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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09-09-21 16:33
기후변화와 우리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7,822  

기후변화와 우리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가 맞이할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는 목소리들이 잇따르고 있다. 해외 주요 연구 기관들이 잇달아 내놓는 보고서들은 지구촌의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굼뜬 행보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미흡하긴 하지만 교토의정서를 통한 국제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21세기 말 지구 온도는 과거 예상치에 비해 약 2배가 높은 5.2도 상승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후 변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이 1-2도 올라갈 경우 생물종의 3분의 1이 현재 서식지를 떠나 멸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보다 3배가 높은 온도 상승은 지구 전체 생물종의 멸종을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지구의 뚜렷한 온도 상승은 북극에서 관측되고 있다. 처음으로 북극해 얼음층의 두께를 측정한 NASA 특수 위성 ICE Sat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두께가 42% 감소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산악지대 30개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도 2배 증가했다고 한다. 빙하가 사라짐에 따라 그동안 이산화탄소, 메탄의 저장고로 역할을 해온 영구 동토층이 녹아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즉, 동토층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대량 방출로 지구의 온도 상승이 더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이미 기후 변화로 인해 재앙에 가까운 자연 재해의 빈발로 개도국은 물론 선진국도 피해액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유엔의 ‘기후 적응의 경제적 작업반’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에 GDP의 19%가 기후 변화로 사라지는 국가도 출현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보고서는 미국 플로리다의 경우 GDP의 10%가 기후 변화로 인해 감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경고들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지구적 행동을 준비해야 할 국제 사회의 움직임은 굼뜨기만 하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역사적 책무를 인정하면서도 선진국들 대다수가 여전히 자국의 경제적 이해 계산을 앞세워 보수적인 감축 목표만을 제시하고 있다.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40% 감축 달성을 약속하고 있는 독일과 같은 국가도 존재하지만, 같은 유럽 소속의 스페인은 예상보다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기후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었던 오바마 미국 정부는 최근 자국에 불리한 교토의정서 시스템 대신에 새로운 감축 의무 시스템 도입을 제시하기까지 하였다. 역사적 의무를 져야할 선진국이 이러하니 이산화탄소 배출 권리(?)를 보유한 개도국에게 기후 변화에 더 적극적일 것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환경 오염 물질로 정의하고 이를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여 에너지 시스템 자체를 전환하여 이산화탄소 총량을 줄이고자 하는 개별 국가들의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구가 보내오는 경고 메시지는 이들 몇몇 국가들의 노력을 넘어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의 역사적 책무를 지고 있는 선진국들에서 현재보다는 더 강력한 목표치를 제시하고 동시에 감축에 필요한 기술들을 개도국과 미개발국에 이전하는 노력들, 재정적인 지원 확충에 앞서야 한다. 유엔에서 발간한 ‘2009년 세계 경제와 사회 조사’ 보고서는 현재의 기후 변화 악화가 선진국에서 개도국과 미개발국에서의 빈곤 퇴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또한 기술과 자원 이전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때문을 지적하고 있다. 개도국 및 미개발국이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자면, 지적재산권 제도 개정 등을 통해 이들 국가들에 필요한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이전 등의 실질적인 정책이 이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기후 변화 위기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책적 노력들이 등장하고 있다. 여전히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기는 하지만 기후 변화 문제를 경제 성장에 연계시키고 있는 ‘녹색성장’ 비전이 제시되었고, 이런 비전 하에 처음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작업도 이루어졌다. 공공 기관에 대한 에너지 총량 관리, 지자체 차원에서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진행, 그린에너지 산업 육성 등 온실가스 감축 정책 사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기후 변화 대응의 과제가 산업 부흥을 통한 경제 성장 과제에 밀리면서 이들 선진적인 정책들이 본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들 사이에 엇박자를 내면서 한 부문에서의 온실 가스 저감이 다른 부문에서의 온실가스 증가를 가져오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국제적 관계 속에서 국내 정책을 평가하는 기제도 결여되어, 국내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정책들이 국제적으로 온실가스 증가를 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 수송 분야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원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정책으로 해외 바이오에탄올 자원 확보가 이런 엇박자 정책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동남 아시아의 저렴한 농토와 인적 자원을 활용하여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바이오에탄올을 확보한다는 정책은 이들 지역의 삼림, 환경 파괴를 가져와 온실가스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 이밖에도 수송 분야와 관련된 정책들은 정부가 기후 변화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지 의아심을 갖게 한다. 자전거 교통 정책들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유럽에서 자전거는 70년대 고유가에 대응하여 도심 자동차 교통을 대체할 수 있는 교통 수단으로 인식되며 이에 걸맞는 정책들이 이어져왔다.
최근 정부에서도 자전거의 친환경성을 언급하며, 자전거의 수송 분담을 높이는 정책 실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와 동시에 자전거 산업 육성이라는 경제 정책을 발표하였다. 국내 자전거 이용의 활성화를 통해 국내 시장을 넓히고 이를 발판으로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여 자전거 생산 강국으로 발돔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의 중심이 기후 변화 대응이 아니라 여전히 산업에 기울어져 있음은 자전거 관련 정책 실행 과정에서 잘 볼 수 있다. 앞서 도심 내 대체 교통 수단으로서 자전거 활용을 장려하여 도시 온실가스 저감을 하자면, 현재 자전거 도로 정비, 교통 신호 체계 정비 및 자전거 이용을 막고 있는 각종 교통 법규 등이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우선은 4대강 유역을 경유하여 전국을 잇는 자전거 도로 개통, 레저 산업으로 자전거 산업 육성 등에 놓여져 있다. 이들 자전거 고속 도로 설비로 인해 삼림이 망가지면서 오히려 전국적으로 온실가스 증가가 예측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관련 정책도 이런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 빠른 증가를 이야기하면서 정부는 2011년부터 의무할당제를 실시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동시에 2002년부터 실시되어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과 풍력 분야 시장의 급속한 성장, 산업 기술 축적의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발전차액지원제도의 폐지를 예고하였다.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의무할당제를 도입해온 미국에서도 최근 그 성과를 인정받아 도입이 장려되고 있는 제도이다. 실제로 이 제도는 개인 발전업자들의 대규모 참여를 가져와 재생에너지 시장을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했고 이로 말미암아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높여 놓았다. 재생에너지 공급 확충을 이야기하면서 정부는 거꾸로 가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의무할당제는 이들 재생에너지 생산 설비의 대규모화를 가져와 환경 파괴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부과된 할당량을 효율적으로 채우자면,의무할당을 부과받을 한전 등 발전업체에서는 개인 발전업에 투자하기 보다는 대규모 발전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환경 파괴 우려를 낳고 있는 대형 조력 발전, 삼림 파괴를 가능하게 하는 대형 태양광 발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될 것이다. 이는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오히려 온실가스 증가를 가져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한편, 정부의 산업 정책 중심의 기후 변화 대응 노력은 ‘4대강 보에 소수력 설치’ 사업이라는 키메라를 결과하기도 한다. 보 쌓기와 준설 등 건설 기술을 동원한 4대강 정비 사업은 일시적인 일자리 창출을 가능하게 할지는 모르지만, 4대강 생태계 파괴는 너무나 자명하다. 이런 반대 논리에 정부는 4대강 유역의 생태 공원 조성 이외에 보에 소수력을 설치해서 친환경 전기 생산으로 대응하고 있다. 보의 생태 훼손성을 재생에너지 친환경성으로 보완하겠다는 논리이다. 기후 변화 대응이 정책의 중심에 있다면 정부의 정책은 아마도 4대강 유역 농토 및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여 온실가스 흡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을까? 

 지구가 보내는 위기음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를 위기 대응 체제로 이끌어갈 정부는 여기에 정말로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정부를 견인해 줄 시민 사회 역시 아직은 산업 사회의 미몽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못하다. 기후 변화 대응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에너지 기후정책 연구소는 이들 사회적 논의의 방향성과 내용 정립에 기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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