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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동향

 
작성일 : 14-06-16 16:40
[국외동향] 유엔기후변화총회와 채굴주의 논쟁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6,611  

유엔기후변화총회와 채굴주의 논쟁

남미 좌파 국가들울 중심으로 채굴주의(extractivism)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등에서 대안적 사회상을 둘러싼 논의이지만, 국제 기후정의 운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에서 주되게 벌어지고 있어 직간접적으로 기후정의 운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리고 과연 남미 모델이 보편적으로 다른 세계로 향하는 지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쟁점들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으로 2014년 12월에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총회(COP20)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논의를 살펴보는 건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Bolivia Rising의 Federico Fuentes가 Capitalism and Capitalism(2014. 5. 19)에 작성한 <‘반채굴주의’라는 위험한 신화>(The dangerous myths of ‘anti-extractivism’)를 중심으로 채굴주의 논쟁을 따라가 보기로 하자.


© Nueva Sociedad / Isidro Esquivel 2013

1.
먼저 Federico Fuentes는 환경론자들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데, 크게 다음 세 가지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고 평가한다. ① (특히) 에콰도르와 볼리비아에서 자원채굴을 반대하며 벌어지는 환경 캠페인들은 공통적으로 기후변화, 어머니 대지(Mother Earth)의 권리와 급진적 변화에 필요한 대안적 발전양식 같은 이슈에 대한 논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② 농촌 원주민 공동체의 중심적 역할(예컨대 원주민의 자율성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토지에 대한 사전협의권)에도 주목한다. 이들 나라의 원주민들 사이에 Buen Vivir(좋은 삶)과 Pachamama(어머니 대지)에 대한 인식은 일반적인 담론의 일부가 되었고,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틀거리가 되었다(Buen Vivir와 Pachamama에 대해서는 <볼리비아, 최초로 어머니대지 법률 제정> 참조). ③ 또 다른 공통점은 콜롬비아처럼 우파 정부든, 볼리비아처럼 좌파 정부든, 주로 남미 국가들의 캠페인에서 이런 논쟁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2.
Federico Fuentes는 이런 반채굴주의가 새로운 정치인가, 질문한다. 좌파 중 일부는 남미에서 현재의 충돌은 ‘친채굴주의 정부’와 ‘반채굴주의 농촌 공동체’ 사이에 발생하고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예컨대, Upside Down World의 Benjamin Dangl는 ‘좌파 정부의 채굴주의의 정치’와 ‘반채굴주의의 원주민 운동의 Pachamama의 정치’ 간의 갈등의 결과로 본다. 예전에 ‘워싱턴 컨센서스’에 저항했던 아르헨티나 사회학자 Maristella Svampa는 ‘Commodity Consensus’ 하의 신채굴주의(neo-extractivist) 정부가 문제라고 주장하며, (자본주의) 축적양식의 변화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불평등과 갈등을 낳고, 토지와 환경경과 발전모델 같은 이슈에 초점을 두는 대중 투쟁에서 ‘생태-영토적 전환(eco-territorial shift)’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우루과이 저널리스트 Raul Zibechi도 반채굴주의가 발전주의에 의문을 표하고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출발점으로 Buen Vivir을 삼는 반체제 운동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Benjamin Dangl는 이런 점을 직시해 원주민, 환경운동과 농민운동의 ‘이견과 논쟁의 공간’을 확장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Federico Fuentes는 이 환경 캠페인을 무엇이라 부르든지 이런 입장이 공유하는 특징은 명백하다고 평가한다. 채굴주의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북반구와의) 연대 투쟁의 필요성에 모두가 동의하겠지만, 이것과 별개로 남미 정치를 보는 관점을 채굴주의 대 반채굴주의라는 프리즘으로 좁히는 것은 운동에 해를 끼치는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한다.

3.
그 다음으로 남미의 채굴주의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따진다. 채굴산업은 남미에서 줄곧 존재했지만, 채굴주의라는 협소한 관점에 갇히는 순간, 남미에서의 제국주의 역사를 직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본다. 좌파 정부들은 원자재 수출에 깊게 의존하는 경제를 물려받았는데, 이것은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국가들이 수세기 동안 지배하면서 남미에 남긴 유산인 것이다. 그래서 Federico Fuentes이 보기에, 채굴주의를 극복하는 것은 남미의 경제에 대한 제국주의적 통제를 극복하는 것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즉, (북반구와의) 연대 투쟁은 반드시 남미의 채굴주의의 책임을 제국주의 국가와 그 초국적 기업들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채굴주의라는 딱지를 붙이면, 초국적 기업과 제국주의 정부를 따르는 정부와 제국주의 의존성을 뿌리치고 다수 민중의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자원을 사용하는 민중의 정부의 실질적인 차이를 감추게 되는 것이다(석유자원을 수출하더라도 조만간에 국내 수요는 전부 충족시키면서 수출도 병행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리고 제조업에 투입해 제조업 분야의 성성장이 광물과 탄화수소 산업분야를 앞지를 것으로 본다). Federico Fuentes에게는, 이것이 바로 볼리비아가 현재 과거의 채굴주의에서 벗어나 원자재를 다루고 경제를 다변화하는 방식이며, Benjamin Kohl이 말하는 것처럼, 볼리비아 국가와 경제에 대한 초국적 통제를 점차 느슨하게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4.
이 지점에서 Federico Fuentes는 볼리비아,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가 이런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는가, 그리고 채굴산업에 의존하는 발전모델을 추구하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를 얼마나 해결하고 있는가 하는 점은 논쟁적이라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채굴주의와 반채굴주의로 논쟁의 틀을 짜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이 남미의 민중과 경제에 큰 타격을 주게 될지 모르는, 모든 채굴산업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누구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남미에서 채굴주의에 가장 비판적인 사람 중 한 명인 우루과이의 생태주의자 Eduardo Gudynas와 볼리비아의 급진적 지식인인 Raul Prada조차 ‘약탈적인’, ‘합리적인’, ‘불가결한’ 채굴주의의 차이를 인정하고 있고, 특정 채굴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대부분의 환경운동이 모든 채굴산업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고, 해당 지역사회에서도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 사례를 든다. 에콰도르의 야수니(Yasuni) 국립공원의 석유개발에 대해서 (해외) 환경단체, 도시 청년조직, 일부 원주민 집단은 개발에 반대하지만, 일부 원주민 집단은 개발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든다(주요 원주민 조직인 CONAIE는 내부 의견 분열를 겪고 있다). 그리고 Mallku Khota 광산에 대한 분쟁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환경문제가 이런 캠페인에서 주요 이슈인 것처럼 보이지만, 빈곤과 경제적 기회라는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어, 지역 공동체에 개발의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으면 개발이 가능하다는 생각도 강하다는 것이다(예컨대 “우리는 농업-광부(agro-miners)가 되고 싶다”). 따라서 논쟁은 채굴산업을 단순하게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문제가 아니라 훨씬 복잡하다는 것이다. 

4.
이런 점에서 Federico Fuentes는 특정 채굴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캠페인과 자신들이 갖고 있는 의제를 진전시키는 데 그런 캠페인을 활용하는 것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볼리비아의 Isiboro Secure Indigenous Territory and National Park(TIPNIS)을 관통하는 도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둘러싼 갈등을 좋은 사례로 꼽는다. 마찬가지로 일부는 도로 건설 프로젝트의 반대를 반채굴주의로 규정하지만, 다른 일부는 단지 도로가 놓일 노선을 반대한다. (제안된 대로 도로가 건설되는 데 찬성하는 지역사회는 차치하고) 특정 도로의 노선을 반대하는 경우에도 TIPNIS의 외곽의 아마존의 다른 곳을 지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TIPNIS의 자기 마을과 가까운 곳에 도로가 깔려 도로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5.
다른 한편 반채굴주의는 반환경적 대안을 세탁하는 데에 이용되기도 한다. 탄소상쇄 프로젝트가 그런 사례다. 어떤 (해외) NGO의 요청으로 TIPNIS의 저항자들은 원주민 공동체들이 REDD 사업으로 재정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많은 원주민 조직과 환경단체들은 REDD는 산림을 사유화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한다. 동시에 유의미한 탄소배출 감축을 시도하지 않으면서, 산업화된 제국주의 국가들과 채굴산업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 사이의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채굴주의에 대한 다른 대안적 제안에는 지역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재원을 마련하는 데 생태관광, 지속가능한 벌목과 소규모 광산 같은 지역 기업을 만드는 것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만으로는 빈곤을 퇴치하지 못하고, 지역 농촌 공동체를 자본주의 시장에 더 통합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만든다. 또 다른 반채굴주의의 대안은 지역 공동체에 천연자원의 소유권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부존자원의 여부에 따라) 지역들 간의 커다란 불평등이 발생한다는 문제는 별개로 하고, 경험적으로 볼 때 그런 정책은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는 데 지역 공동체를 끌어들이는 것을 막지 못한다.
 
6.
그러면서 Federico Fuentes는 이런 대안들에 나타나는 공통점은 절대 다수에게 실행 가능한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들은 또한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를 포함해 채굴산업의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생태-영토적 전환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남미의 대부분의 저항은 필수 서비스, 사회기반 시설과 고용 조건의 요구가 주를 이룬다. 이런 관심 역시 볼리비아 같은 국가들에서의 변화를 위한 투쟁의 핵심적 요소로 동등하게 고려되고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에서 새로운 헌법이 만들어진 후, 어떻게 하면 좋은 삶과 어머니 대지의 권리와 원주민의 자율성 같은 새로운 관점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이런 쟁점과 관련해서 사회운동들 내에 다른 견해가 나타났다. 그러나 모든 운동은 사회, 경제, 환경을 황폐화시키는 제국적의적 침탈을 반대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투쟁을 지향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눈을 감고 채굴주의 정부와 반채굴주의 농촌 원주민 공동체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은 다수의 투쟁에 해가 된다. 최근의 저항의 모습에 나선 목소리를 증폭시키기보다 침묵시킨다. 나무를 살린다는 명목에서 나무를 파괴하는 위험을 낳는다.

7.
Federico Fuentes는 이렇게 협소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사회운동 사이의 분열을 야기하고, 급진적 변화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연대를 약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외국 정부와 NGO들이 남미 지역의 다양한 사회운동 사이에 긴장을 해결하기보다 분열을 야기했던 증거는 많다는 것이다. 민중의 정부의 퇴조와 변화의 퇴보가 생긴다면, 이들은 반채굴주의를 확산하는 데 열정적이다. 이런 사실을 폭로하지 않고, 오히려 편을 가르는 활동가들도 있다. 반채굴주의의 정치를 거부하는 것이 채굴산업의 영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을 지지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편 다양한 사회운동들과 이들이 진보적 정부를 바라보는 다양한 입장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점을 정확하게 설명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 엘리트와 제국주의적 정부의 공격에 저항하면서, 급진적 변화를 실행할 정도로 충분한 사회적 힘을 건설할 필요도 있다. 다른 한편 일부 좌파 정부의 반자본주의적 수사와 진행 중인 자원채굴의 현실 사시의 간극을 폭로하는 것은 이런 핵심을 놓치게 된다. 남미 국가들이 낡은 국제질서를 파괴할 기회를 갖는 것은, 위계적 국제관계를 재형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원자재 수출 국가들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창출하는 데 달려 있는 것이다. Federico Fuentes에 따르면, 이것이 바로 볼리비아 정부가 시도하는 바다. 볼리비아는 정상회의에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를 비판할 뿐 아니라 2010년에 기후변화 코차밤바 민중총회(Cochabamba Peoples Summit on Climate Change)를 개최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을 조직했다. 마지막으로 Federico Fuentes는 이제 활동가들은 (해방투쟁에서 어느 때고 존재하는) 수사와 현실 사이의 간극에 시선을 두기보다는, 왜 (제국주의가 존재하는 한) 이런 변화의 과정 앞에 장애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설명하는 데 관심을 둬야 한다고 끝을 맺는다.


Miners rally in El Alto, Bolivia

참고로 ‘(새로운) 채굴주의’는 주로 남미 지역의 중도 좌파 국가들이 자국에 매장된 자원을 (국영)기업을 통해 채굴해 해외에 판매한 수익금을 사회복지 프로그램 운영이나 재정 건전성 향상에 사용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에 대해서는 환경과 경제 등 여러 측면에서 상당한 쟁점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Federico Fuentes는 볼리비아의 발전경로가 ‘석유사회주의’가 아니라 ‘21세기 사회주의’라는 입장에 서있다. 우리에게 다소 복합할 수도 있지만, 채굴주의 논쟁은 생태사회로의 전환을 지향하는 사회세력들이 곱씹어야 할 내용이다. <by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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