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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2-03-25 14:22
가장 쉬운 에너지 전환…도로를 친환경 발전소로 / 임성희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830  
가장 쉬운 에너지 전환…도로를 친환경 발전소로
[초록發光] 도로에서 만나는 재생에너지 



건축물 유리창이나 투명 방음벽 등에 부딪혀 죽는 야생조류는 하루에 약 2만 마리, 연간 8백만 마리에 이른다. 두개골이 얇은 새들이 빠른 속도로 비행하다 유리창에 부딪히면 대부분 죽거나 심한 부상을 입는데, 멸종위기종이나 대형 조류인 황조롱이나 참매, 수리부엉이도 충돌을 피해가지 못한다. 녹색연합은 새들이 유리창이라는 장애물을 감지하고 피해갈 수 있도록 시민들과 함께 투명 방음벽에 5x10cm 간격의 점 스티커를 부착하는 활동을 한다. 새들을 살리기 위한 활동이라 시민들의 참여도 높고, 스티커가 부착된 구간의 사체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도 확인된다.

그러나 이미 설치된 모든 방음벽에 일일이 손으로 스티커를 부착하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방음벽 충돌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시각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안은 서산시와 충남도의 ‘야생조류 충돌 저감에 관한 조례’ 제정으로 이어졌다. 서산은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방음벽 조류 충돌이 많은 곳이었다. 조례 제정은 천안과 여수 등 타 지자체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방음벽 태양광이란 대안도 있다. 투명 방음벽에 태양광 시스템을 적용하면 새 충돌을 방지하는 시각적 효과를 낼 수 있을뿐더러 본래의 소음 방지 기능에 전력 생산도 할 수 있다. 방음벽을 활용한 태양광 설비는 1989년 스위스의 13번 고속도로변에 처음 시도됐다. 100킬로와트(KW) 용량의 방음벽 태양광을 20년 이상 운영하면서 연간 100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생산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43미터 구간 방음벽 상단에 태양광 패널 54장을 설치한 사례가 있다. 영등포자원순환센터 방음벽은 태양광패널, 흡음 방음, 투명 방음 패널로 구성된 혼합형 방음벽 형태이다. 연간 1만6600Wh의 전력을 생산한다. 국내에서 최초로 양면 패널을 적용한 사례이다.

▲영등포 자원순환센터 방음벽. ⓒ녹색연합

태양광 시스템은 도로 방음벽뿐만 아니라 중앙분리대에도 적용할 수 있고 방음 터널 방식도 가능하다. 도로와 철로변 성토면도 활용할 수 있다. 도로와 철도의 유휴부지를 태양광 부지로 활용하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간 재생에너지 입지를 둘러싼 환경 훼손과 주민 수용성 문제 등 사회적 갈등이 그치지 않았던 주된 이유는 환경영향을 우선 고려하기보다 손쉽고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부지를 중심으로 태양광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미 개발이 이루어진 부지를 활용하면 추가적인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도로의 경우 이미 개설과정에서 한차례 훼손을 거친 곳이기에 더더욱 태양광 개발지로 주목될 필요가 있다. 도로가 확장되고 직선화되면서 폐도로 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사업도 진행되고 있고, 나들목 구간의 유휴부지를 활용하거나 휴게소 지붕과 주차장 등을 활용한 태양광 발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남해선 폐도로에 설치된 태양광. ⓒ녹색연합

도로공사는 2025년까지 고속도로 예상 소요 전력을 태양광과 연료전지로 충당하여 에너지 자립도로로 탄소 중립 실현을 선도한다는 계획을 갖고 추진 중이다. 243MW 태양광을 운영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도로 방음벽과 중앙분리대, 방음터널을 활용한 태양광 설비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보다 목표치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례로 전체 고속도로 구간 4848킬로미터(㎞) 중 터널과 교량 연장(총 54% 구간)과 음영 구간 등을 제외하고 1㎞당 방음벽 태양광 2단 약 260킬로와트(kW) 설비를 구축하면 도로공사가 계획한 설비 이상의 태양광 사업이 가능할 것이다.

도로 유휴부지 활용을 제약하는 특별한 요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공공은 도로구역으로 결정된 구역, 민간은 입체적 도로 구역으로 지정된 곳에 점용허가를 받으면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 운영할 수 있다. 부지 찾기에 애를 먹고 있는 태양광 발전 사업자나 에너지협동조합에도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의 적극적인 활로가 될 수 있다. 도로와 철도를 본래의 목적 외에 재생에너지 사업이 가능한 부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도시에서 옥상과 벽면, 지붕과 주차장 등 기존 시설물에 디자인과 경관적 요소를 가미하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도모하는 도시로의 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깨끗하고 안전한 발전을 위한 태양광이 친환경 에너지로서 제대로 기능하려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과 요인을 최대한 예방할 수 있는 입지 조건을 갖추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이 전쟁이란 극단적인 참상으로 전개되며 러시아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은 협박의 무기가 되고 있다. 화석연료, 그것도 해외에 의존했던 에너지 수급은 에너지 정책에 혼선을 주고 산업, 국민의 삶에 전 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의 가능성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도로의 유휴부지를 활용하여 공공과 민간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추진과 지원이 필요하다. 도로가 에너지전환을 향한 여정, 길을 확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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