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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1-07 15:51
[언론기사] [시사인] 환경,생태분야 올해의 책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9,763  

2010년 12/31(제172호) 별책부록 / 2010 행복한 책꽂이 / 2010 환경분야 올해의 책 추천위원 서평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기후변화

- 이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2007년 소위 글로벌 리더가 모인다는 세계경제포럼에서는 ‘힘의 이동(The Shifting Power Equation)’이란 주제로 논의를 진행했다. 그 중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의제로 꼽힌 건 신흥시장의 개척도, 국제정치의 다극화 문제도 아닌 바로 기후변화였다. 환경운동가들의 회의도 아니고, 경제성장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최고위층 정치가들과 다국적 기업의 CEO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격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사회적 변화의 파괴력에 대한 방증이었다. 독일의 사회심리학자인 하랄트 벨처가 쓴 ‘기후전쟁’은 기후변화가 가져올 사회․문화적 결과와 갈등 원인을 고찰한 기록이다. 

  저자는 수단의 그 악명 높은 인종청소가 피상적으로는 아랍계와 아프리카계 간의 종족갈등으로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존의 갈등이 자리한다고 주장한다. 기후변화의 피해가 가시화되던 1970년대 초반부터, 유목문화였던 아랍계와 정착농업문화였던 아프리카계 사이에는 식수원과 목초지를 차지하기 위한 민족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만성화된 식량난과 식수난이 급격한 사회 변화로 인한 갈등과 접목되면서 ‘민족’과 ‘종교’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최악의 분쟁지역이 탄생된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가 기존의 갈등요인과 사회변화와 만나 어떻게 전화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극심한 기후변화는 생존을 위한 폭력을 수반하게 되고, 이는 이미“전쟁”이거나 전쟁을 야기한다. 저자는 기후변화가 상례화(常例化되)어감에 따라 사람들이 둔감해지고, 이를 단지 자연적 현상으로만 인식하게 되는 순간 기후변화가 가져올 참혹한 결과에 대해 갈파한다. 기후변화를 야기한 것은 우리의 삶의 방식과 현재 사회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성적 현대화’라는 시각에서 에너지집약적 방식의 서구 선진국형 발전모델이 아니라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종래의 표현을 빌자면 문명의 전환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듯하다.  ‘기후전쟁’이 기후를 다루는 여타의 책들과 다른 혜안을 보여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자와 출판사에겐 꼭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스턴보고서’를 “슈테른보고서”라고  쓰는 등 전문용어 오역으로 인해 독자가 수 시간을 인터넷에 허비하게 만드는 건 애교로 쳐도, 따로 요청을 해서 받았을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가 한국정부의 ‘녹색성장’정책이 모범적인 정책의 전형인양 치사하고 있는 건 매우 당황스럽다. 본문에서는 기술주의적 해결책이 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한국의 녹색성장이 “그린테크놀로지”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고 얘기하는 건 충분히 의뭉스럽다. 번역자가 현직 고위공무원이라는 점 때문일까? 하지만 그 누구를 탓하겠는가. 정부가 ‘녹색성장’을 새시대 패러다임인양 전세계를 향해 포효하고 있을 적에, 부족한 외국어 실력을 탓하며 현실적 인프라를 탓하며 녹색성장이 수출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던 것은 우리인 것을. 그것이 한국어판 서문이 주는 숨은 미덕인 것을.

* 원문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9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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