미얀마는 서방과 관계 정상화를 이뤘다. 국제사회와 관계가 원활해진 덕에 군부도 국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수월하게 맺을 수 있었다.

대표적인 파트너가 포스코다. 포스코강판은 군부 기업인 미얀마경제홀딩스(MEHL)와 합작해서 미얀마 포스코 스틸(Myanmar POSCO Steel)과 미얀마 포스코 C&C(Myanmar Posco C&C)를 차렸다. 2013년 미얀마 투자 위원회 문서에 따르면 군부 기업은 경제 특구 내 토지 임대료 개념으로 미얀마 포스코 C&C 지분 30%를 갖는다. 군부 기업의 총수는 군사령관이고 주주는 일선 부대다. 군부가 배당받은 이윤을 어디에 썼을까. 시민 복지와 교육에 썼을까, 아니면 군부 배불리기와 군사 작전에 썼을까?


* 포스코강판과 군부기업 미얀마경제홀딩스(MEHL)가 합작하여 미얀마 포스코 C&C를 세운다는 내용의 문서 일부. 군부기업이 30% 지분을 갖는다는 내용이 있다.

시민단체에서 비판을 가하자 3월 10일 포스코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포스코강판은 불법 자금을 지원하지 않으며, 2017년 이후로는 배당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윤이 나지 않아 현재 배당을 않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그럼 앞으로 수익이 나면 배당을 하겠다는 뜻인가?

게다가 배당을 인정한 2017년은 로힝자 인종학살이 일어난 해다. 2020년 군부기업의 자금줄을 조사한 엠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에 샨(Shan) 주 북부와 2017년 8월 라카인(Rakhine) 주에서 인종 학살을 벌인 부대들도 군부기업의 배당금을 받았다. 그래도 포스코는 미얀마에서 벌어진 학살에 책임이 없나?

군부기업의 자금 경로를 밖에서 완전히 알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엠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자금 규모와 규정을 고려했을 때 군사 작전에 사용되고 있다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 사실 너무 뻔한 얘기다.

포스코는 억울할까? 혼자만 비판받는 상황이 억울할 수도 있다. 다른 기업은 누가 있을까. 롯데가 있다. 포스코와 롯데는 양곤 군부 소유지에 5성급 호텔을 지었고 임차료를 병참장군실(兵站監)의 계좌로 직접 입금한다. 그러나 군부 예산 항목에는 해당 임차료가 없다. 예산 외 수입이다. 그리고 이 돈은 잔학 행위에 사용되는 무기 구입에 쓰인다. 게다가 건설-운영-양도 계획에 따라 50년이 지나면 군부에 호텔 소유권이 양도되어 철저히 군부의 이익에 기여한다. 유엔 진상보고서도 지적한 부분이다.

정리해보자. 포스코는 군부와 아주 친밀한 대표적인 기업이고, 군부가 포스코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포스코는 세계적인 공급망을 통해서 군부의 이익에 기여한다. 그리고 그 군부는 2017년에 로힝자족을 학살해 세계 최대 난민 캠프를 만들어냈고, 지금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들을 무차별하게 학살하고 있다.


카르텔 재정 지도 (C) Justice for Myanmar.
포스코는 미얀마 군부와 굵고 진한 선으로 연결된 주요 재정 후원자다.

포스코는 2014년 인권존중을 표방하는 유엔인권경영을 윤리 규범에 명시적으로 포함한 회사다. 포스코 경영진은 인권의 뜻을 모를만큼 무능한가 아니면 스스로 세운 윤리 규범을 휴짓조각으로 여길만큼 체계적이지 못한가. 포스코가 말하는 인권에는 대체 누가 포함되는가.

포스코가 할 일은 명확하다. 미얀마 군부에게 이익이 가지 않도록 사업을 조정해야 한다. 조정이 어렵다면, 당장 사업을 청산하라. (포스코 규탄대회 공동선언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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