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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4-06 22:19
[재생가능에너지] 시리자, 다른 에너지는 가능하다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4,370  

숀 스위니는 <시리자는 ‘다른 에너지는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글을 TUED(에너지민주주의노동조합)에 실었는데, 그리스 시리자의 에너지 전환에 주목한다. 무엇보다 에너지 민주주의에 앞장서는 그에게서 에너지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 국가와 지방의 관계에 대한 전략적 사고를 확인할 수 있다. ‘환경에너지안전산업노동조합’이 새롭게 논의되고 있는 우리 실정을 고려하면, 더욱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리스와 한국의 에너지 정치․경제적 차이를 감안해야겠지만. <by 필>

시리자의 ‘생태 전환’

시리자 정부는 유럽연합의 신자유주의 에너지 정책을 거부하고, 국제금융이 부과하는 민영화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2016년 민영화가 결정된 PPC(전력공사)의 지분 51%를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데, 민영화를 중지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DEPA(가스공사) 역시도 민영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PPC와 DEPA의 민영화는 트로이카(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급, 유럽중앙은행)의 구제금융의 조건이었다.

이 같은 시도는 시리자가 2013년에 채택한 강령으로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경제의 생태전환”에 해당하는 것이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모든 수준에서 민주적 계획과 사회적 통제의 실현”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선거공약에서는 “에너지 생산의 개발의 생태전환”을 실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시리자의 입장과 조치는 에너지 전환과 기후 보호에 대한 유럽연합의 신자유주의적 접근이 도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그리스는 화석연료에 대단히 의존적이다. 따라서 민영화 중지는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과 생태전환을 향한 먼 여행에서 중요한 첫 걸음으로 봐야 한다.

유럽연합 신자유주의 에너지 정책과 갈등

유럽연합의 에너지 신자유주의 정책이 심각한 문제가 직면했을 때 시리자 정부가 등장했다. 유럽연합은 1996년부터 본격화된 유럽 에너지 시장 통합과 2009년에 발표된 20-20-20 목표(2005년 대비 온실가스 20% 감축, 재생에너지 20% 확대, 에너지 20% 절약)이라는, 자유화와 재생에너지 확대가 함께 진행됐다. 오직 민간영역만이 재생에너지를 추동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리스에서 전력부문 자유화/개방화가 2001년부터 시작되었는데, 그렇게 되면 PPC의 독점이 끝나게 된다. 2007년 개별 소비자들이 에너지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점진적으로 보장받았다. 재생에너지 기업들은 송배전망에 특별히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FIT가 2007년에 도입되었고 해상 풍력단지가 가능해졌다. 이런 결과로 일정한 수준의 재생에너지가 개발되었는데, 민간기업과 토지소유주들이 주로 그 혜택을 봤다.

그러나 2013년 (스페인, 이탈리아와 다른 국가들을 따라) 그리스는 FIT의 44.7%를 삭감하고 태양광과 풍력 러시에 제동을 걸었다. 유럽연합 대부분의 국가들이 증가하는 FIT의 비용을 억제하려고 시도한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이것은 자유화의 흐름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역설적으로 일정한 수준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는 보조금과 정부의 개입을 유발했다. 독일이 재생에너지를 선도했던 것은 지방정부의 통제와 공적 투자의 확대의 결과였다. 최근 많은 지방정부들이 민간 기업에서 지방 전력망을 되찾아오기로 결정했다. 독일에서는 지방정부가 직접 에너지 서비스를 공급하는 형태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향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사유화에 도전하고 넓은 의미에서의 공적인 것에 개입하는 공적 기관의 역할에 주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사실 유럽연합의 에너지 시장 자유화와 기후보호라는 이중의 목표는 서로 양립하기 어렵다. 자유화는 다국적 에너지기업이 지배적이고, 소비자들의 선택은 허구적이고, 재생에너지 기업들의 생존은 전력구매계약과 용량요금과 보조금에 의존적인, 과두적인 상황을 초래했다.

유럽연합의 정책의 실패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웠는데, 시리자는 유럽연합과 그것을 넘어서 ‘다른 에너지는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는 특히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리스는 전력생산의 70%를 국산 갈탄에 의존하고, 상당한 양의 가스를 러시아, 터키와 알제리에서 수입한다. 그러나 연간 평균 300일이 태양이 비추고 풍력과 지열의 잠재량이 풍부한 편이다. 이런 점에서 시리자는 환경 파괴적이지만 공적인 것(PPC가 관리하는 국산 갈탄)과 수입 비용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필요하지만 사적인 것(재생에너지 민간 기업들)을 물려받은 셈이다.

시리자 내부나 외부의 누군가는 지금 바로 직면한 다른 문제들에 비춰 보면, 화석연료 의존도는 시리자 정부가 장기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리스에는 갈탄이 값싸고 풍부하고, 갈탄의 생태적 영향(기후변화와 대기오염, 공중보건)을 인식하더라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계획, 생태전환의 핵심

숀 스위니는 이런 주장에 반론을 편다. 그리스의 에너지 시스템의 변화는 10년이 걸리는 과정일지 모르지만, 그 과정을 즉시 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TUED의 최근 보고서 <그리스의 에너지 민주주의: 시리자의 재생 전력  프로그램과 전환>(숀 스위니 저, 2015)를 보면, 시리자가 에너지와 기후 정책을 형성하는 기준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정치적 목표를 찾아볼 수 있다. ① 국가의 에너지 미래에 대한 통제권 확보(에너지 자기결정), ② 국가에너지전환계획의 개발과 실행을 위한 광범위하고 폭넓은 참여 보장, ③ 화석연료 의존도 감소, ④ 공적 소유의 재생에너지 확대.

PPC와 DEPA의 민영화를 중지하면서 시리자는 이미 첫 목표를 현실화하는 길에 들어섰다. 손 스위니가 보기에, 이것만으로도 중요한 성과이지만, 시리자는 공적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재생 발전으로 나아가고, 국내 태양과 풍력 공급 체인을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과제를 제시한다.

광범위하고 폭넓은 참여 보장

먼저 국가에너지전환계획의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공동체의 통제와 구성적 자율성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에너지 전환에서 GENOP-DEH(공공노조인)의 참여와 PPC의 재구성도 중요하다. 에너지 산업 노동자들이 새로운 소유와 구조에 통합될 수 있다. 이들에게 에너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데 중대한 책임이 부여할 수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 감소

화석연료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그 다음으로는 가스 사용을 줄여야 한다. 가스화력발전이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에서 이점이 있지만, 그리스에서 석탄에서 가스로의 전환은 에너지 전환의 첫 단계에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최선의 선택은 아닐 것이다. 특히 가스발전은 민영화 과정에서 나타난 소수의 민자발전사들이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가스 수입을 줄이면 그리스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공적 통제 아래 둘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에너지 전환의 첫 단계는 전력의 13%를 생산하는 수입 가스와 석유를 국낸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이 기간에 줄어드는 가스화력발전을 석탄화력발전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서 국내 갈탄 사용에 상한선을 둘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 추가적으로 상한선을 설정할 수도 있으며, 노후 석탄화력발전을 정지하고 적합한 오염통제기술을 적용할 수도 있다. 새로운 갈탄화력발전 건설 금지 같은 방식으로 갈탄 사용의 상한을 결정할 수도 있다. 시리자는 현재 승인되었거나 건설중인 석탄화력발전소의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영향에 대해 신중한 평가를 해야 한다. 결국 갈탄 사용의 단계적 폐지 경로는 재생에너지가 얼마나 확대되느냐, 그리고 기술적, 경제적 도전과 장애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 탄광, 수송과 발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해당 지역사회를 고려하면, 무어보다도 정의로운 전환이 중요하다. 해고는 시리자의 해법이 아니다.

공적 소유의 재생에너지 확대

재생에너지 급속한 대규모 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 모델이 필요한데, 투자, 운영, 관리, 보수 등에 소요되는 재원조달 방식을 찾아야 한다. 유럽연합에서 FIT 같은 인센티브는 개인, 소기업과 협동조합들, 일종의 프로슈머(prosumers)들이 전력망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에너지 시스템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은 거기에 참여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전가된다. 재생가능에너지의 간헐성을 피하기 위해서도 스마트 그리드 같은 기술이 적용될 것이다. 따라서 FIT는 에너지 전환에서 제한적인 역할만 하게 될 것이다. 재생에너지협동조합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적 유틸리티가 시장화되고 이윤 추구형으로 바뀐 많은 곳에서 협동조합의 성장은 긍정적인 것으로 인식된다. 독일에서는 700개의 에너지협동조합이 40개가 넘는 도시에서 발전의 재지역화/재공영화의 토대를 제공했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공고히 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새로운 PPC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연료비를 줄이는 방향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끄는 데 지방자치단체, 노동조합과 공동체와 함께 할 수 있다. PPC는 이미 재생에너지에 뛰어들었고, 특히 보다 큰 설비 규모를 제공한 경험이 있다. PPC의 개혁과 방향 재설정은 태양광 등을 구매하고 설치하는 역할을 해서 프로슈머들보다 그 혜택을 더 골고루 나둘 수 있다. PPC는 재생에너지 보급과 에너지 절약 모두에서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게 짤 수 있다. 그리스에서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은, 지역 기반의 전력을 조정적, 기술적 역할을 수행하는 개혁된 PPC와 함께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의 중심에 두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녹색경제와 녹색일자리의 확대와 관련된다. 공적 소유의 제조업체나 협동조합은 바로 상상하기 어렵지만, 기술과 지식 이전을 가능하게 하는 데 합작 계약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재생에너지에 투여할 재정은 다양하게 확보할 수 있다. PPC가 자체 조달하거나 채권을 발생할 수도 있고, 탄소세를 활용할 수도 있다.

결론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개발”을 지향하고 “새로운 형태”의 공적 영역을 건설하려는 시리자의 행보는 유럽연합과 그 이상에서 에너지와 기후 정치를 전환할 수 있다. 민영화 중지는 그 출발점이고, 그리스가 이론이 아니라 현실에서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전환을 이루면서 성과를 내면서 다른 에너지는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면, 사회와 생태계에 주는 영향은 지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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