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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6-07 23:22
[언론기사] [한겨레] MB정부 녹색일자리의 문제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9,099  

[싱크탱크맞대면] MB정부 녹색일자리의 문제

질도 양도 ‘초라’…회색 일자리 ‘고용 전환’ 고민 없어

정보통신업·저임금 일자리 머물러
산업구조개편에 고용손실 불가피
전환따른 재훈련·참여기회 줘야


녹색일자리 정책이 4대강 사업과 얽히면서 논의가 부실해지고 심지어 외면당하고 있다. 녹색일자리 전략을 이명박 정부와 함께 내다버릴 것인지, 재탈환할 것인지 고민할 때다.

오는 19일 녹색성장위원회를 비롯한 노동부,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등 정부 주요 부처가 총출동해, ‘2010 녹색일자리 박람회’를 청계천 주변에서 개최한다. 녹색일자리에 대해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해온 터라 반갑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대체 이명박 정부는 어떤 일자리를 녹색일자리라고 제시하고 있을까? 이 박람회 누리집을 살펴보니, 1일 현재까지 대략 15개의 일자리가 올라와 있다. 아직 준비 상태이지만, 초라한 일자리 숫자가 실업난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더욱 씁쓸한 것은 일자리 내용이다. 거의 대부분이 프로그래머 등 정보통신 업계의 일자리이다. 게다가 급여가 1천만원 이하로 명기된 것도 버젓이 제시되고 있다. 대체 이런 것을 녹색일자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유엔환경계획(UNEP)이 2008년 발간한 보고서는 녹색일자리가 환경의 보호와 복원에 도움을 주는 일자리이면서도 동시에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여야 함을 밝히고 있다. 즉 적정한 임금과 안전한 작업조건, 그리고 노동권을 충분히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노조와 협력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에 비춰볼 때 노조에 적대적인 이명박 정부가 온전한 녹색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국외 사례가 시사적이다. 국제노총(ITUC)은 코펜하겐 기후변화 협상에 공식 파트너로 결합해, 기후정책에 노동조합을 포함한 폭넓은 이해당사자를 참여시킬 것을 요구했다. 영국 정부도 작년 말, 기업 및 노조와 함께 ‘정의로운 전환 포럼’을 결성하고 기후정책과 녹색일자리 정책에 관하여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영국 노조들은 ‘작업장 녹색화’ 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영국 철도항만노조는 유럽 궤도망의 확장이 기후보호와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정부에 자문을 제공해줄 정도가 되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은 선진국 노동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노동자들도 기후보호에 결코 적지 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민주노총 공공연맹 에너지환경통합분과의 지원으로 진행한 기후변화에 대한 노동자 의식조사(2009년 8~9월)를 보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지도는 일반 시민들과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이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 포함돼야 한다”는 진술에 90%가 동의해, 일반 국민의 83.7%(환경부 조사, 2008)에 비해 적극적인 감축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노동자의 고민은 주로 고용 변화에 맞춰져 있다. 기후정책이 일자리를 줄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녹색일자리 정책은 기후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수록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된다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재생에너지, 건물에너지 효율화, 그린카 생산 등에 1500억달러를 투자하여 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공약이 대표적이다. 물론 유럽노총(ETUC)의 2007년 연구에 의하면, 기후정책으로 인해 석탄발전, 철강 등 화석연료 의존적인 산업에서는 일자리 손실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회색 일자리에서 새로 창출되는 녹색일자리로 어떻게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이루어낼 것인가에 있다.

다시 한 번 이명박 정부의 녹색일자리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자. 정부가 2009년 1월에 발표한 ‘녹색뉴딜’ 정책은 총 50조원을 투자해서 96만개의 녹색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 대부분이 환경파괴적인 4대강 사업이라는 점은 여러 곳에서 지적됐다. 창출되는 일자리의 질도 결코 양호하지 못하다. 총 43개 사업 중 임금 수준과 고용기간이 언급된 사업은 10개 사업에 불과하다. 그중에서 고용기간이 10개월 이하인 일자리가 대략 14만명으로 전체의 14.8%에 해당했다. 이 중에는 하루 임금 6만여원에 고용기간이 60일에 불과한 일자리도 녹색일자리라고 제시되고 있다. 녹색일자리 박람회에서 1천만원 이하의 일자리를 버젓이 내놓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닌 것이다.

게다가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관심은 크게 부족하다. 예를 들어 크게 위축된 조선 산업에 대하여 풍력발전 설비산업으로의 전환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작년 옥쇄 파업과 유혈 진압으로 끝맺은 쌍용자동차를 그린카 정책을 이끌 전진기지로 탈바꿈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새로운 녹색일자리의 ‘창출’을 일방적으로 강조하지만 이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녹색경제의 발전은 회색일자리에서 녹색일자리의 ‘전환’ 문제와 긴밀히 연결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 과정에는 기존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의 고용을 어떻게 보장하고 재훈련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녹색성장위원회는 2013년까지 1조여 원을 들여 핵심 녹색인재 1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유망 녹색일자리를 예시했다. 태양광설비시스템 개발자, 석탄액화기술 연구원, 탄소거래중개인 등이다. 멋진 일이기는 하지만, 녹색일자리의 기회에도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너무 첨단기술·고학력 일자리에 편중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저학력·저숙련 노동자에게도 녹색일자리에 참여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주택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주목해볼 수 있다. 독일 노총은 정부, 사용자단체 그리고 환경단체들과 함께 주택 효율화 사업에 나서 2001년부터 5년간 26만5천여개의 건물을 개선해, 20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과 19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얻어냈다. 한국에서 이 사업들은 자활공동체 등 상대적으로 저숙련 노동자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 주거복지협의회에 의하면, 2008년도에 50개의 자활동공체가 148.63억원 매출을 올리면서 모두 218명의 인력을 고용했다. 이는 10억원당 14.7명을 고용한 것이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상 건설업의 취업계수 11.1보다 3.6명 많은 수치다. 일자리 잠재력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녹색일자리 정책이 4대강 사업과 얽히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녹색경제와 녹색일자리 전환에 대한 논의가 공허하고 부실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외면당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토건국가에 녹색 분칠을 한 이명박 정부의 잘못이지만, 녹색전환을 위한 환경운동과 노동운동 사이의 연대가 빈곤했던 탓도 크다. 녹색일자리 전략을 이명박 정부와 함께 내다버릴 것인지, 재탈환할 것인지 고민할 때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 기사원문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242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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