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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1-04-09 15:13
비트코인이 기후위기를 자극한다? / 하바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3,080  
 2030세대에게 가장 핫한 이슈는 주식이다. 지난해 7월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20~30대 7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금융 투자 이유의 31%가 '주택구입 재원 마련'이었다. 급등하는 부동산과 급락하는 재산 가치로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까지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20~30대에게 재산을 증식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식투자가 자리매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현황 특수를 따지지 않고서도, 전세계적으로 비트코인 투자는 기하학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코인텔레그래프>에 의하면 작년 미국의 비트코인 ATM 수는 1년 동안 177% 증가했으며, 전세계적으로는 1만대 가까이 늘었다. 게다가 최근 '인류를 구하'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15억 달러 비트코인 투자로 전례 없는 비트코인 투자 열풍까지 가세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블록체인, 그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비트코인은 채굴과정에서의 막대한 전력 사용으로 인해 기후변화를 촉발하는 원인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2009년에 시작된 비트코인은 총 2100만개까지 채굴되게끔 양이 한정됐고, 4년마다 비트코인 한블록당 채굴량이 절반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2020년 기준으로는 한블록당 6.26비트코인 채굴이 가능하다. 현재(4월 5일) 기준으로 비트코인 1개는 약 6,400만 원으로, 한블록을 채굴했다면 약 4억 원을 벌 수 있다(한 달 전 칼럼을 처음 준비할 때 비트코인 가격에 비해 딱 1,000만 원이 올랐다). 이렇듯 급증하는 비트코인의 가격 때문에 채굴 비용을 감수하고서도 비트코인을 채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비트코인 채굴 방식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디자인되어 있고, 최신 기술을 이용한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전기를 먹는 하마라는 것이다.

영국 캐임브리지대학(Cambridge Centre for Alternative Finance)에서 제공하는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실시간 전력 정보에 의하면, 현재(한국 4월 5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약 15.68기가와트(GW)의 전력이 소비되고 있으며, 연간 전력량으로는 136테라와트시(TWh)가 소비될 것으로 전망된다(마찬가지로 한 달 전인 3월 5일 오후 6시에는 실시간으로 약 13.13GW가, 연간 전력량으로 126TWh가 소비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는 네덜란드 전체의 에너지 소비량을 뛰어넘고, 전세계 데이터 센터 에너지 소비량의 절반을 넘는 양이다.

BBC에 따르면, 이렇듯 비트코인의 환경영향력이 뚜렷해지자 비트코인 전문가 알렉스 드브리스와 각종 금융계 전문가들, 미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까지도 비트코인 채굴에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이 막대해 비효율적이라며 비트코인을 비판했다. 비트코인 채굴에 소비되는 전력의 출처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케임브리지대학교 대안금융센터의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설문 결과, 전체 채굴에 소모되는 에너지의 3분의 2가량이 화석연료에서 나온다고 추정했다.

이처럼 막대한 필요 전력을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하려는 이들로 인한 전세계적인 에너지 부정의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3월 2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실제로 저렴한 전기료로 '비트코인 채굴의 성지'로 불리던 중국의 내몽골에서 지금까지 채굴된 비트코인은 전세계 비트코인의 8%에 달한다. 이를 위해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자, 중국 중앙정부는 에너지 소비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 2월 25일 비트코인 채굴을 전면금지하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국가가 비트코인을 반대하고, 인정하지 않아도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여전하다. 그 예로, 베트남 중앙은행 다오 민 투 부총재는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에 대해 베트남에서는 법정통화 역할을 인정할 수 없으며, 가상통화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시장 데이터 제공업체 사티스타에 따르면 베트남은 조사 대상 74개국 중 두 번째로 암호화폐 사용률이 높다. 베트남의 채굴업자들은 암호화폐 채굴을 위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까지 활용하기 시작했다. 굿모닝베트남미디어에 따르면, 베트남 호치민시의 태양광 농장 운영자들은 국영 전력회사인 베트남전기에 전력을 파는 대신 비트코인 광부들에게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파는 것이 더 큰 이익이라고 한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호주의 재생 가능 에너지원을 사용하여 비트코인 채굴 데이터 센터에 투자하는 기업의 주식이 급증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현상을 두고 <코인테스크>의 마이클 케이시는 비트코인이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돕는다는 주장까지 한다. 비트코인의 채굴과정에서 에너지가 버려진다는 것은 오해이며, 비트코인의 희소성을 검증하는 검열저항적인 탈중앙화 시스템의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 또한 산정할 수 없는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즉, 에너지 사용량 논란은 비트코인에 한정해서는 안 되며, 현재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유지하는데 사용되는 막대한 물리적 사이버보안적 조치와 에너지 등을 고려했을 때 비트코인의 에너지 낭비는 일정 부분 타당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이 결과적으로 에너지전환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까지 그는 주장한다.

흔히 4차 산업혁명은 에너지 분야의 기술 혁신을 통해 분산형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을 도울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 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18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가상화폐 등 블록체인은 디지털 보안 기술을 통해 전력의 P2P거래, 밸런싱 시장, 용량시장, 수요관리시장, 버추얼 발전소 등 다양한 거래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게 해 분산형 에너지 관리, 재생에너지 설치 등의 관리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가상화폐라는 또 다른 시장을 만들어 내면서 발생하는 기존 자본주의적, 시장주의적 폐해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한국형 뉴딜 정책으로 그린뉴딜과 디지털뉴딜을 내세운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은 아직까지 디지털 신화를 맹신하고 있는 듯하다. 2050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앞으로 생겨날 시장과 산업 성장 과정에 있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관리와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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