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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1-05-24 11:38
전기차 전환 논의가 놓친 논쟁들 / 하바라 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742  
전기차 전환 논의가 놓친 논쟁들
[초록發光] 온실가스 저감, 전기차 전환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아가 지난달 19일 중국 상하이 컨벤션 센터에서 개막한 '2021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서 공개한 전기차 EV6. ⓒ연합뉴스

엔진에서 모터로, 새로운 전기차 모델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기름에서 전기, 엔진에서 모터. 단순히 부품을 바꾸는 간단할 것만 같은 기술의 전환은 자동차 전체의 변화, 에너지 전체의 변화,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불러온다. 최근 ‘외계인이 만든 차’라는 타이틀을 가진 포르쉐에서도 순수 전기차 타이칸이 출시됐다. 전기차가 단순히 기후변화 대응의 흐름을 맡긴 차가 아닌, 본격적인 시장경제의 경쟁자임을 알린 테슬라 발매 이후로, 기존 자동차 업계에서도 전환의 흐름이 포착된 것이다. 실제로 최근 현대차에서 공개한 아이오닉5와 기아차의 EV6는 사전예약도 조기종료될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일부 외제 전기차는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신청을 하지 않아도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제는 정부가 각종 보조금으로 어르고 달래지 않아도, 보조금 없이, 소비자의 기호대로 전기차를 사용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의 역사와 함께한 내연기관 자동차는 모두가 알다시피 온실가스 배출 주범에 미세먼지 주범이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2020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인 7억2760만 톤CO2eq(이산화탄소 상당량, 이산화탄소 대비 온실가스의 복사 강제력)에서 도로수송분야의 배출량은 947만 톤CO2eq로, 전체의 약 13%를 차지한다. 물론, 전기차가 도로 위에서 운행 중에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과정 분석(LCA, Life Cycle Assessment)에 따르면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내연기관차의 3분의 1 수준이다.

만약, 국가 전체의 전력 생산비율 중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면 전기차의 전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은 더 줄어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송부문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기후변화 대응 및 대기질 개선 정책에 있어 비교적 확실한 노선이다. 정부가 2013년부터 전기차 구입 보조금을 지속한 배경이다. 게다가 세계적으로도 독일, 프랑스, 영국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 본사가 위치한 유럽 국가들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과 지방자치단체 및 도시에서 기준년도는 다르지만 화석연료 사용 내연기관차의 신차판매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중고차 시장가격 등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확실한 정책 시그널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정해진 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전환의 시기에 정부는 2020년 7월 발표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 2025년까지 전기차 및 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 보급 확대 부문에 약 13.1조 원의 국비(지방비 포함 20.3조 원)를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세부 내용으로는 승용, 버스, 화물 등 전기자동차 113만 대와 수소차 20만 대 보급, 그에 맞춘 충전인프라 구축을 포함하고 있다. 이로써 약 15.1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도 정부는 함께 밝혔다. 또한, 환경부는 지난 2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2030년 자동차 온실가스 적용 기준을 97g/㎞에서 70g/㎞로 단계적으로 강화한다는 기준을 공포했다. g/㎞는 단위 주행거리당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을 뜻하며, 정부 발표치는 유럽보다는 낮지만 미국보다 높은 기준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고, 자동차 배출 원단위가 낮아지면 탄소중립에 다가갈 수 있을까? 최근 단순 체감상으로도 점점 늘어나는 통근시간에, 쉽게 보이는 3자리 수 번호판을 보면 쉽게 '그렇다'고 확답내리기가 어렵다. 자동차 대당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든다고해도, 절대적인 자동차 수가 증가하면 이런 노력이 다 무슨 소용일까? 실제로 지금 도로에 다니는 자동차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만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2년에 발표한 '자동차 보유대수 장기 전망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2030년 기준으로 승용차와 상용차를 모두 포함하면 한국의 자동차 수는 약 2400~26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국토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이미 자동차등록대수가 2400만 대를 넘었고, 2021년에는 25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작년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 자동차 판매율은 전년과 비교했을 때 40% 이상 늘어났다. 경기 침체를 우려한 정부의 개소세 인하로 인해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9년 전현희 의원실에서 조사한 내용은 전기차 보급확대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친환경차는 상당 부분 세컨카로 활용되는 데 그쳤다. 전기차 소유자의 30%가 내연기관차를 함께 소유하고 있었다. 결국, 전기차 보급확대를 할 것이 아니라, 내연기관 자동차를 줄이는 정책을 펴야 도로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규제와 더불어 한편으로는 전기차 개조를 위한 규제 완화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해외에서는 아름다운 기존의 내연기관 클래식카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라라클래식' 등 소규모 업체들이 내연기관차의 전기 구동계 컨버전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소규모 업체들이 국내 자동차 관리법상 안전도 및 안정성 테스트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큰 게 현실이다.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구조변경 관련 규정을 재정비해야만 좀 더 다양한 전기차 시장이 열리고, 단순 전기차 보급 확대가 아닌 전기차로의 전환이 함께 이루어 질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기차를 계속 보급했을 때,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져야 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E-mobility 성장에 따른 석유 전력 신재생에너지 산업 대응 전략 연구'에 따르면 그린뉴딜 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가 113만대 보급됐을 경우, 필요한 전력량은 약 3,336~3,471GWh(기가와트시)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세부적으로 차종을 고려하지 않고 전기자동차의 전비를 5㎞/kWh(킬로와트시)로 단순 계산했을 때, 2020년 기준 2500만 대가 전체 전기자동차로 전환됐을 경우 필요 연간전력소비량은 7만263GWh이다. 이는 2019년 연간 전력생산량(56만791GWh)의 약 13%를 차지하는 소비량으로 결코 작지 않다. 2020년 기준 전력생산의 37%를 차지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의 퇴출이 탄소중립을 위해 필수인만큼, 해당 전기차 수요 전력 공급량을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전기차 증가로 인한 전력부하 문제 등도 본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2016년 전력거래소 제주지사의 '제주지역 EV 및 풍력설비 확대 정책에 따른 계통영향 연구'에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계획에 맞춰 전체 신재생에너지전환과 더불어 전기차 전환에 따른 제주도 전력 계통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제주도라는 한정된 섬에서의 시나리오지만, 선도적인 정책과 계획에 따른 연구인만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도 'E-mobility 성장에 따른 석유·전력·신재생에너지 산업 대응 전략 연구' 등 전국 단위의 전기차 도입과 전력정책 관련 연구를 진행했지만, 아직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가 없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하기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자동차 산업이 일자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만큼, 전기차 전환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 문제를 짚을 필요가 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엔진을 비롯한 많은 부품이 없어지고, 정비해야할 부분도 적어진다. 즉, 엔진관련 부품과 정비업 관련 일자리들이 함께 사라진다. 문제는 완성차 부문의 일자리보다도 영세한 자영업자 중심의 일자리들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미래산업'의 가장 큰 부분인 배터리산업은 정부가 대기업에 기회를 몰아줘 그만큼 중소기업의 설자리는 더 좁아졌다. ESS(에너지저장장치) 확대 정책에서 정부가 안전성에만 몰두한 나머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인증 가능 업체 대부분이 대기업이며, 중소 배터리 기업들은 고사 위기에 처한 것이 현실이다. ESS는 또다시 자동차 폐배터리와 연계 활용되어 대기업의 사업은 더 견고해지고, 소규모 사업자의 설자리는 더 좁아지고 있다. 배터리 외 다른 전기차 부품 주도권도 완성차 및 대기업에 넘어간다면, 미래산업이 불공정하게 성장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탄소중립이라는 사회 대전환의 앞에서 또 다시 나눠먹기식 개편이 아닌, 정말 앞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는 비단 전기차 보급확대 정책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탄소중립 선언을 하고, 기후위기에 선도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재생에너지 확대나, 친환경적 기술 도입 외에도 정책의 실효성과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가 좀 더 정의로운 방법으로 나타날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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