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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9-13 17:57
[언론기사] [궤도동향] 탄소배출권, 도시철도의 황금알 될까?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9,542  

* <궤도동향>은 전국궤도노동조합연대회의에서 발행하는 이메일 소식지입니다.



<궤도동향> 2010년 9월 둘째 주 (8/27-9/9)

[이슈분석 2] 탄소배출권, 도시철도의 황금알 될까?


-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지난 8월 26일, 인천 도시철도건설본부는 탄소배출권 판매로 향후 460억원의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말인즉슨, 인천시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통해 예상되는 온실가스 감축량을 국제적 탄소배출권으로 인정받아, 이를 해외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며칠 뒤 부산교통공사도 연간 3만톤 규모의 탄소배출권 확보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궤도 교통은 승용차나 화물트럭에 비해 수송 에너지를 절약하고 오염물질도 적게 방출하는 ‘녹색교통’ 수단으로 간주된다.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적 대응 노력이 경주되면서, 각 국에서도 궤도교통 강화를 위한 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의 광역도시철도가 이러한 노력에 동참하는 것은 무척 반갑고도 당연한 일이다. 또한 철도의 신규 건설과 연장을 탄소배출 저감과 연결시켜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의미를 부각시키는 것 역시 긍정적이다.

그러나 금번 두 도시철도 담당 기구와 공사가 밝힌 탄소배출권 확보 청사진을 그냥 환영하기엔 뭔가 의구스러운 면들이 있다. 일단 발표된 내용을 보면, 인천의 경우 2호선 건설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분을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로부터 과학적으로 인정을 받아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으로 승인을 받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조금 설명이 필요하겠다. 현재 유일하게 존재하는 기후관련 국제 협약인 교토의정서에서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CO2 등 온실가스의 감축 목표를 약속하고 이를 시행하기 위해 대개 선진산업국인 의무감축국가(부속서I 국가)와 그 외의 국가로 국가군을 나누었다. 의무감축국가는 정해진 탄소배출 할당량 내에서 탄소를 배출하거나, 각 국에서 배출을 감축한 부분을 유가 증권의 형태로 서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데, 이것이 현재 EU에서 시행하는 배출권 거래시장(ETS)이다. 부속서I에 포함되지 않는, 한국을 포함하는 국가들은 정해진 감축 의무는 없지만 자발적으로 감축하는 프로젝트 사업 진행할 수 있고, 감축한 만큼의 배출권리로 인정받아 부속서I 국가의 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자(CER)는 국제적 규제장치 하에서 작동하고 후자(VER)는 자발적 감축이라는 차이가 있는 만큼, 현실 시장에서의 가격도 후자가 훨씬 낮다.

인천 도시철도건설본부의 설명을 따라가 보면, 2호선 건설로 인해 온실가스 감축량은 연간 11만톤에 이르고, 프랑스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의 8월 거래가격 기준으로 하여 CO2 톤당 13.5유로로 환산해 보면 7년을 2회 연장하여 앞으로 21년간 460억원 이상의 판매 이익금을 거둘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계적으로 도시교통 분야의 CDM 컨설팅을 펼치고 있는 스위스의 그루터 컨설팅과, 이 업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업체인 (주)사우스퍼시픽이 이 과정을 대행한다고 한다. 부산교통공사의 사업 파트너도 동일하다.

이 대목에서 몇 가지 의문이 발생하는데, 우선은 인천 2호선 건설로 온실가스 감축량을 11만톤으로 확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온전한 의미로 보자면, 2호선을 건설함으로써 승용차나 트럭 등의 이용이 그만큼 줄어들어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하는 실제 대체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구체적인 감축 수치를 확인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교통분야 사업이 배출권 확보 사업으로 인정된 경우는 몇 개가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수익 예상에 활용된 CO2 톤당 13.5유로라는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 혹은 상승할지 미지수인데다가, 인천 2호선이 CER이 아닌 VER로 인정될 경우 그 거래 가격은 유럽 시장의 가격보다 훨씬 낮아지기 때문에 21년간 460억원의 수입 예상은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 부산교통공사가 산정한, 매년 1억원씩 30년간 30억원의 수입 예상이 그나마 현실에 조금 더 가까울 것 같다. 도시철도 건설 결과로 탄소를 봉이 김선달처럼 팔아서 계속 황금알이 생기는 사업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탄소거래시장이 아직 제자리를 잡은 게 아니고, 한국도 시범 도입 논의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공공 교통기관이 선도적인 실험에 나서는 것을 탓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사실 탄소거래시장 자체가 온실가스의 지구적 감축에 실제로 기여하는지, 시장기제를 통한 해법이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확산시키는 것이 아닌지, 탄소거래를 통한 파생금융상품의 성장이 새로운 경제 불안의 요인이 되는 것이 아닌지 등에 관한 국제적 논의가 뜨거운 상황이다.

도시철도 건설의 배출권 인정 사업은 두 도시철도 당국에게는 밑져봐야 본전인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계일수록 컨설팅 전문 사기업과 배출권 창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언론 마케팅에 신경 쓰기 보다는, 탄소배출권 시장의 성격과 적용 타당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도 개별 도시철도 회사에게 온실가스 관련 사업을 맡겨두기 보다는 궤도망 확충과 연계 강화가 갖는 온실가스 저감의 가능성을 폭넓게 활용하는 녹색교통 기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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