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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5-19 10:50
[기후변화] 기후변화와 시민사회 - COP15와 시민 사회의 과제
 글쓴이 : 갈아만…
조회 : 15,877  
   시민사회와코펜하겐(박진희)발제문.hwp (48.5K) [54] DATE : 0000-00-00 00:00:00

기후 변화와 시민사회 - COP15와 시민 사회의 과제
                                                             
                                                                                                                                             - 박진희(에너지정치센터 운영위원장, 동국대학교 교수)



cop 15 logo.jpg  코펜하겐, 무엇이 논의 되는가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는 제 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가 열린다. 2012년으로 종식되는 교토체제를 이을 포스트교토 체제의 탄생 여부가 이번 회의 결과에 달려 있어, 어느 때보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수준을 두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에 여전히 큰 입장 차이를 보여주고 있어, 합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오바마 정부의 등장, 기후 변화 대응 행동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 확산 등으로 합의 도출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가파른 지구 온도 상승이 가져올 재앙을 경고하는 보고서들이 줄을 이으면서, 이번 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합의에 의한 공동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 연구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2°C정도 상승할 경우 생물종의 약 20-30%가 멸종되고 저위도 지역의 작물 수확량 감소로 기아의 위험이 증가한다고 한다. 4°C 상승시 세계 인구의 20% 정도가 물 부족에 시달리며 국제 분쟁의 원인이 되어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대륙간 대규모 인구이동에 따른 재앙 발생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에 국제 기후 행동 네트워크(CAN)에서는 지구 평균 기온 2°C 상승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전지구적 차원에서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80%까지 감축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IPCC 4차 보고서에서는 21세기 중반까지 2000년 수준의 절반 이하로 감소가 필요하다고 하였고, 특히 교토의정서에 따른 부속서 1 국가는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40% 감축 필요를 명시하고 있다. 

  코펜하겐 회의에서의 최대 쟁점은 바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이산화탄소 감축에 대한 공통의 목표에 합의하는 일일 것이다. 2008년도 G8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현재 수준보다 50% 감축할 것을 결의하였다. 그러나 지난해 포즈난에서 열린 당사국회의에서 이 결의는 개도국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들에 수량적 감축 목표를 담은 중기 목표 설정과 추가 감축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되었던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2050년까지의 공통적인 감축 목표를 담은 공유 비전이 만들어질지가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밖에 이번 회의는 향후 개발도상국의 기후 변화 대응 정책에 많은 영향을 줄 의제들이 다루어질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COP14에서 제안된 개도국 세분화 안이다. 미국은 모든 국가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을 주장하면서 중국, 인도, 한국, 멕시코에서 더 많은 책임을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선진개도국 그룹 생성과 졸업제도를 마련하는 방식으로 개발도상국 사이의 책임 차별화를 제안하였다. 이 논의들이 속개되어 어떤 형태로든 개발도상국에 차별화된 책임 부여 방식이 결정되게 되면, 선진개도국으로 분류될 한국은 감축 의무를 회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Post-2012체제의 온실가스 감축 방식으로 선진국에서 주장하고 있는 부문별 접근 방식도 개도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항이다. 이 방식에 따르면, 감축 논의는 국가별 배출량 감축이 아닌 다배출 업종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다배출 업종이 중심인 선진개도국에 더 많은 감축 의무가 부여될 수 있다.

  한편, 이런 세분화 제안에 대응하여 한국과 남아공은 개도국의 입장을 최대한 옹호한다는 차원에서 ‘개도국 감축행동 국제등록부(NAMA International Registry)'를 제안하였다. 이는 구체적인 감축 목표 수치를 설정하는 대신에 개도국의 능력에 따른 감축 행동을 유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도국의 감축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감축행동에 대한 인센티브로 탄소크레딧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 본에서 열린 협상회의에서는 이 제안을 코펜하겐에서 합의 도출을 촉진할 수단으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개도국의 능력에 따른‘이란 표현에 함유된 해석 가능성이 많아 이런 감축 행동의 유도가 실질적인 감축을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개도국 중에서도 멕시코는 포즈난 회의에서 전향적으로 2050년까지 배출량 50% 삭감을 선언한 바 있다. 

  감축 의제와 더불어 회의의 주요 의제를 이루게 될 것이 개도국에 대한 안정적인 적응 기금과 재정 지원 확충, 개도국 산림 전용 방지를 위한 기술과 제원 지원 방안, 기술 이전을 위한 지식재산권 체제 개혁에 대한 논의들이다. 4월 본에서 열린 협상회의의 결과가 보여주듯이 이들 논의들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입장 차이가 코펜하겐 회의에서 쉽게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예를들어 개도국은 적응 기금과 연관해서 이전 재원이 안정적이지 않고 예측가능하지 않음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선진국은 이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술 이전에 대해서도 개도국에서는 현재의 지식재산권 제체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함을 주장하지만, 선진국은 기술협력촉진을 통한 해결책 제시에 머무르고 있다. 개도국의 포스트 교토 체제로의 적극적인 참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들 재정, 기술 지원은 선진국의 또 다른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사회적 조건이 다른 개도국들에 이들 지원의 별다른 개선없이 감축 의무를 부과하고자 한다면, 장기 공유 비전 정책이 선진국들의 개도국으로 책임 넘기기의 일환에 다름없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 기후 변화 위기에 대비하고 있는가

  이번 회의 결과는 국내의 기후 변화 대응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세계 9위에 이르고, OECD 국가 중에서 배출량 증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은 계속 있어왔다. 교토에서 열린 제 3차 당사국총회에서 몇몇 선진국들이 감축 목표 합의를 명분으로 한국도 2008년부터 자발적인 의무 부담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리고 발리 회의에서 한국이 더 이상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벗어날 수 없음이 분명해지게 되었다. 코펜하겐 회의는 구체적인 감축량을 제시하게 될 것이며, 이를 위한 한국 정부의 실질적인 이행 정책도 강제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국제적인 환경 변화에 부응해서 한국 정부에서도 기후변화 협약에 대한 정책 수립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2008년 8월 이명박 정부는 새로운 국가 패러다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론을 제시하며, 전향적인 기후 변화 대응 정책 실시를 예고하였다. 이어 9월에는 ‘기후변화종합기본계획’과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내놓았다. 포즈난 회의에서는 2009년 상반기 중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울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개도국 지위를 내세워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지난 한국 정부의 태도와 비견하면, 최근 정부의 행보가 진일보한 것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내용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긍정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기후 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유럽 국가들의 최근 정책들에서는 우선, 구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시나리오들이 작성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중장기적인 목표가 설정되고, 온실가스  배출을 촉진하는 산업 구조, 수송 분야 등 분야별 감축 목표도 제시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목표에 따라 부문별로 저탄소 구조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하는 구체안들이 다양한 정책 수단에 바탕해서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저탄소 녹색 사회로의 전환에 초점이 두어져 있기 보다는 새로운 녹색 산업을 창출하여 경제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녹색성장론이 제안된 이후로 지경부에서 제출한 ‘그린 에너지 산업 발전 전략’, 최근 녹색 성장 위원회가 내놓은 ‘그린 IT 전략’들에서 이런 성장 전략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과 반도체 산업 등이 강화되는 환경규제와 악화되는 시장 상황 등으로 성장에 한계를 보이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녹색 산업이 새로이 ‘발견’된 것에 다름 아니다. 

  녹색 성장 계획들이 과거의 성장 정책과 다름없다는 것은 녹색 산업 발전 전략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경부의 ‘그린 에너지 산업 발전 전략’에 따르면, 앞으로 태양광, 연료 전지, 풍력 등의 해외 시장은 지속적으로 팽창할 전망이다. 이들 해외 시장을 겨냥한 국내 기술 상품 개발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면,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는 그린 에너지 산업의 발전 전망은 밝다는 것이다. 시장 전망과 현재 기술 수준, 경제성을 고려해서 유력 기술을 선별하고, 이들 기술에 연구투자에서 상품 개발에 이르는 전과정 투자를 집중하고 이로부터 결과하는 상품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이런 선형적인 발전 전략은 과거 우리 경제가 좇아온 전형적인 성장 전략이었다. 이런 상품의 개발이 우리 사회에서의 녹색 전환을 가져다 줄 것인가? 

  그런데, 이런 성장 위주의 정책이 기후변화 대응 정책으로 포장되면서, 녹색 전환에 필요한 정책들은 실제로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태양광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한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을 중심에 두고, 이들 기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할당량 제도를 도입하고, 대신에 실제 일반 시민들의 참여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녹색 성장 정책의 현주소이다. 녹색 성장 정책의 모순은 ‘환경과 경제의 지속’에 실질적으로 정면으로 위배되는 4대강 정비 사업이 ‘녹색 성장’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에서도 잘 보인다. 

  성장 중심의 정책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정책에서도 첨단 절약 기술 개발을 통한 정책 실행이 앞서지, 상품을 인력으로 대체하여 실질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절감하는 정책을 선호하지 않게 된다. 조명 분야에서의 에너지 절약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첨단 LED 산업 육성과 LED 조명의 저가 보급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보여진다. 온실가스 배출에서 가장 많은 부문이 에너지이고, 이를 다시 사용자별로 구분하자면 산업과 전환 다음으로 수송이 약 20%로 높은 비율을 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도 수송 부문 에너지 절약 정책을 세우고 있는데, 여기서도 이런 기술 위주의 정책은 그대로 드러난다. 승용차 사용 억제를 위한 정책(도심 도로 축소, 혼잡세, 주차 공간 협소화 등)과 기존 대중 교통 시스템을 사용자 친화적으로 개선하는 정책에 앞서 ‘간선급행버스 체계’, ‘첨단도로교통 시스템’, 경전철과 하이브리드차 보급이 주요 정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첨단 절약 기술의 도입이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지지 않음은 'rebound' 효과가 잘 말해준다. 독일 부퍼탈 연구소 등에서는 에너지 절약 가전 제품으로 인해 절약되는 에너지 만큼, 이들 제품 소비가 양적으로 늘어나면서 야기되는 에너지 소비 증가로 인해 절약 효과가 상쇄되어버리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녹색 성장의 전략이 성장을 중심으로 계획되고 있다는 것과 아울러 녹색 성장 계획에서 제시하고 있는 ‘저탄소’ 사회 달성을 위한 에너지 전환 전략은 사회의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에너지 부분이 온실가스 배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은 필수적이다. 때문에 정부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화석에너지 비중, 석유의존도를 현재 43%에서 2030년의 22%로 줄일 것임을 밝혀두었다. 그리고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으로 원자력의 발전 비중을 현재의 36%에서 59%까지로 높이는 것, 신재생에너지의 공급 비중을 현재의 2.4%에서 2030년까지 11%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즉,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원자력에 의존하여 저탄소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계획은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본 패러다임에 의해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저탄소’의 단순 정의에 따르면, 원자력은 ‘환경친화적’인 녹색 기술이며, 동시에 높은 기술 수준으로 세계 시장 개척을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녹색 성장 산업이기도 하다. 이렇게 녹색 성장 패러다임 하에서 ‘친환경 기술’로 포장된 원자력 발전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으며 발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녹색기술 연구개발 투자 예산으로 신재생에너지기술개발에 1천 984억원, 원자력 기술이 포함된 에너지자원기술개발에 1천 223억원을 배정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런 계획 수립에서는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해소되지 않은 사회적 논란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점은 고려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사회적 대립을 강화시켜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저어한다는 점에서 원자력 기술은 지속가능하지 못한 기술로 인식되어왔는데, 이것이 ‘저탄소 녹색 성장’의 패러다임에서는 기후 변화 위기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기술로 해석되고 사회적 지원을 받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녹색 성장 담론이 확산되면서 정책 전반에 걸쳐 친환경, 환경과의 조화, 에너지 효율 향상 등이 주요 의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이들 담론의 긍정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 효율 개선, 수요 관리 등이 에너지 정책의 주요 의제가 되고, 건물 에너지 효율 등급 인증 확대 등의 제도가 정착되고 있는 것은 녹색 성장 담론의 효과임에 틀림없다. 또한, 담론이 확산되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의 다수가  에너지 다소비국, 세계 10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한국의 현실을 깨닫게 되었고, 이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사회적 과제임을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이 앞서 언급하였듯이 새로운 패러다임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산업 성장 패러다임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올바른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올바른 해결책은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을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믹스로 가는 것이지만, 정부는 기존 원자력 산업 의존을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기후 변화 위기에 부처의 이해를 넘어서는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하지만, 정책 통합은 선언적인 수준에만 머물고 있다. 정부가 주장하고 있듯이, 이들 정책 실행을 통해 우리 사회가 선도적으로 포스트 교토 체제로 이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몇몇 분야 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져 녹색 기술 산업 발달은 눈에 띄겠지만,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은 어려워 보인다.


시민 사회의 과제

  정부의 녹색 성장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녹색 사회로의 전환으로 기후변화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감축 목표도 제시되고 있지 않고, 부문별로 이들 목표를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한 전략은 더구나 보이지 않는다. 코펜하겐 회의에서도 정부는 지난 포즈난 회의에서 제시했던 ‘개도국의 능력에 따른 자발적 감축 행동’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선에서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부의 태도와 정책은 우리 사회가 기후 변화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게 할 것으로 보여진다. 성장 패러다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정부의 정책을 견제하면서 정책 방향의 선회와 정책 수단 개선 요구를 담당할 수 있는 주체가 시민 사회, NGO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NGO에 대한 논의는 90년대 초기 시민사회론이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처음에 시민 사회 개념, 국가와 시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논의들이 주를 이루다가 90년대 말부터는 시민 사회의 중요한 행위자로서 NGO와 국가(정부)의 관계가 논의의 주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서 NGO의 역할, 정부와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전개될 수 있었다. NGO는 불완전한 시장과 국가(정부)의 정책을 보완, 정부의 권력 남용과 비효율성을 제어하는 역할, 이윤을 좇는 기업과 달리 공적인 선을 지향하며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할 등으로 그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구적인 환경 문제에 전지구적으로 행동하는 그린피스, 지구의 벗 등과 같은 환경 분야 NGO들의 국제적인 활동으로 인해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NGO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지구 환경, 기후문제를 둘러싼 국제 협력 정치 과정에서 환경 NGO의 역할을 분석한 노진철(2003)은 90년대 이후 이들 NGO들이 대안적 정책 구상 제시, 기술 및 경제, 사회정책의 발전을 고려한 대안적 해결책의 논증 기회 확대 방향으로 이전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다양한 사회 운동의 전개와 더불어 환경, 에너지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NGO들이 출현하게 되었고, 이들을 중심으로 기후 변화와 관련된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사회, 정치 이슈에 비해 이에 대한 논의들은 다른 NGO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지는 못하다. 기후 변화 위기에 대한 인식은 보편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이에 대한 대응 정책들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 환경 NGO들에서도 정부 기후 변화 대응책에 상응하는 공동의 노력들은 미미하게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포스트 교토 체제로의 이행이 외적으로 강제될 수 있는 코펜하겐 회의를 계기로 NGO들 내부에서 정부의 기후 변화 대응책, 녹색 성장 정책에 대한 심도있는 비판 작업과 보다 근본적인 정책 대안 제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 NGO 내에서도 여전히 전지구적인 감축 목표 설정의 의미, 국내에서 이들 감축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코펜하겐 회의에 임하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서도 NGO 내에서 전지구적 책임에 걸맞는 감축 목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후 변화 위기에 대한 국제적 연대에 대한 논의도 이제는 좀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구 콘서트와 같은 이벤트 공동 행사를 넘어서서 비슷한 위상의 국가들의 NGO들과 상시적인 정책 공조를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이들 국제회의에서 제시되는 정책들에 내포된 ‘기후 불평등’의 문제를 직시하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적으로는 기후 변화 위기 공동 대응을 위한 NGO 연대 활동이 다양하게 모색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대 사회의 환경 위기가 그러하듯, 기후 변화의 위기 역시 사회적 계층, 계급의 차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다. 계층별, 인종별, 성별 차이를 넘어 공통의 위기로서 전 사회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그동안의 계층별, 성별로 분화되었던 NGO 활동의 새로운 연대 모색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한다. 지역 단위에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노력들에 지역의 다양한 NGO들이, 노동 혹은 농민 계층의 이해를 넘어 연대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당면한 사회, 정치적 문제들로 인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이들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NGO 차원의 연대 활동은 가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는 못하다. 포스트 교토 체제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런 연대 활동이 더 활발하게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대 활동과 병행해서 기후 변화 위기 대응 정책이 사회 정의에 부응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입안되고 있는 정부의 정책은 정책의 사후적 결과가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시킬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 하는 사회 정의의 관점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복지 정책 차원에서 저소득층에게 전기 요금 할인, 사회복지 시설에 고효율 조명기기 무상 보급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위기 대응 정책 수단들이 잘못 설계되어 현재의 사회적 불평등을 더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농민들에게 석유 사용에 따른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실시된 면세유가 농촌의 석유 의존률을 더 높이는 결과를 가져와 고유가 위기에 농민들이 피해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정책이 그런 예가 될 것이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기후 변화 위기 대응 정책이 특히 현재의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많은 폐해를 결과하는 것은 아닌지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기후 정의(climate justice)와 연관하여 기후 변화 대응 정책들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이런 논의들은 환경 NGO들에서도 생소한 주제이지만, 지속가능한 기후 변화 정책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논의라고 생각한다.
 
  국제 환경 NGO들의 활동이 90년대 이후로 정책 대안으로 옮아오고 있듯이, 국내 NGO들 역시 대안 정책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기후 변화 위기의 대응은 재생에너지 기술과 이를 지원하는 사회적 인프라의 확충과 같은 물질적인 토대의 변화로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반 시민들의 소비 패턴, 소비 유형, 가치 변화 등이 수반되지 않는 한 가능하지 않다. 소규모 풍력과 태양광으로는 대량 소비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독일 재생에너지 기술의 성공은 90년대 재생에너지법 이전에 70년대 소위 풀뿌리 시민단체들의 풍력, 태양광을 이용한 소규모 실험들이 이어져왔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국내에서도 이런 실험들은 이미 시작되었다. 시민 발전 건설, 공동체 실험, 에너지 자립 마을 실험 등이 그것이다. 이런 실험들은 현재 화석 연료 시스템이 바뀌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지를 인식할 수 있게 해준다. 소형 시민 발전 실험에서는 우리 전기 생산이 대형 사업자들 위주로 이루어지면서 원자력, 화력 발전과 같은 대형 발전원에 유리하도록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법규, 규칙들이 또한 어떻게 제도화되어 있는지를 드러내보였다. 정책에 대한 규범적 비판도 중요하지만, 이와 같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현재의 기후 변화 위기를 강화하는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이의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중요하다. NGO 활동을 통해 다양한 시민들이 이들 실험에 참석하면서, 시민들은 현재의 문제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음과 동시에 해결책을 스스로 모색할 수 있게 된다. 

  대안 정책 모색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참여를 통한 학습이 이를 통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몇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는 시혜적인 사업의 구상이 NGO의 대안 정책의 내용이 될 수는 없다. 대안 정책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참여가 아닌 시민을 동원, 계몽의 대상으로 해서 구상되고 있는 정부 정책과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은 사회 구성원들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인식의 변화를 아우르는 사회 변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정책 과정에서의 학습 기능이 중요해진다. 때문에 유럽 등지에서 최근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 정책에서는 시민 사회의 자발적인 참여와 이를 통한 학습 가능성을 중요한 정책 요소로 보고 있다. 온실가스저감을 위한 지역 차원의 에너지 계획 과정에 일반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 계획의 실행에서도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정책들이 입안되고 있다. 즉, 시민 사회의 학습 기회를 높이는 차원에서의 환경 NGO들의 대안 정책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당면한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NGO들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할 일은 다양하게 존재할 것이다. 이들 다양한 과제들에서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고, 어떤 수단으로 이들 과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도 NGO 마다 다를 수 있다. NGO의 역할을 논의하기에 앞서 무엇보다 기후 변화 위기 대응에 대한 인식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포럼이 갖는 의미는 아마도 이런 인식을 공유하는 자리일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 사회가 당면한 위기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인식이 있을 수 있으며, 이 위기를 풀어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번 포럼에서 이런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로운 소통을 거쳐 공동의 의견으로 수렴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 본 글은 5월 18일 동국대에서 진행된 "C40 NGO 포럼 : '서울에서 코펜하겐까지' - 서울의 기후변화 대응의 현주소와 과제"에서 발표된 발제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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