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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1-09-15 18:05
"차라리 오세훈이 낫다" 소리 안 들으려면… (박진희 소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6,110  

예상치 못한 서울 시장 선거가 바로 다음 달로 다가왔다. 여야 정당의 후보가 가시화되기도 전에 명망 있는 인사의 무소속 출마 시사가 있으면서 후보를 둘러싼 공방이 벌써부터 치열해지고 있다. 내년 총선, 대선과 연계되어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가 중요한 만큼 시장 후보를 둘러싼 정치 역학적 의미에서의 논의는 중요할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앞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리라고 보고, 이 지면을 빌어서는 새로운 서울 시장에게 바라는 정책을 개진할까 한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는 그간의 서울시의 지속 가능하지 못한 정책들을 수정하고, 새로운 정책 비전을 수립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우면산 산사태가 보여주었듯이 서울시가 화려한 외관상의 발전과 달리 급변하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이와 연관된 정책 변화는 시급해 보인다.

현 서울시의 에너지,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은 2007년도 '서울 친환경 에너지 선언'과 더불어 마련된 '서울 친환경 에너지 기본 계획'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왔다. 이 기본 계획은 에너지 절약과 이용 효율화 및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를 주축으로 온실 기체 저감을 통한 적극적 기후 변화 대응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의 경우, 산업 부문이 56퍼센트를 차지하는 전국적 에너지 소비 구조와는 달리 가정 상업 부문이 55퍼센트를 차지하면서 이 부문이 에너지 소비를 주도하고 있었다. 이들 가정, 상업 부문의 에너지 소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전력 소비의 빠른 증가였다. 즉, 전력 소비의 경우 2000년에서 2007년까지 36.9퍼센트가 증가하여 연평균 4.6퍼센트의 성장세를 보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 에너지 소비를 감소하기 위해 에너지 절약과 이용 효율화를 정책의 골간으로 한 것은 바람직하였다고 할 수 있다. 기본 계획에 제시되어 있던 신·재생 에너지 보급 정책 역시 정책의 방향에서는 올바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 기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정책들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의 결여나 연관 정책들이 뒷받침되지 못함으로써 다만 계획에 머무른 경우들이 많았다. 공공 부문에서 '에너지 절약 인센티브를 활용한 전력 수요 관리'를 통해 에너지 감축을 하겠다고 했으나 신축 건축물에서 에너지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들이 병행되지 않으면서 공공 건축물에서 에너지 소비가 오히려 늘어나게 되었다.

이른바 글라스 커튼월을 사용한 용산 구청, 금천 구청은 열에너지 손실이 7배나 많아 냉·난방을 위해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해야만 했다. 에너지 효율 등급만을 지정하고 건축 면적 증가에 따른 에너지 소비의 절대적 증가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정책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정책의 실패를 반영하듯 2010년 서울시가 소비한 전력량은 2007년도 대비 10퍼센트가 다시 증가하였다.

▲ '호화 청사' 논란을 불러일으킨 용산 구청 청사는 열에너지 손실도 보통의 경우보다 7배나 많다. ⓒ프레시안

수송 부문의 경우도 에너지 절약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버스 중앙 차로제 등으로 대중교통의 수송 분담이 2007년도에 비해 개선이 되기는 하였으나 수송 에너지 소비 증가를 이끌고 있는 자가용 이용 억제에 필요한 적극적인 정책들이 시행되지 못함으로써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수송 에너지 소비 부문의 경우는 교통 수요 자체를 줄이기 위한 보다 거시적인 차원의 도시 계획과 연계되어야 하지만, 이런 통합적인 정책이 마련되지 못하면서 에너지 감축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곳곳에 자전거 도로가 마련되고 자전거 보관소들이 설치되기는 하였지만 자전거의 교통 분담률이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도 관련 연계 정책들의 결여에서 비롯되고 있다.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유리하게 도로 법규 등을 개정한다든가 하는 정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신·재생 에너지 정책의 경우는 신·재생 에너지 이용률을 2020년에 10퍼센트로 올리겠다는 목표만 설정되어 있었을 뿐 이를 실제로 달성할 만한 정책들이 이어지지는 못하였다. 기본계획에서도 개별 신·재생 에너지원에 대한 잠재량은 제시되었지만 이들 개별 에너지원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은 기술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폐기물 에너지 회수와 하수열 회수 방안만이 단기 정책으로 제시되고 있었다.

실제 보급을 위한 예산액에서도 태양광과 태양열, 지열에 대한 예산 증가만 있었다. 2010년 현재 신·재생 에너지 소비는 총에너지 소비의 1.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이 증가율은 연평균 0.3퍼센트 정도를 보였다. 선언과 달리 서울시가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2010년 현재까지 태양광의 설비 용량이 잠재량의 0.2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활용할 신재생 에너지원이 미흡하다고는 하지만, 서울시의 더 적극적인 예산 지원에 따라서 태양광, 태양열 활용은 현재보다 높아질 수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 이용 확대 정책은 온실 기체 감축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환경 정의의 차원에서도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서울시는 2010년 현재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전력량의 38배에 해당하는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 이들 전력의 대부분은 지역에 소재한 핵발전소, 화력 발전소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서울 지역에서 활용 가능한 재생 가능 에너지원을 활용한 전력 생산을 늘리지 않는 한 이들 발전소 주변 지역민들이 겪게 될 환경오염 등의 위험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에너지 정책에서는 이런 사회적 형평성의 문제들이 적극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온실 기체 저감, 저탄소 사회를 지향하는 이들 에너지 정책의 기본 골격은 계승하되 실행을 위한 정책들이 지금과는 다르게 입안되어야 할 것이다. 도시, 교통 정책 등 관련 정책 간의 유기적 연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에너지, 기후 변화 대응 정책들이 입안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서울시 에너지 소비 구조의 특성에 기반을 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에너지 감축 방안들이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서민 생활의 안정이라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비용 지원은 에너지 기본권, 에너지 복지 강화의 차원에서 제도화되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저소득 계층일수록 도시가스 등 저가의 에너지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광열비 비중이 높아지는 에너지 소비의 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 저소득 계층은 주거의 형태에서도 단열 효율이 낮은 낡은 단독 주택 거주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주거 환경에 대한 대책 없이 현재와 같이 지역 난방 기본 요금 감면 등으로 에너지 복지 정책이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기후 변화로 인해 혹서나 혹한일이 증가하게 되면, 에너지 소비의 불평등은 더욱 강화될 수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가 더 심화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에너지 정책은 이제 에너지 산업 정책이 아니라 에너지 복지 정책에서 기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상청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에서 2008년까지 기상 재해에 따른 우리나라 연평균 재산피해액이 2조3000억 원으로 1990년대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기상 재해는 이제 한나라의 경제를 위협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이 온실 기체 저감, 재생 가능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선언적인 차원이기는 하였지만 2007년에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였다. 이제 새로이 선출될 서울 시장은 이 패러다임을 정책으로 실현하여 서울시의 기후 변화 적응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서울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scRIPT type=text/javascript> document.onload = initFont(); </scRIPT>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동국대학교 교수

* 이 컬럼은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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