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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1-08-16 14:50
지역사회 녹색 전환 패러다임(반영운 이사)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6,167  

지역사회 녹색 전환 패러다임

- 반영운(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로 인해 일본 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그 동안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으로 전기를 만들고 절제되지 않은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각 국가가 진행해 온 원자력 발전 확대 정책에 대한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 더 이상 원전은 안전하지 않고 천재지변이나 각종 사고로 인해 자연은 물론 인간마저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증명된 셈이니 말이다. 원전문제와 아울러 지구촌은 지난 세기 동안 진행되어온 산업화와 맞바꾼 환경파괴, 자원고갈, 건강위협에 신음하고 있다. 도시개발 및 경제개발로 인한 무분별한 자연 파괴로 인해 자연과 인간 모두의 생존 근거마저 위협받고 있다. 특히 저개발 국가들의 환경파괴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하고 처참하다. 또한 산업화를 위해 수자원, 삼림자원, 광물자원의 남용으로 향후 몇 십 년을 담보할 수 없을 만큼 자원고갈 문제가 심각하다. 작금의 원전 폭발사태에서 보듯이 환경파괴나 오염은 지구촌 모든 생물체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렇게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경제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모든 현상들의 배후에 바로 경제성과 효율성을 내세운 인류의 회색문명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콘크리트 숲으로 비유되는 회색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벌어지는 아비규환이 바로 그것이다. 자연의 수용능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자행되는 과다한 화석에너지 소비와 자연 파괴, 불공정한 무역 거래, 살벌한 이권다툼으로 인한 공동체 파괴 및 인간성 상실 등 다양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는 회색문명의 주체로서 이기적인 개인, 공동체, 국가, 국제기구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연계되어 있으며 어느 한 주체도 이 책임에서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얽혀 있는 고리를 풀어야  한다. 즉 사회 전체 차원에서의 자각과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전환을 거쳐야만 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모아이(Moai)’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섬(Easter Island, Chile)의 사례를 생각해 본다. 최근 필자가 강의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SBS에서 만든 ‘29번 째 날의 이스터섬’이라는 영상물에서 평화롭고 풍요로웠던 이스터섬이 점차 균형을 잃게 되고 결국 파멸하게 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거석상, 모아이. 1200년경부터 인구가 증가하면서 불안한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거대 석상 ‘모아이’를 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크기의 모아이를 나무나 돌로 만들다가 1400년 후반부터 1600년대 중반까지 거대 석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열대 열대림이 울창했던 숲은 모아이 제작 및 운반에 필요한 목재 및 식량 조달을 위해 철저히 파괴되어 결국에는 카누를 만들 나무조차 남아 있지 않아 풍부한 바다를 이용할 수도 없는 상황에까지 몰리게 되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먹을 것이 없어 사람끼리 서로 잡아먹었다고도 한다. 네덜란드 로헤벤 선장이 이섬을 처음 발견할 때쯤엔 제대로 된 나무 한 그루 남지 않았다고 한다. 순전히 사람의 힘만으로 100톤이 넘는 석상을 만들어 운반하고 세웠던 지혜를 가진 이스터섬 사람들이 앞으로 닥칠 운명을 알지 못했던 것일까? 누군가 얘기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작은 목소리는 아마도 당시 씨족 문화의 주요 세력에 의해 묻혔을 수도 있다. 아니면 아예 모든 사람이 이 거역할 수 없는 당시의 종교의식과 문화를 즐기면서 서서히 멸망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더라도 당시의 사회체계를 고려한다면 핵심적인 책임은 한정적인 자원을 가진 섬에서 무한정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도록 방관하거나 조장한 당시의 권력층에 있던 지도자들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스터섬에서 벌어진 일이 현재 지구촌에서 벌이지고 그것과 너무나 닮아 있지 않은가? 더 작게는 우리가 속해 있는 지역사회부터 크게는 지구촌 전체에 폭넓게 존재하고 있는 ‘모아이’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우리사회의 ‘모아이’를 한두 가지로 정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쉽게 생각한다면 경제성장만을 내세운 개발 신화, 다른 존재는 고려하지 않는 ‘나-그것’의 비인격적이고 경쟁적인 사회체제,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욕심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모아이’는 어느 것 하나가 아니라 한 시대 또는 지역사회의 총체적인 가치관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남아있다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두 가지의 지엽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아닌 총체적인 접근을 통해 본질적이고 실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지난 세기의 문제가 파괴적인 회색문명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제는 위에서 언급한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고 공존공생의 ‘녹색문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전환을 설명할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EcoCultural Transition - 생태 순응형 전환’ 또는 ‘Green Transition-녹색전환’ 또는 ‘Sustainable Transition-지속가능한 전환’ 등을 제안하고 싶다. 이 모든 패러다임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계적이고 파편적인 개선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참하면서 사회의 총체적인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당장 할 수 있는 것과 중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나누어 정책을 수립하여 근본적인 변화, 즉 전환을 이루어 내는 데 초점이 있다. 그리고 이 패러다임들은 모두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기에 이 글에서는 대표적으로 ‘지역사회 녹색전환 패러다임’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려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녹색전환’ 패러다임은 지속가능한 발전에 근거하여 진행되고 있다. 1970년대 초반에 시작된 성장의 한계에 대한 논의로부터 출발한 지속가능한 발전은 크게 경제, 사회, 환경 부문 상호 간에 적절한 조화를 도모하여 “미래 세대가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가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 (1987, Brundland Report)”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속가능한 발전이 태생적으로 선진국 중심의 논리이기는 하나 대의명분이나 내재되어 있는 패러다임의 측면에서는 현세대가 처해 있는 총제적인 문제를 국가적 테두리를 넘어 공동으로 해결하자는 데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현실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녹색전환’은 ‘Think Globally, Act Locally’라는 슬로건에 맞게 현 세대의 경제, 사회, 환경 부문의 문제를 지구적 차원에서 이해하고 지역의 특성에 맞게 해결방안을 찾아내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에 근거하면서 자연의 원리를 담은 ‘지역사회 녹색전환’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역사회 녹색전환‘은 먼저 자연에 담겨 있는 ‘순환’, ‘공생’, ‘균형’의 원리를 기반으로 하면서 지속가능발전에서 강조하는 지역사회의 경제, 사회, 환경 부문의 총체적이고 본질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여기서 지역사회란 단순히 동일한 행정구역만이 아닌 수자원, 산림, 녹지 등의 자연생태, 문화, 역사 등의 사회체계, 에너지, 산업, 기술, 일자리 등의 경제체계가 비슷한 생활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동체를 녹색의 가치, 즉 순환, 공생, 균형의 원리가 실현되도록 전환할 수 있는 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순환, 공생, 균형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경제 부문의 전환 정책은 크게 세 가지 핵심 전략으로 구성될 수 있다. 먼저 순환경제 측면의 ‘지역자원순환네트워크 구축’, 공생경제 측면의 ‘공동체 경제시스템 구축’, 균형경제 측면의 '지역 내 균형발전 시스템 구축’ 등이다. ‘지역자원순환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과제로는 청정개발체계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산업공생네트워크 구축사업,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 육성, 지역 에너지 시스템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공동체 경제시스템 구축’을 위한 과제로는 사회적 기업 육성, 사회적 일자리 창출, 녹색금융시스템 구축, 친환경먹거리 보급사업 (학교친환경무상급식), 지역경제활성화(지역시장활성화), 지역화폐시스템 구축, 녹색구매네트워크 구축, 지속가능한물류시스템 구축 등의 사업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 내 균형발전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과제로는 지역 내 녹색산업 관련 일자리 창출, 도심공동화해소를 위한 도심재생 프로젝트, 도시농업 육성, 지역고용정책 등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사회 부문의 전환정책은 다음 네 가지 핵심전략으로 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순환사회 측면의 ‘지역 역사 문화 순환기반 구축’, 공생사회 측면의 ‘공동체 사회서비스 시스템 구축’, ‘사회적 다양성 확보기반 구축’, 그리고 균형사회 측면의 ‘열린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 등이다. ‘지역 역사문화 순환기반 구축’을 위한 과제로는 지역고유 역사문화 자원 발굴, 지역 장소성 확보, 공평한 문화 향유권 확보, 창조적 문화컨텐츠 발굴 및 보급 등을 들 수 있다. ‘공동체 사회서비스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과제로는 보편적 복지 기반 확대, 24시간 육아/보육 시스템 구축, 영세 서민 보호기반 강화, 사회적 약자 보호 시스템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사회적 다양성 확보기반 구축’과제로는 다문화 사회 기반 구축, 양성평등 시스템 구축, 공평한 교육기회 확보, 소수자 권리 보호 시스템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열린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과제로는 주요 사안 별 주민참여 채널 다양화, 정보공개 합리화, 주민참여 접근성(용이성) 확보,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 녹색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법, 제도 정비 등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부문의 전환정책은 다음 세 가지 핵심전략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순환환경 측면의 ‘에너지 저소비형 도시공간구조 창출’, 공생환경 측면의 ‘생태적 어메니티 향상 기반 구축’, 균형환경 측면의 '환경정의 구현 기반 구축’ 등이다. ‘에너지 저소비형 공간구조 창출’을 위한 과제로는 녹색교통 시스템 구축, 대중교통체계개선, 자전거 이용활성화 기반 구축, 보행친화적 공간 조성, 복합토지이용 체계 구축, 대중교통지향형개발 (TOD, Transit Oriented Development) 전략 수립, 에너지저소비형 건축물 보급 및 공공건물 단열시스템 보강을 통한 에너지 효율개선 등을 들 수 있다.  ‘생태적 어메니티 향상 기반 구축’을 위한 과제로는 생물종다양성 보존을 위한 생태네트워크 구축, 도심물길복원 및 창조, 지속가능한 물순환 시스템 구축, 생활권 녹지 및 공원 확보, 바람길 확보 기반 구축, 생태면적률 도입 등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환경정의 구현 기반 구축’을 위한 과제로는 각종 개발로 인한 생물적, 사회적 약자 보호 기반 구축, 사회적 약자에의 환경적 피해 집중방지 시스템 구축, 기후변화 취약계층 보호 정책 등을 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역사회의 녹색전환을 위해서는 먼저 시민의 인식 전환과 함께 공동체의 시스템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도 부분적으로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바뀌는 방식과 내용은 철저히 생태적이어야 한다. 즉 이제까지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변화된 회색문명으로 길들여진 지역사회를 자연 속에 담긴 ‘순환’, ‘공생’, ‘균형’의 원리를 기반으로 사회를 구성하는 경제, 사회, 환경 부문을 전환해야 한다. 이는 단 기간에 이루어 질 수 없다. 이제까지 사회가 회색문명으로 변화된 것보다 훨씬 더 긴 기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혜와 인내를 발휘하여 녹색문명으로 우리 지역사회를 전환해야 한다. 우리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

* 본 칼럼 요약문은 프레시안 초록발광 칼럼에 게재되었습니다.
"진짜 '공생 발전'을 위한 조건"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082812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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