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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3-10-11 08:26
판교 고속도로는 '이전'...밀양 송전탑은 '강행' (김세호 김제남 의원실 정책비서관)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8,438  

위는 밀양 송전탑 반대 아래(왼쪽)는 판교 고속도로 이전과 보호관찰소 이전 반대 시위 모습


너무 다른 두 동네 이야기
[에정칼럼] 판교 고속도로는 '이전'...밀양 송전탑은 '강행'

A동네, 주변에 고속도로가 지나간다고 주변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고속도로를 옮기기로 결정이 났다.

B동네, 주변에 송전탑이 건설된다고 시위를 했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시위를 했고, 어느 날 그 과정에서 한 분이 분신을 했다. 많은 논란 속에 공사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다 최근 다시 송전탑 공사가 재개되었다.

A동네와 B동네는 많이 떨어져 있다.

A동네는 5년이 채 되지 않은 신도시이지만, B동네는 최소 수백년 이상 이어온 동네다. 재미난 것은 A동네가 만들어지기 오래전부터 고속도로는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A동네와 B동네는 무엇이 다를까?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B동네는 밀양이다. 그럼 A 동네는? 판교다.

2012년 성남시와 한국도로공사는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서판교 일대를 지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1.84km 구간을 2015년 10월까지 110m 북쪽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 고속도로 이설공사에 1,06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판교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이설은 2008년 7월 최상층(18층) 소음치가 기준치를 웃도는 71㏈까지 나와 입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고, 방음벽 설치를 추진했으나 외곽순환고속도로의 운중교 구조물이 방음벽 하중을 견디지 못한다는 진단에 따라 2009년 9월에 고속도로 이전을 확정했다.

반면, 밀양 송전탑 공사는 2000년 정부의 송변전설비계획때 확정되었지만 정작 지역주민들은 2005년 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 개최 소식을 통해 처음으로 765kV 송전선로 사업실시를 알았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8년 동안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송전탑 공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런데 더욱 재밌는 것은 밀양 주민들이 처음부터 송전탑 공사 자체를 반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칫 우리로 인해서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겨 국가가 어려워지지는 않을까? 혹여 사람들이 님비로 오해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는 것이다. 여전히 국가정책에 대해 개인을 희생할 수 있다는 애국심이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공사재개를 앞두고 부북면 평밭마을 움막에 태극기를 게양한 사실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7~80대의 할매·할배들이 밤을 세워가며 대한민국의 에너지정책과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그 결과 내린 결론이 “송전탑의 불가피성은 알겠다. 하지만 우리 지역으로 지나가는 765kV 송전선로는 논밭과 마을을 너무 많이 가로질러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가공선로 대신에 345kV 지중화로 해달라”는 요구였다.

밀양 주민들이 요구한 송전선로 지중화는 밀양구간 37km에 5,953억원 정도이다. 판교의 고속도로 이설비용인 1km당 578억원을 밀양구간 37km의 거리에 맞게 계산하면 2조1,396억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는 밀양구간의 송전선로 지중화 공사비의 3.6배에 이른다. 그러나 정부와 한전은 어림도 없는 소리라며 밀양 주민들의 요구를 번번히 묵살했다. 그 결과 2012년 1월, 한 분의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밀양은 선제적 갈등관리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우연히도 성남의 보호관찰소 이전문제가 갈등관리 대상이 되었다. 최근 성남보호관찰소가 분당 서현동으로 이전되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분당에서는 ‘분당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3일 동안 분당구 성남보호관찰소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그 결과 정부는 성남보호관찰소 이전을 백지화 했다.

판교와 밀양에서의 민원해결 방식 차이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8년 동안 한명의 목숨을 잃어가면 싸워온 밀양, 3일간의 침묵시위를 한 분당. 그 차이는 무엇일까?

농성을 주도한 이들이 분당에서는 3~40대의 젊은 여성들인 아이들의 엄마였다면, 밀양은 7~80대 할매․할배들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3~40대의 엄마든, 7~80대의 할매든, 이들은 우리 아이들의 엄마이고 우리들의 엄마다. 그런데 왜 분당은 되고 밀양은 안되는가?

그것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동네 A는 대한민국에서 고소득 중산층이 모여살고 그들의 문화의 향유하고 누리는 도시로 100만의 인구가 살고 있는 곳인 반면, 동네 B는 7~80대가 대부분이고 여전히 지금도 부락공동체를 간직하며 살아가는 시골의 작은 마을로, 3,400명이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전문가협의체를 진행과정에서 한 전력계통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신고리 원전의 전력을 보낼 수 있는 것이 밀양 765kV 송전탑밖에 없다구요? 그건 거짓말이예요. 박근혜 대통령이 시키면 다 할 꺼면서. 단지 안 할 뿐이지…”

밀양 송전탑의 문제는 기술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문제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밀양 송전탑 해결의 열쇠는 한전도 아닌 산업부도 아닌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다.


/김세호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 정책비서관

*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http://www.redian.org/archive/60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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