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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2-02 19:01
[언론기사] [Weekly경향] 에너지복지법 ‘화석연료시대 발상’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9,918  

ㆍ현물지원 방식은 녹색성장과 배치… 에너지 절약 주택 개보수가 바람직

국내에 에너지 복지 관련법이 등장한 것은 2006년 3월 ‘에너지 기본법’이 처음이다. 이후 에너지 복지에 관한 개념 정립이 시도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에너지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재’라는 사회적 인식과 더불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 필요성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추세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에너지 복지정책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근본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며, 에너지 빈곤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요금할인 대신 ‘에너지 바우처’ 꺼낸 정부
현재 국내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은 크게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되는 생계급여(광열비 포함), 에너지원별 요금할인제도,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 전기·가스 공급 중단 유예 등을 꼽을 수 있다.(표 참조)

그러나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현행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에는 엄연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현행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이 법률에 근거해 지원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생계급여 중에 광열비 등과 같이 법적 근거에 의거해 지원되는 프로그램도 있으나, 대부분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공공기관에 의해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에 지원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역적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시행되고 있다. 부산시와 강원도 강릉시는 기온과 주거여건이 다르므로 그에 따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진상현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각각의 프로그램이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종합적으로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특정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가구를 중심으로 지원되고 있어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한 전달체계를 갖추지 못함으로써 프로그램을 인지하는 개인이 신청해야만 지원되는 실정이다.

또한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의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비수급자,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인 차상위계층 중에 에너지 빈곤상태에 처한 가구도 정책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교적 가격이 비싼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저소득층의 사용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 이를 테면 도시가스 시설 설치비용 지원이나 가전제품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정책 등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 같은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식경제부는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복지법’을 입법예고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한국전력,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에서 조성한 기금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가운데 에너지 빈곤층 75만여 가구에 연간 17만2000원 규모의 에너지 쿠폰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에너지 쿠폰을 전기, 가스, 등유, 연탄 등의 구입에 사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경부는 지경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에너지복지정책위원회를 신설해 에너지 복지정책 기본방향을 심의하고, 에너지 복지기여금에 관한 관리, 운용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에너지 기여금의 징수와 부과, 에너지 쿠폰 관련 지급은 에너지재단에 맡길 계획이다.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정책과 김성진 과장은 “요금할인제에 의하면 90만 가구 정도의 수급자 중 전력은 50%, 가스는 30% 정도만 요금할인 혜택을 보고 있어 사각지대에 있는 수급자가 많다”며 “에너지 복지의 대상이 다르고, 요구사항도 달라 쿠폰제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가장 중요한 재원조달 문제는 국가 또는 지자체가 재단 운영 및 사업 추진에 필요한 경비를 출연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현재의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은 지원방식 및 지원체계의 비효율성, 지원대상 선정, 법적 근거 부재 등으로 지속해서 운영하기가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에너지복지법은 에너지 빈곤층에 적정 에너지 급여를 제공하되 에너지 이용권, 즉 바우처 형태로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복지’ 치장한 조삼모사 지적
그러나 정부안이 발표되자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미흡하다”는 주장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조삼모사’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진상현 교수는 “녹색성장 정책을 보완하고 에너지 복지정책의 제도적 기반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제도의 목적, 개념, 정책방향, 수혜대상 등에서 총체적인 문제가 있어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에너지 쿠폰제는 실익이 없으며 통합복지의 개념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이 법이 바우처 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칠 우려가 있어 명칭 자체를 에너지복지기본법으로 바꿔 위상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각 부처가 통합된 관리 시스템을 갖지 않고 부처별로 새 조직이나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때 낭비적인 요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타 부처와 긴밀하게 협조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노력은 하지 않고 ‘복지’ 치장에만 나서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학영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법안이 에너지 이용권에 집중하다보니 기존 화석연료 사용에 국한돼 현 정부의 녹색성장, 탄소 줄이기 운동에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기존에 있던 복지정책에서 뭔가 더 주는 것처럼 포장하는 조삼모사식 정책”이라고 혹독한 비판을 내놓았다. 한 부소장은 또 “정부가 일부 에너지 공기업에 부담을 지우려고 하는데,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며 “기존 에너지 특별회계, 전력산업 기반기금 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탄소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더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효율화 등 근본대책 세워야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도 “정부 법안이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에너지 복지 서비스가 효율 개선사업 등을 포괄하기보다 공급 위주의 에너지 이용권 지급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며 “정부의 예산보다 에너지 사업자의 판매액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승수 의원은 정부안을 대체할 ‘에너지 빈곤층 주택 에너지 복지법안’을 준비 중이다.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주택의 낮은 에너지 효율이 에너지 빈곤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데 중점을 두고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에너지 빈곤층의 주택개선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는 이 법안은 11월 중 발의 예정이다. 조승수 의원은 “에너지 빈곤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에너지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히면서 “알맹이 없는 허울뿐인 법안이 되지 않도록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서 정부의 에너지 복지법안 문제점들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불평등 문제에는 자원 위기와 기후변화 위기가 함께 중첩돼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에너지 지원도 현물급여 방식이 아닌 자원 위기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주택 개·보수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연탄 지급이나 가스·전기료 할인 등 현물 위주의 단편적인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주택 개·보수로 에너지를 절약해 에너지 빈곤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다.

실제 서울 관악구에서는 ‘진보신당 관악구 당원협의회’ 등 지역의 여러 단체들이 ‘따뜻한 집 만들기’ 사업을 벌여 성과를 보았다. 지난 3월 관악구 중앙동의 차씨 집을 찾아 이중창문을 설치하고 단열 벽지를 발라준 것. 하루 공사만으로도 에너지 효율이 40% 이상 높아진 것으로 측정됐다. 이봉화 ‘관악정책연구소 오늘’ 소장은 “주택 에너지 효율화 사업은 저소득층 가정엔 난방비를 절약하고, 전체적인 에너지 소비도 줄일 뿐더러 지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 기사 원문 :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011171515451&pt=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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