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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6-03 10:17
[언론기사] [Weekly 경향] ‘녹색’은 없고 ‘성장’만 있는 녹색성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9,272  

‘녹색’은 없고 ‘성장’만 있는 녹색성장

ㆍ산업 온실가스 감축 방안 미흡… ‘배출권 거래제’도 효과 의문

‘2020년까지 세계 7대 녹색강국, 2050년까지는 5대 녹색강국으로 진입.’
전통적인 환경 강국으로 꼽히는 유럽 어느 국가의 청사진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에 세운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이하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통해 달성하겠다고 밝힌 목표다. 정부는 기후변화 적응 및 에너지 자립, 신성장동력 창출, 삶의 질 개선과 국가 위상 강화 등 3대 전략을 이행하는 데에 5년 동안 모두 107조4000억원(2009~2013년)을 투입해 진정한 녹색성장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매우 도전적인 정책 목표에 비해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정책의 상당수가 이전 정부부터 이어진 것들을 재구성한 수준이어서 대체 어떤 근거로 목표치만 높아졌는지 알 수 없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이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고도 새롭게 만든 정책이 사실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예로 노무현 정부 말기에 세워진 원자력 발전 확대 계획은 수출을 통해 성장동력화하겠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 외에 달라진 부분이 없고, 교통 부문 계획은 여전히 철도가 아닌 도로교통이 중심이다. 에너지 정책은 해외자원 개발 추진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수요관리가 아니라 공급안정성 확보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녹색 강국 진입 가능하나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의 또 한 가지 두드러진 특징은 스마트 그리드(지능형 전력망)나 탄소포집저장, 연료전지기술 등 기술 중심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녹색기술 확보는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기술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감축 효과나 비용 대비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결정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선정한 27대 중점 기술에는 ‘가상현실 기술’과 같이 기후변화 대응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거나 ‘핵 비확산성 고속로 기술’ ‘개량형 경수로 기술’ 등 사회적 갈등 요인이 많은 기술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는 곧 정책의 실현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결국 정부가 내세운 녹색 강국으로의 진입은 허언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6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하는 구상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인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가 중심인 전형적인 2차산업 국가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산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녹색성장 5개년 계획에서 산업 부문은 산업의 구조 전환이나 에너지원 전환 등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 생태산업단지 조성, 녹색기업 지원 등 단기적 미봉책이 대부분이다. 기존의 온실가스 다배출형 산업 구조를 유지하며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는 성장 중심의 경제 정책이 야기한 에너지 집약적 사회 구조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녹색성장이 ‘녹색정책’이 아닌 ‘경제성장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녹색성장, 녹색 가장 기업정책?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역시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정부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신앙처럼 떠받들고 있는 배출권 거래제는 미국이 1970년대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황 감축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이다. 그런데 유의해야 할 점은 배출권 거래제가 당초 오염물질 감축을 위해서가 아니라 감축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을 위한 제도다.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 온실가스 감축과 감축 비용의 최소화라는 일석이조가 있을 것처럼 포장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기업들의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할 순 있겠지만 온실가스를 과연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감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와 시민단체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 효과는 배출량을 제한하는 직접규제 방식이 배출권 거래제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실제 2007년 말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미국의 이산화황은 43% 줄어들었지만 비슷한 기간에 직접규제 방식을 적용한 유럽연합은 71%를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미국의 감축은 배출권 거래제보다 발전연료를 저황 석탄으로 전환한 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배출권 거래제는 각 기업에 배출권을 얼마나 할당하느냐에 따라 감축 효과가 천변만화한다. 배출권을 너무 많이 할당하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없이 기업에 배출권 판매를 통한 초과이윤을 가져다주고, 너무 적게 할당하면 감축 효과는 있지만 배출권 가격 상승으로 인해 기업에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적정한 수준으로 배출권을 할당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온실가스는 이산화황 거래 제도와 달리 거래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고 발생 경로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적정 수준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

2006년에는 유럽연합이 배출권을 과다 할당해 배출권 가격이 폭락한 사태가 있었고, 최근 뉴욕타임스는 유럽연합이 배출권을 여전히 과도하게 할당해 올해 7200만톤의 초과 배출권이 발생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온실가스 감축의 기대 효과가 거의 없는 반면에 배출권 거래에 참여하는 그룹은 엄청난 이윤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 컨설팅 업체인 포인트 카본은 2008~2010년에 유럽 배출권 시장에서 230억~710억 유로(약 35조~107조원)의 초과이윤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져야 하는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오히려 배출권 거래제로 돈을 버는 셈이다. 세계적 헤지펀드 회사인 맨 그룹은 탄소시장을 ‘새로운 놀이터(new playground)’라고 명명했고, 우리나라의 산업은행 역시 2007년에 ‘탄소시장, 금융기관의 새 놀이터로 부각’이라는 적나라한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쯤되면 배출권 거래제가 과연 녹색을 위한 정책인지 기업의 성장을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에 호기롭게 ‘녹색성장’ 슬로건을 꺼내 들 때만 해도 그나마 시대 흐름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정부의 녹색성장은 녹색을 가장한 기업정책이라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이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 기사원문 :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006022000211&pt=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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