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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09-12-12 09:12
한국은 노아의 방주라도 가지고 있는가?(이정필 상임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7,990  

한국은 노아의 방주라도 가지고 있는가?

- 이정필(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12월 11일, 코펜하겐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 회의장인 벨라 센터 한 회의실에서 한국 협상 대표단과 한국 몇몇 사회단체 및 기자들이 모였다. 한국 협상단으로부터 COP15 협상 경과에 대한 브리핑(1차)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한국 협상단을 대표하는지 모르겠지만, 정래권 기후변화대사가 브리핑을 하고 참석자들이 질의하는 방식이었다.

정대사의 발언 요지는 단순하다. ‘한국 정부는 협상장에 오기 전에 한국의 입장과 주장을 거의 다 관철했다.’ 즉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안을 국제사회에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종일관 한국의 ‘자율적’ 감축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강조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자발적’ 방식이 아닌 이와 무슨 차이인지는 모를 자율적 방식이 중요한 정대사에게는 한 가지 확고한 원칙이 있었다. 기후변화의 역사적 책임만은 없다고 생각되는 한국은 국제법상 구속력있는 실제적인 의무감축을 회피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에게는 한국의 2020년 BAU 대비 30% 감축안의 관철 입장만 존재할 뿐, 전세계의 기후 파국을 막기 위한 협상전략은 없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선진국에게 온실가스를 450ppm 제한으로 배출량을 할당하고 어길 경우 패널티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장난 하는 것 같은 정대사에게 질문해 직접 대답을 구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보여, 간접적으로나마 묻고 싶다. Annex 1 국가와 Non-Annex 1 국가의 낡은 이분법적인 구분법 파기 주장은 한국의 자율성만을 위한 말장난이 아닌가? 새로운 코펜하겐 협상 타결에 대한 희망(Hofenhagen?)과 노력조차 없는 외교적 입장은 한국의 보신주의의 결과가 아닌가? 그렇다면 한국은 지구 없이 살 수 있는가 묻고 싶다. 과연 한국에 노아의 방주가 있는 걸까?

한편 브리핑에 참석한 누군가 질문을 했다. 한국의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어떻게 부스까지 차려가면서 홍보할 수 있는가? 당장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정부의 녹색성장은 한국의 효자 상품이 되었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의 주력 브랜드인 4대강 살리기와 녹색성장에 대한 질문은 무의미했다. 정대사는 ‘협상내용과 무관하기 때문에 여기서 논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답을 회피했다.

그렇다. 정대사에게 깔끔한 녹색성장 홍보 책자가 쌓여 있는 부스는 기후변화가 아닌 것이다. 브리핑에 함께 배석하여 사회를 보는 박흥경 녹색성장위원회 협상 TF팀장은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녹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대신 총대를 멨다. 수자원의 중요성을 말하는 듯, 예로 든 만년설에 의존해 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안타까운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바로 전 정대사는 투발루 등 이미 기후변화에 생존을 위협받는 군소도서국가들과 아프리카의 빈국들의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제안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철없는 애를 타이르는 듯한 어투를 선보이며, 그러한 긴급한 주장에 대해 불필요한 이분법을 적용하면서 왜 그런 식의 접근을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런 그들에게 질문이 또 있다. 4대강을 살려서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 민중들에게 물을 수출 아니면 원조할 것인가?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를 왜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자리에서 대답하지 못하는가?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가장 중요한 회의 석상에서 실체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기어코 4대강을 선전하면서 왜 조목조목 비판하는 내국인들에게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걸까?

2차 브리핑 때는 무슨 말씀을 하실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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