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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1-07-18 12:37
"2012 선택의 기준은 '4대강'과 '핵발전소'" (서왕진 이사)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5,410  

"2012 선택의 기준은 '4대강'과 '핵발전소'"
[초록發光] 2012년을 녹색 전환 세력 대결집의 해로!


한국 사회에 지금처럼 녹색 문명으로의 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진 적도 없는 것 같다. 사실 녹색 운동 진영은 오래전부터 개발주의, 성장주의 문명이 낳은 자원 고갈, 기후 변동 등 생태적 위기의 심각성과 이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녹색 문명으로의 전환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여 왔다.

하지만 이러한 녹색 운동가의 외침은 많은 이들에게 낭만적 생태주의자의 당위론 정도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운동가들 스스로 심각한 환경 문제가 발생해도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주장할 경우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비현실주의', '정책 대안 부재' 등의 비난을 떠올리고 그저 정부 관료나 환경공학자들이 개발해 내놓은 환경 기술이나 시장 메커니즘에 의존한 소위 '현실적인' 정책 수단들을 적당하게 늘어놓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히려 보통 시민들이 생태 위기의 심각성을 일상의 삶의 문제로 느끼고 그에 대한 근본적 처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주부들의 경우 환경 위기에 민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삶의 방식을 바꾸겠다는 결의가 강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환경 재앙이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멀쩡한 강을 온통 파헤쳐 누군가의 표현처럼 황톳빛 핏물을 쏟아내는 강으로 만들고만 토목 개발주의, 영양 과잉의 시대에 식도락을 위한 육식을 값싸게 즐기기 위해 탄생한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만들어 낸 동물 대량 학살이라는 끔찍한 반생명주의,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로 드러난 현 에너지 시스템의 가공할 위험성 등은 많은 이들에게 "과연 우리가 지금 이 방식대로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 마음속에 꿈틀대고 있는 녹색 전환의 열망을 어떻게 현실의 힘으로 바꾸어 낼 수 있을까? 운동을 더 열심히 진지하게 벌이면 될까? 환경 운동, 생명 운동, 동물 보호 운동 등 기존 운동적 시도들은 여전히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고 기존 운동 조직 또한 이를 느끼고 있다.

점차 녹색 진영 내에서 운동 단체 중심의 캠페인과 여론화 작업을 넘어선 실제 대중들의 삶 속에서 녹색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대중적 차원의 녹색 기획과 정치 제도적 차원에서 우리 사회의 기존 질서를 녹색으로 재편해 나가는 정치적 차원의 녹색 기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녹색 운동 진영은 지난 지방 선거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4대강 사업 반대를 선거 이슈로 끌어 올렸고 선거 결과 4대강 사업 반대 세력이 토건 개발주의 세력에 압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지방 선거 이후 여전히 강은 더 빠른 속도로 파헤쳐지고 그렇게 진행된 결과로 4대강 본류와 지류들이 홍수에 무참히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녹색 진영은 아프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3월 이웃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핵 재앙 이후 역시 녹색 진영은 빙산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는 타이타닉과 같은 한국의 핵 발전 정책의 위험성을 토론회장과 지역 현장에서 쉼 없이 제기하고 있지만 이를 탈핵 정책으로 제도화할 수 있는 정치적 대표자가 없는 현실의 무력감을 실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지구촌 곳곳에서는 녹색 전환을 위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과 함께 굳건하게 핵 발전 강화 정책을 추진해 왔던 일본의 경우 침묵하던 시민들의 의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도쿄에서는 핵발전소 폐쇄를 요구하며 1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집회를 열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는 핵발전소를 폐쇄하고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촉구하면서 일본 전국에 10개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약 1조 원을 투자하는 메가솔라 계획을 제시했고 이에 힘입어 정치권에서는 투표로 핵 발전 폐기 여부를 결정하자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후쿠시마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독일에서는 핵발전소를 폐쇄를 주장하는 녹색당이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지사 선거에 당선되었고 이러한 흐름에 밀려 연방정부는 2020년까지 17기 핵발전소 전부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더 나아가 성장과 개발 만능의 시대를 넘어 생태계와 조화로운, 그리고 자치와 호혜에 기초한 녹색 사회를 일구어 나가고자하는 열망이 세계 곳곳에서 강렬하게 솟아오르고 있음이 느껴진다.

환경 문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 문제로 인식된 이래 다양한 영역에서 녹색 가치를 세우기 위한 소중한 노력들이 전개되어 왔다. 에너지 전환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환경 단체, 근본적인 생명 존중의 사상을 바탕으로 생명 운동을 전개해온 종교 단체와 생명 단체, 먹을거리 등 소비자의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생활협동조합, 지역 공동체를 일구고 있는 풀뿌리 단체, 법과 제도를 고민하는 법조계, 과학적인 환경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학계, 녹색 정치를 준비하는 정치 단체 등이 수십 년의 세월동안 각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이제 이 모든 소중한 힘들이 결집하여 우리 사회에 본격화하기 시작한 녹색 전환의 꿈틀거림을 현실의 흐름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중대한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정치 사회적 여건을 고려할 때 녹색 진영의 대결집의 계기는 2012년 선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올 2012년은 국가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총선과 대선의 양대 선거가 있는 해이다. 그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국민의 절대다수가 반대한 4대강 파괴 사업에 국민 혈세 22조 원을 쏟아 붓는 반환경적인 행위를 자행했다. 후쿠시마 재앙에도 불구하고 핵 발전 확대를 고수하겠다는 위험천만한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따라서 녹색 전환을 희망하는 모든 세력은 우선 2012년 선거에서 "4대강 심판"과 "탈핵 대안에너지 정책 추진"을 목표로 힘을 모아야 한다. 이른 통해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야당이 녹색 정책을 수용하도록 압박해야하며 더 나아가 녹색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대변할 녹색 정치인을 발굴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2012년 이후 새롭게 등장할 정치권력이 대규모 생태 파괴를 자행할 수 없도록 제어하는 한편 문명사적 대전환을 추구할 수 있는 녹색 세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녹색 운동은 주요한 환경적 과제에 헌신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환경 인식 변화에 많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개발 및 성장 지향적인 정치 권력, 산업 세력, 전문 집단 등 토건 성장 세력과의 대결에서는 빈번하게 패배해온 것도 사실이다. 운동은 매우 치열하게 전개했지만 정치 제도적 전환을 이루어 내는 데는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정치의 영역에서 녹색 세력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죽음의 핵정치, 생태계를 파괴하는 토건 정치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져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에 대한 막연한 터부를 넘어 서야 한다. 기존 녹색 운동이 한국 사회의 녹색화에 기여한 가치를 인정하되 시대의 변화, 정치 부문의 변화로 인해 시민들이 정치와 운동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 또한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녹색 운동 세력이 녹색 정치로 한 발 나아가야 할 때인 것이다.

그동안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러 선배 동료들이 녹색 정치 실현을 위해 많은 노력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까지 전체 녹색 진영의 총의를 모아 내고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는데 성공한 사례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이제 지구적 차원에서 생태 위기에 대한 경각심과 녹색 전환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한국 사회에서도 심화되는 생태적 위기를 녹색 문명으로의 전환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열망들이 2012년 정치의 해를 맞이하여 현실의 세력으로 결집하고자 하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여 범 녹색 진영의 광범위한 참여를 통해서 녹색 전환과 녹색 정치에 관한 폭넓은 토론과 결의의 광장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이렇게 모아진 마음들이 2012년에 하나로 표현될 수 있다면 한국 사회에서 녹색 문명으로의 대전환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서왕진(환경정의연구소장,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

*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 기사원문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0715082103&section=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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