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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1-06-24 11:07
'허위 조감도 금지법'을 만들자(김현우 상임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5,285  

두바이 뺨치는 4대강 조감도…날던 새도 기절하시겠네!

[초록發光] '허위 조감도 금지법'을 만들자



지금
도 전국의 주요 역과 터미널에는 "행복 4강(江)" 홍보 전시물이 서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장점을 알린다며 사업의 시행사진과 시행 후 조감도를 나란히 배치하고 있다. 실상을 아는 사람들이 보면 분통이 터지고 오장육부가 뒤집힐 일이다. 강이 황폐화되었다며 제시한 시행 전 사진은 실은 4대강 사업을 무분별하게 진행하여 나무가 뽑히고 강변이 파헤쳐진 모습을 담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시행 후 조감도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방불케 할 화려한 치장으로 가득하다. 두 그림 모두 현실의 강이 아닌 사기인 것이다. 이를 가만 두어선 안 되겠다. 특히 이 사기의 도구로 남용되는 조감도에 시비를 걸어야겠다.

현대 건축 기법이 한국에 도입된 후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해진 이 '조감도(鳥瞰圖)'는 말 그대로 새가 내려다 본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표와 건물 모양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원근 효과를 나타내어 지형과 지물의 상태와 상호 관계를 가장 감각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조경 공사 계획 외에도 관광 안내도 등에 널리 쓰인다. 아파트와 주상 복합 건물 광고들도 조감도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대개의 조감도는 천편일률적이다. 특히 중앙 정부가 시행하는 사업의 조감도에는 어김없이 매끈하게 정리된 잔디밭, 풍선을 든 밝은 표정의 아이들, 애드벌룬, 비둘기비행기들이 등장한다. 완공된 결과물에 실제로 이러한 것들이 있거나, 계속 존재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은 없다. 조감도는 이해를 돕기 위한 하나의 '예시'일뿐이기 때문이다. 4대강 주변 수변 도시 개발로 예시된 한 조감도는 두바이 해변을 뺨칠 정도다. 이 정도로 훌륭하게 될 터이니 참고하시라는 거다. 실제 건설 과정에서 건물의 형태가 달라지거나 공원이 생기거나 없어져도 그에 따른 책임은 없다. 하물며 요트분수 정도야 문제도 안 된다.

▲ 정부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 국정 감사 자료로 제출한 4대강 주변의 도시 개발 모델 조감도. ⓒ프레시안

최근 부동산 광고에 등장하는 조감도는 대놓고 뻥을 친다. 홍보하는 건물의 비율을 주변 건물보다 두 배 이상 크게 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법적으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2009년 서울고등법원은 아파트 입주자들이 조감도와 실제 아파트 구조가 다르다며 낸 손해 배상 청구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유는 "분양 광고 및 분양 안내 책자상의 조감도에는 건물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크고 도드라지게 표현돼 입주자들이 조감도의 내용과 동일하게 신축될 거라고 믿었다는 것은 상거래 관행에 비춰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조감도가 과장되었다 하더라도 분양 계약서에 구체적인 내용이 기록되지 않았다면 '사기 분양'으로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싹쓸이 강제 철거집단 재건축의 현장이든, 한강 르네상스와 4대강의 현장이든 이 조감도가 먼저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한다. 개발과 건설로 만들어지는 이득이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오지 않는 이들조차 이 현란한 조감도에서 조국의 근대화와 지역의 발전을 느끼고 자신들과 동일시하게 되는 것이다. 저렇게 멋진 미래가 눈앞에 있는데 왜 사사건건 반대를 일삼는 너희들은 환경이 어쩌느니 사회적 약자가 어쩌느니 하느냐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환경 운동이든 인권 운동이든, 그러한 조감도는 허구적이라고만 지적했지, "조감도를 둘러싼 투쟁"을 시도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허위 조감도를 문제 삼는 것은 사업의 본질을 묻는 일이다. 이게 대체 누구를 위한 어떤 결과의 사업인지를, 사업을 가장 잘 나타내는 그림이 설명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허위 사실 유포'와 경계선이 애매하긴 하지만, "허위 조감도 금지법"처럼 특별법을 만드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기 조감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메시지는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조감도에 나타나지 않는 것들도 많다. 얼마나 많은 모래무지와 단양쑥부쟁이가 사라지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밀려나는지,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교통이 추가로 소모될지를, 새가 바라본 풍경은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건축사업 홍보물에 '진실한 조감도'에 더하여 이 공사로 인해 야기되는 교통, 환경, 인권 영향 예상도를 필수적으로 첨부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겠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진보신당 녹색위원장

* 초록발광 칼럼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062313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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