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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2-10 12:15
[언론기사] [Weelky 경향] 칸쿤에는 ‘짙은 먹구름’이 끼었습니다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1,003  

ㆍ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 지금까지의 ‘묵시적 합의’재편 조짐

지난 11월 29일 멕시코 칸쿤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16차 당사국총회(COP16)가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총회의 실패를 반영하듯 희망도 긴장감도 없이 시작되었다. 올해 1년 동안의 사전 협상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주요 국가간의 의견 차이를 끝내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협상 결과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개막식부터 총성 없는 전쟁이 본격화되었다. G77(개발도상국 모임)과 중국 등 개도국들은 선진국의 책임론을 강조하면서, 1990~2007년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이 11~12.8% 증가했다고 비난했다. 베네수엘라는 알바(ALBA·중남미 지역 좌파블록인 ‘미주(美洲)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국가를 대표한 연설에서 다른 개도국과 공동전선을 펼쳐 선진국의 의무감축 2차 이행(2013년 이후)을 공백 없이 추진하도록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호주, 캐나다, 일본이 소속된 엄브렐러(Umbrella) 그룹은 현재 전 세계 배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개도국 전체로 의무감축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유럽연합은 상대적으로 중간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탄소레짐(묵시적 합의)은 기후변화의 역사적 책임에 따라 의무감축의 선진국 트랙(교토의정서)과 자체 감축의 개도국으로 차별화된 협상트랙(기후변화협약 트랙)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은 그동안 줄기차게 현재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신흥개도국들을 겨냥하여 의무감축을 주장해 왔다.

선진국 입장 부각시킨 초안으로 소동
장기협력행동작업반(AWG-LCA)의 의장은 지난 11월 24일 사전협상에서 작성된 초안과 별도의 문서를 작성했다. 그 문서는 개도국의 입장을 후퇴시킨 반면 선진국의 입장을 부각시킨 내용을 담고 있어, 11월 30일 오프닝 세션에서 개도국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결국 의장은 한발 물러나 공식 초안이 아닌 참고용 자료로, 달성가능한 결과를 도출할 목적으로 작성했다고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에피소드는 살얼음판에 서 있는 칸쿤 교착상태의 서막에 불과했다. 12월 1일 일본은 교토의정서 연장과 2차 의무감축 이행에 부정적이던 기존 입장을 공식화해 큰 소동 없던 회의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히데키 미나미카와 환경부 차관은 현재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27%를 차지하는 국가들만 의무감축하는 교토의정서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밝힌 것이다. 일본의 이 발언은 개도국과 회의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환경단체들로부터 지탄을 받으며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동시에 이와 유사한 태도를 취하는 선진국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 소극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했던 과거 행태를 망각하고 기후변화 원인자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크리스티아나 피구에레스는 협상 교착을 막기 위해 교토의정서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논의는 금번 협상에서는 불가능하다며 논란을 차단하고 있다.

일본의 강수는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고 있는 미국과 전 세계 온실가스 최대 배출 국가로 등극한 중국 등 신흥개도국을 전략적으로 겨냥한 조치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기후변화협약에서 가장 중대한 원칙인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을 뒤흔드는 것으로, 교토의정서를 사실상 무기력하게 만든 미국의 경로를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주장대로 포스트 교토 체제가 마련되지 않으면 2013년부터는 지구상에 의무감축 국가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의무감축 2차 이행은 교토의정서상 협상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법적 규정이다.



뒤이어 유럽이 다시 회의장을 소란스럽게 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코펜하겐 합의문’에 따라 2010~2013년 300억 달러를,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를 개도국 기후변화 지원재정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칸쿤 총회는 이 결정을 보다 구체화하여 재원 마련과 운영체계 합의를 최고의 성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유럽연합 기후변화 협상 담당자가 이러한 기후펀드는 증여(무상원조)가 아닌 대출(유상원조)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개도국과 환경단체들은 “지저분한 짓”이라는 표현을 사용해가며 격분하고 있다. 개도국은 선진국에 대한 부채 부담이 오히려 증가할 것이고, 그와 같은 입장 때문에 현재 조성된 개도국과 선진국 간의 불신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개도국들은 오히려 현재 원칙 없이 조성되고 운영되는 기후펀드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생산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개도국이 의무감축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기후펀드에 동의할 수 없다며 협상을 인질로 삼았던 미국은 현재 시야에서 벗어나 있다.

현재까지 어렵게 도달한 개도국 지원에 대한 부분적인 합의 진전은 선진국이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비롯한다. 북반부 국가들이 대기를 독점하고 기후변화를 초래하여 남반부 국가들에 빚지고 있는 ‘기후 부채’에 대한 입장에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인도주의적이거나 개발주의적 원조와 같은 입장을 취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기후 피해는 늘어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칸쿤 총회를 기점으로 분출되고 있는 탄소레짐 재편의 배경에는 세 가지 다른 요소가 복잡하게 작동하고 있다. 첫째, 전 인류 전 국가가 공동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로 선진국의 ‘차별화된 책임’을 쓸모없게 만들려는 시도들이다. 둘째, 기후변화에도 탈규제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 선진국이 교토체제의 의무감축 규제에서 벗어나 자발적 감축이라는 탈규제를 선호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또한 직접 규제를 통한 구속력 있는 감축 방식보다는 탄소배출권을 비롯한 시장 기제를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유연한 시도들 역시 같은 맥락이다.

셋째, 첫 번째 요소와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로 신흥개도국을 포함한 교토의정서의 의무감축국에 포함되지 않은 국가들의 감축문제다. 기후과학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더라도, 온도 상승을 1.5~2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선진국과 신흥개도국 모두에게 적용되는 ‘현재적 책임’이다.

기후펀드에 대한 유럽의 입장 변화
개도국 의무감축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기후변화 완화(감축)와 적응을 함께 고려하더라도 별개의 영역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신흥개도국은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할 권리도 있지만 기후변화 시대에 과거의 선진국처럼 대기 독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후변화에 가속도를 붙여 다른 개도국과 최빈국에, 그리고 다수의 기후 취약계층에게 똑같은 위험을 전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인정하여 선진국이 자신의 책임에 걸맞게 우선적으로 감축하되, 개도국은 대기 독점의 책임에 대한 보상으로 선진국으로부터 녹색 전환과 배출 감축을 위한 협력과 지원을 받아야 한다.

칸쿤의 첫째주, 크고 작은 일들을 겪다 보니 앞날을 내다보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 간 측정·보고·검증 방식에 대한 입장이 좁혀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 협상이 코펜하겐의 경우처럼 유엔의 투명한 의사결정 원칙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12월 1일, 의장국 멕시코는 감축 약속에 대해 논의하고자 30개국을 별도로 소집하였다. 그러나 어떤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는지 알려져 있지 않을 정도로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회의장 안팎에서는 실질적이고 포괄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세계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멕시코 칸쿤·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 기사원문 :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012091022191&pt=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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