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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3-03-11 10:36
후쿠시마 2년, 한국을 묻는다(이정필 상임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5,533  

"원전 지옥, 탈핵 희망!" 한국은 왜 못하나?
[초록發光] 후쿠시마 2, 한국을 묻는다


후쿠시마
2주기를 생각한다

작년(2012) 310,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 이제는 탈핵이다!' 행사가 열렸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서울광장은 북적였다. 그리고 1년 뒤인 39일에는 '후쿠시마 사고 2주기, 추모와 우정의 탈핵 축제'가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그 동안 한국 사회는 얼마나 변했을까? 간혹 공개되는 사고와 비리로 핵 발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유지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간간히 들여오는 후쿠시마 소식보다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의 맞불로 시작된 일본 상품 불매 운동에 세간의 관심이 더 큰 것 같다. 모든 걸 망각 탓으로 돌리기엔 뭔가 이상하다. 우리를 되돌아볼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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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대선의 결과로 당분간 핵 발전 정책에서 어떤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변화는 다른 데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 비전 및 국정 목표'를 발표한 이후에 신속하게 반응한 주식 시장에서 말이다. 핵 발전 정책에 변함이 없을 것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인 핵 발전 수출 정책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원전 수출 5대 강국'을 지향하겠다는 대통력직 인수위원회가 보낸 정치적 신호를 포착했기에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창조 경제'와 핵 발전은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창조 경제라는 게 족보를 찾자면 '인지자본주의' 따위로 볼 수 있겠는데 그렇게 일관된 체계는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성장 모델을 지향해 돈 되는 걸 포기할 리 만무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과거 패러다임이라고 거부한 '선진국 추격형'의 전형적인 사례인 '원전 수출'만 해도 그렇다.

그렇다고 국내에서 사양화될 것을 대비해 해외로 나가는 게 아니다
. 올해 8월에 수립될 2차 에너지 기본 계획에서 2025년 이후의 적정 규모를 '재설정'하겠다고 하지만, '원전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정치적 수사를 앞세워 적당히 늘리려고 시도할 것이다. 그것도 '안전 사회'라는 미명하에서. 그렇다면 '창조 경제' 역시 '녹색 성장'과 닮은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권이 끝나면 (신설된다는) 미래창조과학부도 녹색성장위원회와 같은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
국정 비전 및 국정 목표'에 흥미로운 게 또 있다. 4대강 사업이라는 소나기는 피해볼 요량인지 녹색 성장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다. 대신 공적개발원조(ODA)와 녹색기후기금(GCF) 같은 국제 분야에서 녹색 성장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 그렇다면 유리한 내용만 발췌해 재활용한 게 아닌가. 반면 녹색 성장에서 전면적으로 부각된 핵 발전 확대와 수출은 두 개로 쪼개져 자리를 다시 배정받았다. 국내 부분은 에너지·안전 범주로 표면적으로는 가치 절하되었고, 수출 부분은 창조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재분류되었을 뿐이다.

녹색 성장이야 실체가 어떻든 담론적으로는 이전 정부와 차별화되었는데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는
? 대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이 흔적을 지우고 싶어 하는 과거 정부의 정책과 대동소이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공정 경쟁을 다룬 '원칙이 바로 선 시장 경제 질서 확립' 부분일 것이다.

창조 경제 밖에 있는 것으로는 최근 분위기에서 '대립 쟁점'이기보다 '합의 쟁점''맞춤형 고용·복지'이다. 이 두 부분에서 일정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행복 시대'를 여는 건 불가능하다. 본인이 밝혔듯이 '원칙이 무너진 자본주의'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마트를 겨냥한 포문이 어디로 향할지 지켜볼 일이다.

ⓒ프레시안

 그렇다면, '탈핵 진영'은 잘 하고 있는가? 후쿠시마 이후에 한국 사회의 변화된 모습은 많은 이가 다뤘기에 여기서 같은 내용을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탈핵 진영 내부를 돌아보는 게 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1야당인 민주통합당에서 '탈핵 및 에너지 전환 기본 법()'을 준비하고 있고, 2주기 행사가 성대하게 열린 마당에 무슨 힘 빼는 소리냐고 하겠지만, 그만큼 현재 상황이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환경 단체, 주민 단체와 노동조합은 제6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대응했다. 공청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할 것인지를 두고 전략적, 전술적 차이가 발생하긴 했으나 아무튼 이것저것 했다. 그리고 일부 국회의원의 노력에다 결정적으로 환경부의 반란으로 '지식경제부의 자체 행정 계획'으로 취급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자 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 행동'과 이 네트워크를 이끄는 주요 단체들이 탈핵 에너지 전환에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성명서, 토론회, 캠페인과 행사 등 일련의 정형화된 방식의 쳇바퀴 속에서 시민 운동이 제 갈 길을 가고 있는지 말이다. 

'탈핵 에너지 전환 국회의원 모임'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탈핵 주간(311~15)의 행사들 역시 이런 질문의 대상이다. 탈핵을 주제로 사진전, 강연, 영화 상영, 좌담회 등 다채로운 자리가 국회 공간에 마련된다는 상징을 제외하면 무엇이 남는가? 사회단체와 국회의원 모임의 연대는 공고화될지언정 그게 성과로만 볼 시기는 지나지 않았는가? 평범한 시민들에게 던지는 '원전 지옥, 탈핵 희망' 메시지를 세련되게 만들어 사회적 힘을 키우는 데는 왜 소극적일까? 

열약한 조건에서 헌신하는 단체와 활동가들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할 수 있겠다. 시민햇빛발전과 에너지협동조합과 같은 대안적 실천에도 나서고 있는데 왜 딴죽을 거냐고. 자신과는 무관한 지적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런데 '협동조합 및 사회적 기업의 활성화로 따뜻한 성장 도모'는 창조 경제의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박근혜 표' 슬로건이다. 여기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같은 정책과 제도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는다.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의 마을 만들기와 협동조합에 대한 공동체적 접근은 확실히 긍정적이다. '원전 하나 줄이기'라는 비전으로 집행되는 여러 사업들 역시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정책 개선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으로 특정 시스템을 바꾸는 시도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오류를 겪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 행정의 자체 사업이든 민간 지원 사업이든 에너지 환경 관련 사업에 많은 돈이 풀리고 있다. 3년이 짧긴 하지만 중간 중간 냉철한 평가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착한 행정 그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관료와 전문가 중심의 사업 추진 관행을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런 점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한 시민 참여 운동 전략을 수립·추진하고, 기업과의 연계 사업과 민간 단체와의 네트워크 구축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에너지시민협력반을 구성·운영하는 시도는 바람직하다 하겠다. 

그러나 서울형 녹색 산업과 녹색 일자리 발굴의 사례와 같이 여전히 과거 패턴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이 드는 방식은 여전하다. 서울통산산업진흥원이 관여하는 녹색산업상생발전협의회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 발전에 노력한다는 점이 문제가 아니다. 녹색 일자리에서 빠져서는 안 될 노동조합과 노동자들과의 관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진정한 문제다. 고용 친화적 정책 방향과도 어울리지 않은 이런 태도를 버리지 못하면 박원순 시장은 시민운동가 출신의 착한 행정가만 기억될지도 모른다. 민주 정부 10년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로부터의 행정이나 그럴듯한 모델 수입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야권에서 탈핵 정치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여당이 있다는 것 말고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려워 보이는 민주통합당이 탈핵을 전면에 들고 나올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야권 재편의 격랑 속에서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고 '안철수의 재등장'이 새로운 탈핵 정치에 대한 열망에 부응할지 장담할 수 없다. 일부 스타 정치인에 대한 관심을 제외하면 유의미한 국민적 지지가 없는 진보 정당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아직 소아적 실험 정당인 녹색당은 더 크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확실히 해야 한다. 탈핵에 어떤 성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야당의 품에 안겨서도 안 되고 오래된 관습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후쿠시마 2주기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다.


/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31102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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