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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1-13 23:37
[언론기사] [주간경향] 동절기 전력피크, 국민에 애꿎은 화살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0,417  


동절기 전력피크, 국민에 애꿎은 화살


요즘 한국전력의 점심식사 시간은 오전 11시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12시 식사시간을 피해 전기를 조금이라도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뿐만 아니라 실내 난방온도 역시 18도를 유지하며 직원들에게는 내복과 외투를 입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상한파가 지속되면서 곳곳에서 난방기기가 불티나게 팔리는 요즘 ‘신의 직장’이라는 한국전력은 왜 더 춥고 더 불편하게 지내기로 결심한 것일까.



지난 7일 우리나라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이 깨졌다. 오전 11시쯤 7142만㎾를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15일의 7131만㎾를 넘어선 것이다. 또 이상한파가 시작된 지난 3일부터는 줄곧 7000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금번 전력 피크는 여름철에 전력 사용량이 많다는 통념이 또 깨졌다는 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2009년의 최대 전력 수요는 냉방기기 사용이 많은 여름철이 아니라 12월 18일에 발생했고, 2010년 1월에는 나흘 연속 최대 전력 수요치가 경신되기도 했다. 전력 피크가 여름이 아닌 겨울철 연례행사가 돼버린 것이다.

전력 생산능력 중 아직 사용하지 않은 채 예비로 남겨두는 전력예비율은 2006년 전력 피크 때만 해도 10%, 618.9만㎾였는데, 지난해 12월 15일에는 6.2%, 443.9만㎾까지 떨어졌다. 정부의 최소 전력예비율이 6%라는 걸 감안하면 이미 위기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예비전력량이 400만㎾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4단계로 분류된 단계별 비상수급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다시 말해 근래와 같은 한파가 지속되어 난방 수요가 더 늘어나면 불가피하게 전기 공급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최근 한국전력은 이달 안에 전력 최대 수요가 7250만㎾까지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우려스러운 전망을 내놓았다.

전력예비율 6.2%까지 떨어져
동절기 전력 수요가 이처럼 많아진 것은 전기 히터 등 전기 난방기기가 급증하면서 전기 난방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가장 큰 원인은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최근 수년간 국제 유가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1월 7일 현재 두바이유는 배럴당 92달러를 넘어섰는데 당분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기존 등유·가스 난방이 전기 난방으로 이전하는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동절기 전력 소비 기록 경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낮은 전력가격으로 인해 전기 난방이 선호되고는 있지만 전기 난방은 열량이 3380㎉/h에 불과해 7160㎉/h 열량을 가진 등유 난방에 비해 열효율이 47% 정도에 불과하다. 전기난방이 많아지면 전력 피크 문제 외에도 국가 에너지를 매우 비효율적으로 쓰게 된다는 문제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관련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에 발표한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24년까지 발전설비 확대에 49조원을 투자해 총 4333만㎾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동기간 전력소비량이 연평균 1.9% 증가할 것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최근 4년간 자료를 보면 전력 수요가 최대 13.9% 증가했고, 작년 한해만도 동월(11월) 대비 4.3%, 평균 전력수요는 6.4% 증가했다. 즉 전력 수요량이 적은 봄·가을은 견디더라도 최대 전력 수요가 발생하는 여름·겨울철에는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대책이 여전히 공급대책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에 비춰봤을 때 대단히 기형적이다. 게다가 전력 생산과정에서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40% 이상이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이 아닌 수요관리 대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원자력 발전 등 안정적이고 값싸게 전력을 공급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고, 수요 대책은 여전히 국민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벌이는 구시대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신들은 반대로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화에 따라 집수리에 써야 할 재정을 전기매트 보급에 쓰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급보다 수요관리 대책 우선돼야
그렇다면 동절기 전력 피크의 원인은 개개인들이 쓰고 있는 난방기기 때문인가? 이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 2000~2009년 용도별 전력판매량을 보면 제조업이 가장 높은 전력사용량을 보이고 있고 서비스업, 주거용 순으로 나타난다. 정부가 동절기 전력 피크의 원인으로 꼽은 가정용 전력은 10년 동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6%에서 15.5%로 소폭 상승했고, 서비스업은 30.7%에서 25.7%로 되레 낮아졌다. 제조업의 전력 사용 비중만 47.5%에서 52.5%로 높아진 것이다. 따라서 동절기 전력 피크의 가장 큰 원인은 기업들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을 이유로 이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도 못하면서 애꿎은 국민을 문제의 원인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전력대란을 우려해 국민을 대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자고 권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력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전력이 점심식사 시간을 옮기는 건 책임을 회피하는 전시행정이라는 의구심이 들긴 해도 상징적인 고육지책이라는 점에서 봐줄 만하다. 그러나 정작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반대로 가면서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 용납하기 힘들다. 전력 피크를 막기 위해서는 주택용 전력요금의 75% 수준에 불과한 산업용 요금을 인상하는 등 기업부문에서 선대책이 나와야 한다. 또 1970~80년대 식의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기후변화시대에 걸맞은 수요관리대책, 친환경 에너지대책 중심으로 조속히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가까운 시일 내에 암흑천지의 엄동설한에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진우<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 기사원문 : 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id=201101121741541&pt=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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