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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31 12:55
[언론기사] [한겨레] 탄소시장 ‘투기자본의 놀이터’ 될수도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8,894  
탄소시장 ‘투기자본의 놀이터’ 될수도
[저탄소 녹색경영] 탄소배출권에 대한 전문가 의견
배출권 측정 불확실한데
선물·파생상품등 쏟아지면
‘제2 금융위기’ 씨앗 될 수도
한겨레
» 한재각/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1997년에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를 대기 중에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만들어내고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것으로 규정했다. 이런 시장적 접근에 대해서 가장 급진적인 비판을 하고 있는 ‘더반 그룹’은 탄소 배출권의 확립을 자본주의 초기 역사에서 공유지를 사유화하던 ‘엔클로우저 운동’의 현대적 재현이라고 평가한다. 전 인류의 공유지인 대기를 상품화하고 사적 이윤 추구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역사 속에서 탄소시장 접근이 등장해 자리잡은 것은 대단히 짧은 시기에 해당한다. 직접규제와 탄소세 같은 감축 방안이 일찍부터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말에 학자들에 의해서 제시된 탄소시장에 대한 아이디어가 채 20년도 안돼서 가장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1996년 미국이 갑작스럽게 꺼내놓은 탄소시장 도입 주장이 유럽 국가와 비정부기구(NGO)들의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철된 것은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힘입은 바 크다.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고 시장에 맡기자는 우파 이데올로기가 절정에 달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의 시장적 접근은 비옥한 토양을 만났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석유 같은 산업자본에 비해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한 금융자본의 입맛과도 맞아떨어졌다.

이데올로기적 비판이야 어찌되었든, 시급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만 달성할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탄소시장은 과연 작동 가능한 것이며, 지속될 수 있을까. 이는 정치적 합의나 선언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탄소시장의 탄생과 운영을 위해서는 국제·국가적으로 배출권의 확립, 측정, 거래, 보고 등에 필요한 수많은 제도들을 창출해내고, 정부, 기업, 금융기관 등이 실제 참여해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고 팔려는 배출권을 측정·계산하는 일부터 만만치 않다. 인도네시아에서 새롭게 산림을 조성하여 신규 배출권을 얻어낸다고 하자. 그러나 나무가 흡수하는 탄소량을 정확히 측정·계산하는 일에서 과학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중국 공장에서 온실가스인 수소불화탄소(HFC)를 감축하였다 하더라도, 그것과 유럽 발전소가 감축해야 할 이산화탄소의 교환 가능한 배출량을 결정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다. 여러 국제기구들이 이런 불확실성을 통제하려고 노력하지만, 이것이 지속적으로 유지될지 장담하기 쉽지 않다.

2005년도 출범한 유럽 탄소시장의 경험도 회의론에 힘을 싣고 있다. 시범 운영기간 초기에 무려 t당 5만원까지 치솟았던 가격이 마지막에는 15원까지 폭락했다. 게다가 무상으로 나누어진 배출권으로 기업들은 별 노력 없이 엄청난 이윤을 얻었다. 영국 발전사들은 이 기간 내에 연간 5억 파운드(대략 9천억원)의 이윤을 내는 횡재를 했다. 이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불투명하고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시범 기간의 일이고 보완책이 제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순탄하지 않은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탄소시장에 금융자본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새로운 금융위기가 싹트는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도 있다. 불확실성이 많은 배출권이 확정되기도 전에 선물 방식으로 거래되거나, 여러 파생상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가격의 등락에 따른 단기이윤을 좇는 금융자본에게는 좋은 먹잇감이겠지만, 최근의 금융위기 원인들로 지목되는 것들이다. 게다가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 투자가 저해될 것이며,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탄소시장의 비판 중에는 제3세계 토착민의 생존권 위협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산림을 새로 조성하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의 페이스(FACE)라는 기업이 투자한 우간다 엘곤산 지역에서, 1993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이산화탄소 흡수원을 조성·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토착민을 기존의 경작·거주지로부터 몰아내었기 때문이다.


탄소시장이 온실가스 감축의 유일한 방안이 아니다. 게다가 감축 효과도 확신하기 힘들며 사회경제적인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 우려와 저항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저탄소 사회가 시장만능사회가 되어야만 하는지 차분히 되짚어 봐야 할 일이다.

한재각/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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