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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1-09-27 20:57
"서울 핵발전소 건설을 시장 선거 공약으로!" (한재각 부소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5,949  
절대 그럴 일이 없겠죠. 이 정도 질문이면, 살짝 맛이 간 것이 틀림없다고 할 일이겠죠. 그러나 정말 묻고 싶어서, 신새벽부터 글을 씁니다.

야당 후보로 나선, 박영선(민주당), 박원순(무소속) 그리고 최규엽(민주노동당) 후보님들. 혹시 서울에 핵발전소를 유치할 생각을 없으신지요? 전임 시장의 '스스로 탄핵' 덕분에, 제대로 된 서울 시장을 다시 뽑을 반가운 기회를 맞아서 꼭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서울에 핵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할 마음은 없으신지요?

예전에 부안의 군수가 그랬고, 최근에는 삼척의 지방자치단체장이 그랬던 것처럼, 구국의 결단 혹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한국전력에 유치 신청을 내실 의향은 없으신가요?

다들 말리더군요. 그런 것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라고. 그것도 현실성 떨어지는, <동경핵발전소>와 같은 영화 수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재미삼아 하는 말이겠지 하거나, 어이없어 실소를 짓거나. 아니면 이해는 하나 그런 말을 하면 표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선거에 나서서 한나라당 후보를 무찔러야 할 분들이, 스스로 표 떨어지는 일들을 해서야 되겠습니까? 안 될 말이죠. 그런데 정말 서울에 핵발전소는 안 되나요? 정말 서울에 핵폐기물 처리장은 안 되나요? 그럼 왜 안 되는지 설명이라도 좀 해주실 수 없을까요? 실소가 아니라, 끌끌 혀를 차지 말고, 왜 그것이 안 되는지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서울 시민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핵발전소를 안고 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아시죠? 서울시의 전력 자립도가 한자리 수라는 것을. 그것도 점점 더 줄어서 곧 소수점으로 내려갈 판입니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물어보신다면, 유치원생도 알 만한 답변이 있습니다. "자기가 어질러 놓은 것은 자기가 치워야 한다" 이런 규범. 후보님들이 선거에 나선 서울 시장의 도시가 전국의 전력 소비의 절반 가까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 또 그 전력을 실어 나르기 위해서, 핵발전소, 핵폐기물 처리장, 고압 송전탑 등의 문제로 투표권도 없는 지역 주민들이 온갖 희생과 고통을 떠안고 있다는 사실도 아실까요? 서울 시장은 서울 시민이 뽑으니, 후보님들은 투표권도 없는 이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잠시 눈감아도 되는 일일까요?

요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그 유행어의 주어가 대개 기업이기는 하지만, 서울시로 바꿔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일까요? 제가 맘대로 이해하는 바, 한 조직이 의사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그 의사 결정으로부터 영향은 받지만 그에 참여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배려라고 해둡시다.

형식적으로나마 의사 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 한 기업의 주주, 시장을 뽑을 수 있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거주민. 그러나 이들에 의해서 뽑힌 경영진과 시장이 정하고 행하는 정책이, 이들을 뽑을 수 없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상식이죠. 그래서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인가 봅니다.

다시 물어보도록 하지요. 서울시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일까요? 좀 더 좁혀서 에너지 문제에 관한 서울시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서울 시장은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 일차적으로 답을 해주길 바라는 분들은 서울 시장 후보로 나서는 분들, 박영선, 박원순, 최규엽 후보님들입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묻습니다. 우리 서울 시민들은 '사회적 책임'을 기준으로 투표를 해서는 안 되는 일일까요? 한국 사회의 탈핵을 위해서, 서울 시장은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묻고 그 대답에 따라서 투표를 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일까요? 비록 그것이 우리의 전기 가격을 얼마간 인상시키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너무 거창한 일인가요? 생활 정치니, 뭐니 하여, 이런 말들을 미뤄둬야 한다면, 그럼 당장에 닥친 일을 하나 물어보고 싶습니다. 이제 곧 폐쇄될 예정인 당인리 발전소가 있습니다. 병원이나 대형 기관들에 설치된 비상 발전기를 제외하면, 아마도 서울 시내에 자리한 거의 유일한 발전소일 것입니다. (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직 얼마되지 않지만, 시내 곳곳의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 말입니다. 그러나 일단 논외로 하지요).

이명박 대통령과 전임 오세훈 시장이 당인리 발전소를 폐쇄하고, '문화창작발전소'를 만들겠다고 공약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 되고 있는 듯합니다. 지식경제부와 서울화력발전소 측이 이 계획을 백지화했다는 소식입니다.

오랫동안 화력발전소 가동으로 인해서 피해를 감내해야 했던 지역 주민들은 당연히 반발할 일이겠죠. 언론들은 당인리 발전소의 폐쇄와 이전 문제를 두고, 다가올 선거에서 정치 쟁점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당인리 발전소는 서울 시내에 있고, 투표권을 가진 서울 시민들이 이 문제로 시위와 농성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인리 발전소의 가동으로 인해서 지역 주민들이 겪어야 했을 불편과 고통을 외면해서도 안 될 말이지만, 사실 그런 일들은 태안과 인천에 위치한 대규모 화력 발전소 인근의 주민들이 경험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이들 발전소에 생산되는 전력의 상당 부분을 서울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당인리 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민원 해결 방안이 서울 밖으로 발전소를 빼내는 것으로 귀결되고 말아야 하나요? 서울의 특별한 시민을 위해서. 이 일을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전임 시장을 공격할 호재로만 생각하시나요?

얼마 전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경험했습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절반 가까이를 소비하는 서울도, 당연히 그 정전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가 따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지식경제부, 한국전력 그리고 전력거래소 등이 서울 시민들의 일상적인 생활을 근간에서 지탱하고 있는 전력의 생산, 배분을 좌지우지할 뿐, 서울 시민을 대표하는 서울 시장은 그저 잘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서울의 '전기 자치'가 부재한 것이지요.

어쩌면 전기 공급을 한국전력에 맡기고 전기 생산의 피해를 지역 주민들에게 떠넘겨 버리고 있는, 편리한 시스템 이면의 그늘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런 편리한 시스템의 허점을 이번 대규모 정전 사태가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서울 시장 선거에 나선 후보님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반복되고 있는 제 이야기의 핵심은, 서울시의 '에너지 자립' 혹은 '에너지 자치'입니다. 그것은 서울시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 또한 서울 시민의 삶이 기반하고 있는 전력의 안정적 수급에 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서울 시장은 무엇으로, 또 어떻게 서울시의 '에너지 자립과 자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요? 아니, 과연 그것이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전력 사정을 보면 2013년까지 전력 예비율이 아슬아슬합니다. 급격히 증가할 뿐만 아니라 그 패턴마저 바뀌고 있는 전력 소비로 인해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재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장 이번 겨울에도 그런 불행한 사태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전기 난방으로 전환한 가구들이 많은 탓에 겨울철에 '전력 피크'가 3년 전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에도 전력 피크가 오고 만약 그것이 이번과 비슷한 정전 사태를 야기한다면, 이번에는 단순히 불편함을 감내하는 수준을 넘어설 것입니다. 불량한 주택에 거주하면서 전기장판이나 난로에 의존해서 생활하는 취약 계층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 시장은 이번 겨울철 전력 수요를 줄이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또,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에너지 복지 대책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이 또한 '에너지 자립과 자치'의 문제입니다.

묻고 싶은 것이 아직 많아 있기는 하지만, 글을 무한정 쓸 수 없는 일이지요. 그래도 간단하게라도 묻지 않을 수 없네요. 지난 보궐 선거 때, 후쿠시마 사고의 영향으로 민주당이 한껏 힘주어 이야기하던 핵 발전 정책 비판에 대해서 박영선 후보님은 어떻게 이야기하실까요? 예의 두루뭉술한 핵발전소 안전 담론으로 넘어갈지, 서울 시장 후보가 답할 것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실지요?

박원순 후보님의 "아이템 백개를 담을 파일"에는 탈핵 정책이 담겨져 있는지요? 최규엽 후보님께서는 핵 발전과 핵무기를 힘겹게 구분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을 넘어서, 서울 시민들에게 탈핵을 설득하고 선동할 준비는 되셨는지요? 마지막으로 야당 후보 단일화를 위한 토론에 혹시 탈핵 의제는 포함되어 있는지요? 그럼, 후보님들의 건투를 빕니다. <scRIPT type=text/javascript> document.onload = initFont(); </scRIPT>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 이 글은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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