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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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2-10 12:12
[언론기사] [프레시안] STOP! CO₂⑤ 기후 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월급쟁이 노동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0,867  

[STOP! CO₂⑤] 노동조합, 기후 변화 외면하지 않는다!

2009년 코펜하겐에서의 실망 때문일까. 올해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제16차 기후 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6)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낮다.

2012년 이후에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서 국제 협상의 타결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세계 시민의 절박함과는 다르게, 칸쿤에서 뭐가 되겠냐는 냉소가 각국 정부, 그리고 언론에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전 세계적인 대응이 늦으면 늦을수록 겪게 될 재앙의 크기는 더욱 클 것이며, 국제적/사회적 약자들이 겪게 될 피해의 편중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기후 변화와 그 대응책으로부터 영향을 받게 될 이해당사자들이 기후 변화 국제 협상, 그리고 국내 기후 정책의 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또 그들이 겪게 될 영향이 무엇이며 무슨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또 질문에 책임 있는 답을 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야 한다.

그러한 이해당사자 중 하나가 노동자와 노동조합이다. 기후 변화는 노동자의 노동과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기후 정책은 노동자의 고용에 어떤 변화를 주는가. 국제노총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의 노동조합은 현재의 기후 협상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제대로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들은 칸쿤에서 각국 정부의 협상가들에게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전략을 수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후 문제로 나타날 고용 변화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주장이다.

외국 노동조합과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기후 변화와 기후 정책이 산업과 경제에 주게 될 영향은 광범위하며 심원할 것이며 고용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일부 기초적인 연구를 보더라도, 온실 기체 감축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8만 명 가까운 고용 감소가 예측된다는 주장도 제기되어 있는 상황이다. 노동자가 기후 변화 의제의 이해당사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 23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개최된 토론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무시되어 왔던 기후 변화의 이해당사자 중 하나인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양대 노총(민주노총, 한국노총)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공동 대응단을 구성하고, '노동조합의 COP16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 전략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을 한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김동만 한국노총 부위원장이 고백하듯이, 노동조합이 그동안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활동도 미약했다.

물밑에서의 움직임은 존재했다. 토론회의 두 번째 발표자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이정필 상임연구원에 의하면, 2007년부터 몇몇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환경단체들과 함께 기후 변화 국제회의에 참가했고, 공공운수노조(준)는 작년에 이어 노동자 환경 학교를 진행해오면서 활동가와 조합원에게 기후 변화 교육을 진행해왔다. 또 에너지 문제와 관련된 노동조합과 환경단체의 연대에 초점을 맞추면, 2004년에 결성된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의 꾸준한 활동도 주목받아 마땅하다. 이 과정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전략을 제안한 기초적 보고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번 토론회가 가지는 의미는 작지 않다. 토론회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총연맹 수준에서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해서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의 역할을 했다. 물론 토론회에 참석한 많은 이들이 공감하듯이 이는 결코 쉽지 않는 일이다. 토론회에서 정의로운 전환과 녹색 일자리 전략을 소개하고, 외국 노동조합의 사례를 소개한 공공운수노조(준)의 장영배 국제국장이 소개하는 사례는 그 어려움을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대전 연구 단지의 정부출연연구소에 기반을 둔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현재의 공공연구노조의 전신)에는 원자력연구소가 소속되어 있었다. 가끔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가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럴 때 원자력연구소 지부 조합원들이 본부의 입장 표명에 반발한 적이 있었다.

당장에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자는 것도 아니고 직장인 원자력연구소를 폐쇄하자는 이야기도 아니었지만, '당신이 내 일자리 보장할거냐'며 막무가내로 항의했다. 원자력에 대해서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원자력 안전을 위해서 환경단체들과 대화하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자는 논의조차도 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우리가 준비하지 못한다면, 온실 기체를 감축하기 위한 기후 정책에 의해서 불가피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산업과 부문의 노동자들이 총연맹에 쫓아와서 항의할 일이 생기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장영배 국장은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국제노총의 전략을 한국의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즉 기후 변화 및 대응 정책을 통해서 에너지 다소비적인 산업 구조를 녹색 산업으로 전환하도록 추진하면서, 그로부터 영향을 받게 될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녹색 일자리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작년에 채택에 실패한 코펜하겐 협상문 초안에도 포함되어 있었다. 국제노총은 칸쿤에서도 이 전략이 포함되도록 압력을 행사할 예정이다.

정의로운 전환 전략에 대해서 민주노총 이창근 정책국장과 한국노총 정문주 정책국장 모두 동감을 표시했다. 이창근 국장은 이 전략은 노조가 기후 변화 문제를 다루는 것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조합원들에게 쉽게 설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오히려 너무 수세적인 것은 아닌지 반문했다.

현재의 기후 변화 추세를 볼 때, 보다 강력한 온실 기체 감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저성장 혹은 마이너스 성장까지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정의로운 전환 전략은 노동자의 고용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제시된 어중간한 타협책이 아니냐는 토론으로 이해되었다. 이창근 국장과 이정필 연구원은 현재 사회 시스템 전반의 변화라는 차원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성에 공감은 표했다.

정문주 국장은 재작년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실업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 변화와 관련하여 산업 구조 개편에 의한 또 다른 충격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우려를 표했다. 특히 부문별 온실 기체 감축 책임을 배분하는 정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충격은 머지않아 가시화될 수 있지만 이와 관련된 정보가 노동자들에게 제공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이정필 연구원은 보다 구체적으로 그에 대해서 논의하는 녹색성정위원회의 민관 T/F에 노동조합 대표를 초청하지 않은 점을, 토론회에 참석한 녹색성장위원회의 윤용 과장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정문주 국장은 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도 했다. 외환 위기 시기에 기업의 부담을 경감한다는 차원에서 폐지한 환경 관리자 의무 고용 제도를 정부의 녹색 성장 정책에 걸맞게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사 공동의 작업장 내 환경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들며, 저소득층 주택 효율화 사업과 같이 녹색 일자리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구하였다. 무어보다도 기후 변화 문제와 관련하여 노사정이 공동으로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을 요구하였다.

환경정의연구소 서왕진 소장은 환경단체들도 기후 변화와 관련된 고용의 문제 등, 노동조합에게 닥치게 될 기후 변화 관련 의제에 대해서 무심했다며 유감을 표하는 것부터 토론을 시작했다. 지금 지배적인 환경 담론인 '지속 가능한 발전'이 논의되는 과정에서부터 노동자/노동조합의 적극적인 목소리를 담지 못한 한계를 지적하면서, 노동조합의 참여와 환경단체와의 연대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그동안 여러 생태 위기 담론이 있었지만, 기존의 경제·사회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기후 변화 문제는 이와는 다르게 한계에 부딪친 서구 자본주의의 새로운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노동자와 민중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으면 대자본 위주의 자본주의 재편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개입을 위해 기후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민중 진영의 '컨센서스' 형성의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토론에 나선 정부 녹색성장위원회 윤용 과장은 녹색 인력 양성의 문제, 축소될 가능성이 있는 산업에서의 고용을 새로운 녹색 산업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을 표시하였다. 또 녹색성장위원회 내부에 녹색 일자리를 다루는 부서나 담당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감을 표했지만, 현재는 그런 부서가 없다고 답변하였다.

또한 부문별 온실 기체 감축 책임 배분에 관한 논의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지 못한 이유가 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워낙 기업의 이해관계가 첨예해서 같은 위원회에 있는 자신도 접근하기 힘들다며 우회적인 답을 내놓았다. 기업의 이해관계 때문에 노동자는 안 된다는 말인지. 그래도 소위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초청받아서 참여하고 있다. 이창근 국장의 말대로 그동안 노동조합이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되겠지만.

이 토론회는 기후 변화 문제와 관련한 노동조합의 현재 상황과 인식, 전략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해온 일보다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기후 변화 문제의 걸림돌이 되기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주도적 세력이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는 조금씩 확인되고 있었다.

얼마 후 양대 노총은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를 방문하여 노동조합의 의견과 주장을 전달하였으며, 또한 공공운수노조(준)는 칸쿤 COP16에도 활동가를 파견하여 국제노총과 연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 기사원문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0120808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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