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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1-08-03 15:47
기후 불평등은 기후변화 적응의 격차에서부터 / 하바라 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361  
기후 불평등은 기후변화 적응의 격차에서부터
[에정칼럼] 취약계층 배제한 정의는 위험하고 잔인


지난 16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행정안전부에서 폭염을 주의하는 안전 안내문자를 보냈고 주말동안 한차례 비가 오고 나서야 더위가 한풀 꺾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7월 28일까지 집계된 올해 온열질환자는 총 869명으로 작년에 비해 2.4배 증가했고, 12명이 사망했다고 한다.(1)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북미도 1913년 이후 세계 최고 기온을 기록할 정도로 전례 없는 열돔으로 돌연사가 폭증했고, 최근 독일의 대홍수가 선진국 혹은 기후변화대응 선도국가조차 기후변화의 위험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물론 대부분의 개발도상국과 남반구에 위치한 국가들은 이보다 더 강하고 심각한 피해를 더 자주 겪는다.

그렇다면 이런 기후변화 영향을 완화시키고, 피해를 복구하는데 얼만큼의 경제적 비용이 들까? 2021년 1월에 발표된 UNEP의 적응격차보고서 2020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적응에 필요한 연간비용은 700억 달러이다. 이는 기존에 Oxfam 등 다양한 기관들이 예측하고 제시했던 비용보다도 훨씬 높은 비용을 제시한 것이다. 게다가 기후변화 적응 비용은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져, 2030년에는 1,400억~3,000억 달러가 되고, 2050년에는 2,800억~5,000억 달러가 된다고 예상했다. 비록 국가들이 기후변화 적응 계획에 있어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발도상국의 적응 재정과 프로젝트가 선진국과 큰 차이가 있음을 밝혔다. 가뭄, 홍수, 해수면 상승과 같은 기후 영향과 재난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에 있어서 개발도상국을 위한 재정과 적응 프로젝트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개발도상국들에 기후변화 적응 자금 지원이 증가했음에도, 기후 재난과 기상이변 피해 복구 때문에 기후변화 적응 재정 격차를 줄이는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독을 깨 놓고, 밑 빠진 독을 걱정하며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그 구멍은 점차 커지고 있는 형국과 같다.

사실상 이런 불평등한 적응 비용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됐다. 파리협정에서 처음으로 기후변화 적응 완화가 동등한 입지를 갖게 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는 기존에 온실가스 배출 책임 여부와 상관없이 감축의 의무만 강조했던 그전과는 달리, 배출의 책임을 인정하고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와 대상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 혹은 적응을 위한 지원을 하겠다는 의미에서 큰 변화였다.

적응 의제의 부상에 따라 적응 비용 합의도 도마에 올랐다. 앞서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15에서 녹색기후기금(GCF)을 만들기로 합의하고, COP16에서 공식화됐다. 당시 2020년까지 선진국들이 연간 1,000억 달러의 기후기금을 만들고 개발도상국의 기후적응과 기후위기 대응활동에 쓰기로 결의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목표 액수도 못 채우고 있으며, 현재 프로젝트 기준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40%를 달성한 수준이다.

지난 2월 미국 브라운대,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교 등 6개 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녹색기후기금은 이행 현황조차 검토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목표 기금 달성은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2) 선진국들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을 믿고, 탄소배출을 통한 경제발전을 뒤로 한 채 파리협정에 호의적으로 참여했던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는 또 한 번 도태되는 선택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기후기금을 비롯한 기후 금융에 대한 논쟁은 올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진행될 COP26에서도 합의를 좌우할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다.


기후변화 적응 불평등은 국가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비슷한 기후영향을 겪는 한 국가 내에서는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적응능력의 격차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기후변화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는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기후변화 적응 역량은 사회의 인프라, 경제적 능력, 거주환경, 법적 지위 등에 따른다.

최근 서울시 NPO지원센터의 활력향연의 지원을 받아 ‘기후변화와 여성의 삶’이라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다양한 입장에서 알아보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조사했다. 젠더 관점을 활용해 기후위기의 복합차별을 관찰하기 위해 기후변화 영향에 있어 대표적인 약자와 사회적 약자를 선정하고 당사자와 관련 활동가들을 인터뷰했다. 여성이자 농민, 성소수자, 장애인, 홈리스 및 쪽방촌주민, 이주노동자의 삶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코로나19, 폭염, 풍수해 등 재해가 얼마나 삶에 영향을 끼치는지 듣고자 했지만, 그보다도 일상의 불평등이 너무나 커 당사자들은 쉽게 인식하지 못했다. 쪽방과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경우 폭염에 에어컨을 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여성이기 때문에 주거환경이 열악함에도 야외로 피서를 하지 못하는 등 당사자들은 자칫하면 온열질환으로 큰 병이 될 수 있는 상황들을 아슬아슬하게 넘었다. 이주노동자의 경우, 풍수해로 농장이 피해를 입었을 때, 평소에도 워낙 과로로 고통받고 있기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에 익숙했고, 비닐하우스 숙소의 불편함은 관행적인 것으로 적응했다.

다만, 코로나19의 경우는 다른 재난에 비해 장기적이고, 정부의 개입이 많아 불평등을 크게 느끼는 요소가 되었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홈리스, 이주노동자, 등은 법적으로도 불완전하고 취약한 상태이다. 가장 기초적인 지원을 받을 때에도 장벽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연구를 위해 만난 분들의 이야기는 다양했지만, 공통적으로 어느 한 지점을 가르켰다. 열악한 주거환경, 불안정한 법적지위, 사회적 고립, 관습적인 역할, 심지어 불평등을 야기하는 법제도가 그들을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했다.

더 큰 문제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기후변화의 피해를 더 많이 입을 수밖에 없는 여건이지만, 정책 참여에도 배제되어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기후변화적응 정책은 불평등하다. 실제 기후변화에 취약한 사람보다도 기업과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도 적응 전략에서 △에너지 전환 가속화, △고탄소 산업구조 혁신, △미래모빌리티로 전환, △도시·국토 저탄소화 등 기술개발과 산업지원 중심의 정책이었다.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은 공정 정책 분야에 “취약 산업 및 계층 보호”에 그쳤다. 그마저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구조전환으로 축소되는 취약 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지원이었다.

또한, 그린뉴딜도 산업 R&D지원과 인프라구축 등에 집중되어 있으며,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으로는 쿨루프, 벽면녹화 등 건물개선 중심 사업으로 기후변화 불평등의 본질에 다가서지도 못했다. 한국판 뉴딜 2.0을 지난달 발표했는데, 신설된 휴먼뉴딜도 사실상 청년 타깃 정책이라는 평가이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교차차별로 인한 기후변화 영향은 누구보다 강력하고, 이런 피해들은 갈수록 빈번해질 텐데, 기업 지원에 비해 그들에게 지원되는 적응 비용은 얼마나 될까?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배제한다면 나 또한 언제 배제될지 모른다. 2019년 미국 민주당에서 큰정부와 현대화폐이론을 내세운 그린뉴딜 발의에서부터 코로나 재난지원금, 기본소득 논쟁까지, 불평등을 완화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런데 비용지출에 대한 원칙과 방향에 대한 논의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사회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 취약계층을 배제한 정의는 위험하고 잔인하다. 원칙과 방향이 없는 무조건적인 양적완화는 더 많은 사람들을 소외하고 배제할 수 있다. 기후변화 적응 정책이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시작되어야만 앞으로 닥칠 더 큰 기후변화 영향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후변화 완화정책도 더 적극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참조>

1. 식약일보, “온열질환 사망신고 급증, 이번 주만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5명 신고”
http://kfdn.co.kr/53050

2. 더나은미래. “6개국 공동연구진 ‘녹색기후기금은 실패, 항공.해운에 ’기후세‘ 도입해야” 주장”
https://futurechosun.com/archives/54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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