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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5-01 02:21
[국외동향] [Yes!]볼리비아, 최초로 어머니대지 법률 제정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8,552  

[Yes!]볼리비아, 최초로 어머니대지 법률 제정

볼리비아 정치인들과 풀뿌리 단체들이 세계 최초로 대지지구법 혹은 어머니대지법(Law of Mother Earth) 제정에 들어갔다. 한마디로 자연에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자연권’. 자연의 권리를 인간의 권리와 동등하게 상정하고, 나라의 광물 자원을 “축복”으로 재정의하고, 이제 오염을 줄이고 산업을 통제하기 위해 새로운 급진적인 보존과 사회적 수단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한다. 볼리비아의 경제와 사회의 근본적인 생태적 전환을 요구하며, 현재와 미래의 법률이 이 법안의 내용을 적용하고 자연의 생태적 한계를 수용할 것을 밝힌다. 더 많은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를 자극하는 현 추세가 아니라, Sumaj Kawsay 혹은 Vivir Bien(living well, or living in harmony with nature and people)의 정신에 인도되길 요청하는 것이다.

2010년 칸쿤 기후총회에서 웃음거리가 됐던 볼리비아가 자국에서 11개의 새로운 자연의 권리를 제정한다. 생명, 재생, 생물다양성, 물, 공기, 균형, 회생 등(the right to life and to exist; the right to continue vital cycles and processes free from human alteration; the right to pure water and clean air; the right to balance; the right not to be polluted; and the right to not have cellular structure modified or genetically altered). 자연에 대한 인간의 약탈을 금지하고 나아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최대한 추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자연권 선언’이라 할 만 하다. 볼리비아 정부는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쓰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자부한다.

그 법을 이행하자면, 재생가능에너지원으로의 전환, 모든 경제활동에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새로운 경제적 지표 개발, 공․사기업에 대한 생태적 감사 시행, 온실가스 규제와 감축, 식량과 재생가능에너지 주권 정책 개발, 에너지효율과 생태적 실천과 유기농 자원 연구 및 투자, 모든 기업과 개인이 환경피해를 복원하는 의무를 갖고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지기와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법안에 따라, 대지지구부 혹은 어머니대지부(Ministry of Mother Earth)가 신설되는데, 부처간 자문회의와 옴부즈맨 역할을 하게 된다. 

그 권리에 생태계와 공동체의 균형에 영향을 끼치는 대규모 기반시설과 개발 프로젝트에 영향을 받지 않을 권리를 담고 있어서 더욱 논쟁적일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또한 지역 공동체에 오염산업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새로운 법적 권한을 부여한다. 볼리비아는 오랜 동안 주석, 은, 그리고 다른 천연자원 채굴로 인한 심각한 환경문제에 시달려 왔다. 법안이 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전망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집권 여당(Movimiento Al Socialismo, MAS)이 상하원에서 다수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러나 규제가 심해지는 기업들과 그 법안을 지지하는 강력한 사회운동 간에 아슬아슬한 곡예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채굴기업들로부터 연간 5억달러를 받는데 외환의 1/3가량에 해당한다. 그리고 볼리비아 수출의 70%가 그러한 천연자원에서 발생한다. 16세기 스페인이 은을 발견한 후 이런 자원수탈과 재정수입 방식이 이어져 오고 있다(에두아르도 갈레아노(Eduardo Galeano)의 <'라틴아메리카의 노출된 혈관들>(The Open Veins of Latin America)를 참고하면 좋다. 차베스가 오바마에게 선물로 줘 다시 유명해졌다). 이렇게 자원개발에 따른 외국자본으로부터의 ‘외화벌이’가 끊기면 국가재정에 위기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다국적 채굴기업과 농산기업들의 반대가 크다고 전해진다. 정부 내에도 그 법안이 별 의미 없는 선언에 불과하길 바라는 관료들이 많다고 한다. 

2009년 헌법 개정 후, 볼리비아의 법체계 재조정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2005년 대선 승리 이후, 모랄레스의 지지부대였던 볼리비아의 토착민 조직과 사회운동 단체들은 스스로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소외된다고 판단하고, 이 새로운 법안 제정을 능동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도 있다. 또한 2010년 ‘코차밤바 민중총회’의 결과물인 ‘코차밤바 선언’에 기반하여 동 법안이 작성되었다. 당시 민중총회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은 “파차마마가 아니면 죽음을!”을 외쳤다. 모든 생명의 중심에 파차마마(Pachamama)로 알려진 어머니대지 혹은 그 여신의 신성함을 부여하는 안데스 토착민의 영적 세계관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받는다. 볼리비아 정부와 지역 공동체들은 전통적으로 토착민들에게 내려온 파차마마의 관점이 기후변화, 에너지, 식량과 금융위기 해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몇 해 전부터 파차마마라는 단어는 환경주의자, 반세계화주의자들 사이에 유행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기후정의 운동진영에서도 ‘파차마마 배우기’ 혹은 ‘파차마마 이해하기’가 대유행했는데, 특히 2010년에 두드러졌다. 이안 앵거스는 ‘파차마마라는 말에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원주민들의 이러한 생각은 기후정의가 지지하는 사회정의를 위한 전투적인 투쟁과 완벽하게 양립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30년 전까지만 해도 그 단어는 토착 공동체에서도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파차마마에 대한 서양적 해석이 남미 대륙까지 건너온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또한 비정부기구의 영향으로 토착민의 대중운동이 점차 지배적인 환경단체들이 만든 용어에 젖어 들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모든 담화를 파차마마화한다’). 한편 토착 원주민(선주민)들의 여러 선언문에는 천연자원을 국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그 주장은 정치운동과 결합하면서 빈곤 퇴치를 위해 천연자원 국유화 공약으로 제시 되곤한다. 볼리비아는 프랑스 회사가 “파차마마와 함께 조화롭게 일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리튬 광산 개발권 제안을 우호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전해진다.

토착민 철학에서 파차마마는 살아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반면 이러한 정신을 온전히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또한 상호 보완하는 지역적 경제를 개발하는 국제적인 협력도 필요하다. 에콰도르 역시 볼리비아와 유사한 내용으로 헌법을 수정했다. 그러나 그 추상적인 권리들이 새로운 법률 제정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석유기업들이 풍요로운 아마존을 파괴하는 것을 금지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에콰도르에서 색다른 경험을 찾아 볼 수 있다.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아마존 보호구역의 야스니 유전개발을 추진했다. 처음에는 토착 주민들의 항의를 무시했으나, 방향을 틀어 유전개발을 하지 않는 대신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인정해 북반부 국가들이 자국에 보상할 것을 제안했다. 2010년, 6개월간의 협상 끝에 독일,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 스웨덴은 탄소배출 감축의 대가로 보상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UNDP 집행).

2008년 푸에르토리코 역시 헌법에 파차마마의 존재가 명시되고 그 존재는 존중되어야 한다고 작성되었다. 남미 대륙으로 파차마마가 확산되는 흐름에 존재하는 긍정성과 부정성, 양면을 볼 필요가 있겠다. 끝으로 토착 원주민 공동체, 파차마마, 에너지․자원, 국가, 이 얽히고 설킨 묶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by 필>

* 참고 자료
Bolivia enshrines natural world's rights with equal status for Mother Earth
http://www.guardian.co.uk/environment/2011/apr/10/bolivia-enshrines-natural-worlds-rights
The Law of Mother Earth: Behind Bolivia’s Historic Bill
http://www.yesmagazine.org/planet/the-law-of-mother-earth-behind-bolivias-historic-bill
Corporate Control? Not in These Communities
http://www.yesmagazine.org/people-power/corporate-control-not-in-these-communities
르노 랑베르, “히트상품이 된 신성한 이름, ‘파차마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2011년 3월호)
이정필․이진우, “COP16 동향과 전망 그리고 기후정의 전선”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11월 월례세미나 발표문(2011.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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