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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동향

 
작성일 : 11-01-17 01:26
[국외동향] [환경일보] 위기에 처한 국제기후변화체제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4,683  

위기에 처한 국제기후변화체제칸쿤회의,
‘의무감축을 자발적 행동으로’ 변질,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 원칙 심각하게 훼손




환경정의가 주관하고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주최한 ‘칸쿤 기후회의 평가와 한국의 기후정책·운동방향 진단’ 토론회에서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은 국제기후변화체제가 약화되고 있다며 칸쿤 회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칸쿤 회의에 대해 정부가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는 것과 달리 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은 기후협상 논의에서 매우 후퇴한 내용으로 평가받는 ‘코펜하겐 합의(Copenhagen Accord)’를 사실상 추인한 것에 불과하며 국제기후 레짐의 궁극적인 목표인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선진국들의 실제적 합의가 없다는 점을 들어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시킨 교토의정서를 거부했던 미국이 ‘코펜하겐 합의’를 주도하고 칸쿤 합의는 사실상 이를 추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국제기후 거버넌스가 미국 중심의 새로운 협상 패러다임으로 왜곡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합의 지지’ 조작

칸쿤 회의 기간 중 논란이 됐던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의하면 미국은 몰디브를 비롯한 남태평양 섬나라 국가들에게 재정지원을 빌미로 자신들이 주도하는 ‘코펜하겐 합의’ 지지를 조직했고 해수면 상승이라는 눈앞에 닥친 위기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했던 이들 군소도서국가들이 수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공 등 신흥 개도국들은 녹색기술 협력과 녹색성장의 파이를 나누는 것을 전제로 협정문 지지서명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들은 미국이 이러한 개정을 통해 현재의 기후협약과 교토의정서 체제보다 대폭 약화된 새로운 기후협상 패러다임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회의장 바깥에서는 미국의 이러한 행동은 전 세계 NGO들의 엄청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구의 벗은 “위키리크스를 통해 부자 나라들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회피하고 개도국들에게 돈을 미끼로 한 부정한 방법으로 협정문 지지를 강요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칸쿤 합의문에 따르면 선진국은 국제적으로 감축 공약을 발표해 실행에 옮기고 개도국은 자발적 감축행동을 제시하면 된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감축목표치나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으며 전적으로 자발적인 행동에 기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 이유진 정책위원은 “미국은 모두가 불편하지 않은 지나치게 무난한 협상 틀을 제시함으로써 결국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목표를 달성한 셈”이라며 “유럽이 경제위기 여파로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코펜하겐 회의처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암묵적 합의가 이뤄지면 기후변화협약은 문서상의 협약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김정인 교수도 “칸쿤 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에 역사적인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의 우선 감축을 유도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IPCC가 요구에 미달하는 수준의 자발적 감축을 공식화시켜 이후 온실가스 감축이 교토체제와 달리 자발적 감축으로 변질될 위험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함께 일관되게 교토의정서 체제를 반대했던 호주는 공공연하게 칸쿤 합의에 대해 ‘기후협상 게임의 룰을 바꾸는 계기’로 규정했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국제환경협약의 오랜 정신이었던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 원칙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벤트로 변질된 당사국총회

고려대학교 조용성 교수는 “기후변화당사국총회가 시간이 지나면서 본질에서 벗어난 이벤트로 변질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예전에는 국제 NGO들이 협상과정을 모니터링 하고 각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에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만들었지만 이제는 산업계가 로비를 통해 협상에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서왕진 연구교수는 “기후변화협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오염을 유발한 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과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이다. 이것이 무너지면 기후변화체계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면서 “코펜하겐의 실패로 심각한 위기에 빠진 국제기후체제의 존속을 위해 다급하게 칸쿤 합의를 도출했지만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자발적 감축으로 나갈 위험성이 커지면서 국제기후체제가 매우 취약해졌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예산 너무 적어

정부의 기후변화 관련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예산은 2007년에 처음으로 63억원이 책정됐고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해 2008년에야 겨우 74억원이 책정됐다. 특히 기후변화협력 강화 예산은 2008년 10억원, 2009년 11억원에 불과했다. 2009년부터 기후변화협약 대응 분야에 301억원, 기후변화적응 및 국민실천 지원에 187억원이 책정됐다. 

이와 관련 김정인 교수는 “우리나라가 전세계적으로 R&D 투자가 6~7위에 해당하지만 이에 비해 기후변화 연구에 관한 투자는 매우 적고 이마저도 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환경과학원으로 이원화된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기후변화 정책이 각 부처별로 중복되고 유사 과제 도출로 효율적 업무 추진이 미흡하며 적응실행 내용면에서 위험요소 파악 및 완화, 기후적응을 위한 자연, 사회적 시스템 마련이 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적응 대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기관의 역량 강화와 다양한 연구분야의 추진 및 예산 증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수요 줄여야
 
기후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전기요금 현실화 문제도 화두로 떠올랐다.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총수요 관리에 대해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최광림 책임연구원은 “국가의 책무는 국민들에게 절약을 강조해서 겨울에 춥게, 여름에는 덥게 살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윤택하고 편안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라며 “전기요금이 상승하면 물가 역시 상승한다. 한국이 경제성장률에 비해 낮은 물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저렴한 공공요금 덕분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용성 교수는 “그동안 우리의 산업은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받고 손실분을 국민들이 감당하는 교차지원 형태였다”면서 “지금 산업계가 누리고 있는 혜택은 결국 일반 국민들의 부담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반대의 의견을 나타냈다. 

또한 조 교수는 “전기요금이 현실화되면 물가인상 압력이 거세지고 저소득층 등 사회취약계층에게 피해가 갈 수 있겠지만 전기요금 인상으로 마련한 재원을 복지에 사용하면 이전보다 바람직한 형태로 후생복리가 강화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에코맘 코리아의 하지원 대표도 “코펜하겐 회의에 갔을 때 보니, 덴마크가 우리보다 1인당 GDP가 2.5배 높으면서도 실내에서도 양말을 신어야 잠이 올 정도로 실내기온을 낮게 유지했다”면서 “녹색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줄이는 실천이 더욱 중요하며 여기에 NGO의 역할이 있다”며 에너지 절약을 강조했다.


* 기사원문 : http://www.hkbs.co.kr/hkbs/news.php?mid=1&r=view&uid=196936&treec=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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