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내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막지 못하면 생태계와 인류 문명에 피할 수 없는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지역별로, 국가별로 그 영향이 다른 것처럼 한 사회 내에서도 계급적으로나 공간적으로 그 영향이 다르다.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은 기후변화의 위험에도 그대로 노출된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특히나 취약계층의 기후보호 대책은 전무하다. 한편 기후변화 정책수단 집행 등 저탄소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산업구조개편이 뒤따르게 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고용변화에 대한 분석과 그 영향에 대한 대책은 논외의 대상일 뿐이다.

한편 노동자와 노동조합 역시 현재의 기후정책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완화 정책은 우리 사회를 기후변화로부터 지속가능하게 하는데 핵심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더욱더 광범위한 지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이러한 전환과정에서 발생할 문제들에 직면하여, 이러한 정책들이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취약한 집단들이 필요한 변화에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공정한 전환이 기획되어야 하고 완화 수단들로 일자리 감소나 소득감소가 예상될 때 사회적 보호가 수반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회를 극대화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에너지 기후 시대를 맞아 노동조합이 취해야 하는 근본 입장이 되어야 한다.

노동조합 역시 일부 산업분야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으며,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변화를 감수할 수 있는 수단을 제안할 준비를 해야 한다. 예컨대 화석연료 에너지와 에너지 집약적인 분야는 배출 감축 정책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후 본문에서 자세히 논하겠지만, 전환정책들은 우선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에 집중되어야 하고, 훈련과 교육시스템을 통한 작업장의 재숙련을 지원해야 한다. 한편 일자리가 사라질 지역에서 반드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한 지역사회의 경제기반이 하나의 작업장의 생존에 의존하기 보다는 경제적 다양화를 추구해야 한다. 특히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지금, 연구․개발 투자가 부족한 많은 기업들은 노동비용을 줄이는 방식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즉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공장을 폐쇄하고 탄소규제에 투자할 필요가 없는 곳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

여기서 녹색경제와 녹색일자리 분야에 선도적인 유럽의 경험과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 예를 들면, WWF(2009)는 유럽에서 활발히 추진 중인 녹색투자와 녹색일자리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몇 가지 점을 지적한다. 첫째, 기후대응 정책은 보다 넓은 사회적 합의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더 좋은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분야별․지역별 분석을 통해 기회뿐만 아니라 위험에 처한 일자리의 형태와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 놓일 지역사회와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서 공정한 전환 수단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은 일자리 감소와 사회적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셋째, 교육과 기술 습득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새로운 일자리와 새로운 경력을 위한 재교육이 필요할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재생가능에너지와 고효율 발전이 적절한 기술이 부족한 노동자들에게 진입장벽이 되지 않도록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캐나다, 미국, 호주, 스페인, 독일 등 주요 국가의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혹은 환경단체 혹은 정부와 공동으로 각각 기후변화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기후변화 국제협상에도 참여하면서 개입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기후변화전략 논의에서 노동조합의 관심이 저조하고 동시에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받기 힘들다. 한국의 노동조합 역시 기후변화와 기후변화정책으로 영향받을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권리와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