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Leap Manifesto와 기후정의

스웨덴은 Initiative Fossil-free Sweden을 통해 세계 최초로 화석연료 없는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일종의 녹색사회민주주의인 녹색복지국가인 셈이다. 그렇다면 경제와 재정에서 석유 비중이 높은 다른 복지국가에서는 어떨까. 최근 캐나다에는 다른 측면에서 새로운 사회운동과 정당운동이 기후정의에 영감을 주고 있다. 한국 기후정의 운동도 관심을 갖고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Leap Manifesto는 2015년 9월 캐나다 총선 과정에서 작가, 예술가, 정치인, 학자, 원주민조직, 환경단체, 노동조합, 종교단체들의 폭넓은 모임이 주도한 서명운동으로 시작됐다. 캐나다의 녹색경제 전환과 화석연료 사용 중지를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타르샌드 개발 중지를 주요 요구사항으로 선택하고, 그 대안으로 전력분야는 20년 내에 100%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2050년까지 탈화석연료를 목표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논쟁을 촉발시켰다. 그만큼 타르샌드 개발주의가 캐나다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의로운 전환 개념이 탄생한 캐나다에서 Leap Manifesto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이 매니페스토 운동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원주민 권리, 양질의 녹색일자리(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 확대, 사회안정망 확충, 안전한 먹거리 시스템 구축, 경제 불평등과 젠더/인종 차별 반대를 포괄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주된 관점으로 삼고 있다. 이들이 도약(leap)이란 용어를 선택한 이유는, 더 이상 점진적인 개혁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Leap Manifesto의 15가지 원칙은 1) 원주민 원리 인정, 2)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 3) 신규 에너지 채굴 프로젝트 금지, 4) 지역사회 중심의 에너지 민주주의 실현(재생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집합적 통제, 산업오염으로 영향 받는 집단에게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공적 지원), 5) 보편적인 주택에너지효율화 프로그램 실행(저소득층 우선 고려), 6) 재생에너지로 달리는 고속 철도와 모든 지역을 연결하는 대중교통 구축과 이용 가능한 요금 책정, 7) 탄소집약적 산업 노동자들을 위한 훈련과 지원 프로그램 실행(재생에너지 경제 참여 보장), 8) 낙후된 사회 인프라 투자로 이상기후 대비, 9) 화석연료 의존도와 국제공급 충격을 줄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감당할 수 있는 먹거리 제공을 위한 지역화되고 생태화된 농업체계 발전, 10) 지역경제 재구축, 기업 규제와 채굴사업 중단을 방해하는 모든 무역협상 중지, 11) 모든 외국인/노동자들의 이민/난민 인정 및 보호(기후정의 국제주의), 12) 저탄소 경제/사회활동(돌봄, 교육, 공익, 예술, 언론) 확대, 13) (사람이나 자연에 대한 돌봄 노동에 대해) 기본소득 도입 논의 필요, 14) 긴축 반대, 에너지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에 재정 지출 확대(화석연료 보조금 중지, 금융거래세 도입, 자원세 인상, 법인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상, 누진적 탄소세 도입, 군비 축소), 15) 투표의 동등성 보장과 기업의 정치후원 배제. 


  
Leap Manifesto는 2016년 1월부터 본격적인 대중운동으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2015년 총선에서 패배한 후 2016년 4월에 열린 캐나다 신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이 매니페스토를 둘러싼 논쟁이 격렬하게 전개되기도 했다. 결국 전당대회에서 매니페스토의 의미를 일부 인정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이에 대해 신민주당의 좌향좌를 대표하는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전당대회의 결과는 문제를 봉합한 수준으로 끝났기 때문에, 향후 당내에서는 타르샌드 등 석유기반 경제를 고수하려는 세력과 에너지 전환/정의로운 전환을 주장하는 세력 사이에 논쟁은 더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Leap Manifesto 운동은 환경단체는 물론 노동조합과 사회단체와 지식인 집단 등이 결합된 광범위한 네트워크로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비록 비당파적 정치운동을 지향하지만, 정치사회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y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