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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2-03-21 14:41
탈핵 외면한 야권 연대(이정필 상임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6,332  
핵 마피아 품에 안기려는 '한명숙-이정희'
[초록發光] 탈핵 외면한 야권 연대


3월 10일 새벽,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야권 연대 후보 단일화 방안에 서명했다. 또 "4·11 총선의 국민 승리를 위한" 범야권 공동 정책 실천 과제에 합의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시청 광장부산역 광장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년, 이제는 탈핵이다!' 행사가 열렸다. 핵발전소가 없는 서울 한복판에서 탈핵의 염원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핵발전소 지대'인 부산에서의 함성과 공명했으리라 생각한다.

공식적인 여론 조사만 봐도 이제는 탈핵에 찬성하는 국민들이 훨씬 많다. 1년 만에 탈핵 흐름이 이 정도로 확산된 것은 이웃 나라의 비극적 사건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세계적인 탈핵 도미노를 거스르는 이명박 정부의 핵 발전 확대 정책 탓이기도 하다.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 연대가 힘을 발휘해 양당의 꿈이 실현되는 상상을 해본다. 민주통합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해 제1당이 되고, 통합진보당이 원내 교섭 단체구성한다고 말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공동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집행되길 바란다. 특히 자유무역협정(FTA)과 강정 마을 해군 기지 문제와 같은 현안들이 서둘러 처리되길 기대해 본다.

그러나 이들은 또 다른 중차대한 현안인 탈핵을 놓치고 있다. 탈핵을 다른 사안에 비해 소홀히 다룬 야권 연대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주년에 성사됐다는 데는 우연적이라기보다 어쩌면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들이 탈핵을 정책 방향으로 삼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큰 관심이 없거나 FTA 이상으로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뉴시스

FTA에 대해서 "전면 폐기"와 "재협상"으로 충돌하다가 "전면 반대"로 수정됐다. 이후에 어떻게 해석될지 모를 일이지만. 그렇다면 핵 발전 정책은? 19대 국회 공동 정책의 핵심 의제에는 빠져있고,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20개 약속' 중 13번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원자력 등을 주축으로 하는 에너지 체제를 녹색 대안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고,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중시하는 생태적 사회 경제 구조를 만들겠습니다"로 시작하는 대국민 약속은 "원전 추가 건설을 중단하며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산업, 교통, 생활 등에서 적극적인 수요 관리로 물과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고, 재생 가능 에너지의 생산을 대폭 확대한다. 또 기업 특혜적인 현행 전기 요금 부과 체계를 개선하고, 특히 대기업에 대해서는 전기 요금을 현실화"한다고 제시한다.

얼핏 보면 좋은 말이다. 그러나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탈핵 정책치고는 어이가 없다. 사실상 탈핵이라고 말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을 제외하고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 그리고 민간단체들은 경쟁하듯 앞 다퉈 '탈핵 에너지 전환' 계획을 선보였다. 이들은 과거에 당위론적인 반핵 주장에서 보다 정교한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여태껏 정부 기관과 관련 업계가 독점한 에너지 시나리오 구성 권력에 대항한 셈이다.

시나리오 작업이 그렇듯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다양한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탈핵이라는 추상적 관점이 강조점과 방법론에 따라 다양한 것은 마땅하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탈핵이라는 이름에 어울릴 수는 없다.

녹색당과 통합진보당은 2030년 탈핵이 바람직하고 가능하다고 제안하고, 통합진보당은 2040년으로 공약했다. 민주통합당은? 여전히 '원전 전면 재검토'이다.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일부가 참여하는 에너지대안포럼의 시나리오의 최대치로 보면, 2052년도 그 중 하나의 방안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한국 사회는 기존의 '원전 반대'의 구호를 넘어서 '탈핵 에너지 전환' 대안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많은 국민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탈핵 여론이 커져가는 지금 여전히 구시대적인 '재검토'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민주통합당의 '좌클릭'은 핵 발전 앞에서 멈추는 것일까? 파트너인 통합진보당이 2040 탈핵 정책공약을 FTA 의제만큼이나 강력히 요구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운동은 가까운 곳에 있고 정치는 먼 곳에 있는가?

탈핵은 단지 노후화된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금지하고, 현재 계획 중이거나 건설 중인 핵발전소를 중단하며,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를 설계 수명까지 운전하도록 허용하는 면허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적 공론화와 정치·사회적 합의 그리고 정책적 의지를 통해 적정수명을 결정해 단계적으로 폐쇄하면서 대안적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통합당들의 연대에서 탈핵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어도 탈핵에 있어서는 녹색당과 진보신당이 정당(正黨)이다. 신중할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다. 핵발전소의 자연 소멸을 기다리는 공약에 탈핵을 붙이기 민망하다. 탈핵을 바라는 유권자들이 비례 대표 1인을 뽑을 수 있다면, 녹색당과 진보신당 중 어느 당에 투표할지 고민하는 한 달이 되길 소망한다.

/ 이정필(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 초록발광 칼럼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0321091359&section=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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