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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4-13 20:53
[언론기사] [시사IN]친환경 에너지, MB 정부에서 다시 '찬밥'되다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0,775  
친환경 에너지, MB 정부에서 다시 '찬밥'되다
이명박 정부의 에너지 정책도 지난 정부에 이어 석유·원자력 의존도를 높이는 ‘과거 지향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거대 에너지 기업과 관료, 언론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자본 카르텔’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35호] 2008년 05월 13일 (화) 10:18:32 고동우 기자 intereds@sisain.co.kr

   
ⓒ뉴시스
이명박 정부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위는 3월20일 대전 대덕구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한 이 대통령(왼쪽 두 번째).
염려했던 대로다. 고유가 위기에 대응한 이명박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가 ‘석유 프렌들리’ ‘원자력 프렌들리’ 쪽으로 기울면서 환경·시민단체와 전문가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석유 의존도만 높일 것’이라는 논란에도 아랑곳없이 ‘호기롭게’ 유류세를 전격 인하했던 정부는 최근 또다시 유류세 환급·출퇴근 통행요금 인하 같은 석유 소비를 부추기는 정책을 내놓았다. 유가가 폭등세를 이어가면서 유류세 10% 인하 효과가 잠식된 지 이미 오래인데도 말이다. 대선 공약이었던 해외 유전개발 지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자주개발률(국내 업체에 의한 해외 석유·가스 생산량/국내 소비량)을 2012년까지 18%(2007년 4.2%)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는 참여정부의 목표치를 1년 앞당긴 것이다.

환경단체의 반발을 의식한 듯 대선 때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던 원자력에 대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태세다. 지난 3월 초 발표한 새 정부 국정 과제에서 ‘원전 비중 확대’ ‘차세대 원자력 기술개발’ ‘수출 산업화’를 핵심 사업으로 내세웠고, 며칠 뒤인 3월19일에는 “원자력 비중을 높여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지난해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원자력 산업계는 올해 원자력발전 30주년을 맞아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말하며 희희낙락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장은 “지난 4월27일이 ‘체르노빌 핵참사 22주년’이었다. 원자력 발전 확대는 치명적인 사고 위험뿐만 아니라 우라늄 가격 급등, 이산화탄소 배출,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결코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해외 자원개발 지원’ 노골적으로 요구

반면 친환경·재생가능 에너지는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 4월25일 태양광 발전차액 지원제도(생산 전력의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보다 낮을 때 차액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제도)의 기준 가격을 최대 30.2%까지 인하하고, 이 제도를 2012년에 아예 폐지하기로 결정해 환경·시민단체와 사업자들의 분노를 샀다. 환경운동연합·에너지나눔과평화·부안시민발전 등 8개 단체는 공동 성명을 발표해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의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 수익률이 낮아져 아무도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2013년 기후변화 의무 감축을 앞두고 재생가능 에너지 시장을 활성화할 의지가 과연 있는 것인가”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에너지 정책 드라이브’와 관련해 정부 쪽 사정에 밝은 한 에너지 전문가는 “오랫동안 에너지 정책을 주물러온 ‘구악’(정부 관료)들이 어느새 주도권을 잡은 것 같다. 미래지향적인 에너지 정책보다는 자기 영역 지키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사람들이다”라고 전했다. 에너지정치센터(대표 조승수 전 의원) 이강준 기획실장도 “차별화된 에너지 철학이 없다 보니 에너지 공기업·대기업, 그리고 이들과 유착한 관료에게 철저히 끌려다니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를테면 해외 유전개발 지원을 담당하는 지식경제부 한 부서의 보고 자료에는 “유전개발 기업의 투자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적극적인 진출을 위해서는 성공불 융자(개발 성공 시에만 상환 의무가 있는 융자 지원제도) 예산의 확대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라는 기업이나 할 법한 요구가 버젓이 등장한다. 실제 전경련은 5월6일 자원에너지위원회(위원장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1차 회의에서 대체 에너지로 꼽히는 바이오연료 확대 보급에 염려를 나타내는 한편, 기업의 해외 유전개발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를 ‘노골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안 그래도 성공률(10%)이 매우 낮았던 이 사업은, 최근의 원자재값 급등으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신자원민족주의’를 내세운 자원 부국들이 자국 정부 지분확대, 각종 세율 인상, 계약 조건 강화 등 경제적 실리를 적극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런 이유 등으로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의 주요국별·지역별 통상전략 총괄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은 대응을 정부에 주문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지난 4월7일 환경·시민단체들이 정부의 태양광 발전 지원 축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기술, 경험, 자금조달 능력, 외교 역량 등 모든 점이 강대국에 비해 불리한 상황에서 해외 유전개발을 무리하게 추진해야 하는지 냉정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유사시 국내에 들여올 수 있는 가능성도 매우 낮고, 그 양도 우리 소비량에 비춰 매우 작은 규모다. 이처럼 효과는 제한적인 데 비해 ‘도덕적 해이’의 비용은 클 가능성이 있다. 실패할 때는 상환 의무가 없는 현재의 성공불 융자 제도 때문이다. 민간기업이 철저히 상업적 기초에서 판단해 투자해야 하며, 그 위험도 직접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외교적 지원 정도만 하면 된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융자 지원 규모를 3576억원으로 확정했다. 이 돈은 한국석유공사, SK에너지, 삼성물산, 대우인터내셔널, LG상사 같은 에너지 공기업·대기업의 주머니에 대부분 들어가게 된다.

‘나쁜 에너지’ 확산의 또 다른 주범, 언론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사무처장은 정부의 태양광 지원 축소 방침에도 에너지 기업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태양광업계 종사자가 1500여명에 이르고 금융권까지 투자에 나서니까 한국전력과 정부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거대 발전소 중심의 중앙집중식 에너지 체제를 소규모 지역별로, 민주적으로 전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전은 주력인 원자력 산업을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래의 에너지 대안과 환경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들 먹고사는 문제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이다.”

관료와 에너지 기업의 유착 관계는 인적 교류에서도 확인된다. <시사IN>이 지난 2004년부터 2007년 10월까지 고위 공직자의 재취업 현황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모두 48명이 에너지 관련 공기업·대기업·기관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강준 에너지정치센터 기획실장은 “퇴직 후 밥줄을 쥐고 있는데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말한다.

이강준 실장은 ‘나쁜 에너지’를 확산시키는 또 다른 주범으로 언론을 지목하기도 했다. “에너지 기업은 보수·진보 언론을 가리지 않고 한해 수십, 수백억원씩 광고비를 집행한다. 언론사의 논조는 이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정치센터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광고비를 한전은 151억원, 한국수력원자력은 95억원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이명박 정부 들어 해외 유전개발과 원자력 발전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 형성에 가장 앞장섰던 집단은 역시 언론이었다. 대표 사례만 모아보면 이렇다.

“차기 정부는 기업들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 투자를 외교와 정책으로 적극 지원해야 한다.”(동아일보 2월1일자 사설) “최선의 에너지 대책은 원자력 발전이다.”(서울경제 2월14일자 사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내적으로는 우선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식을 다시 가다듬어 그 비율을 제고해야 하며, 보다 근원적으로는 해외의 에너지 자원을 확보해나가야 한다.”(문화일보 4월25일자 사설) “이제 원전은 우리의 생존 수단이다. 바이오 연료나 풍력·태양광 발전 같은 대체 에너지는 아직 비싸고 갈 길이 멀다. 현실적으로 원전을 빼고는 대안을 찾기 힘들다.”(중앙일보 4월28일자 사설)

시민단체에선 "대화 창구 사라졌다"

관료·에너지 기업·언론을 중심으로 한 ‘동맹 체제’와 관련,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갖다 붙이면 일부 말이 되긴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일도양단하듯 나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각 부처·기업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내부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측이 에너지 기업과는 뻔질나게 만남을 가지면서, ‘에너지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환경·시민단체 쪽엔 고개도 돌리지 않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장은 “참여정부와는 그래도 대화 통로가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는 완전히 우리 쪽을 무시하고 있다. 대화를 요청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재생가능 에너지 ‘홀대’ 논란에 대해 정부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정수남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실장은 “한정된 예산으로 신재생에너지원 전체를 지원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태양광 지원 축소 배경을 설명하면서 정부의 태양광 산업 육성 의지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했다. 지식경제부 한 관계자는 “해외 유전개발 등 공급 측면의 노력과 수요 관리, 대체 에너지 개발을 균형 있게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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