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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3-16 18:11
[언론기사] [SBSCNBC]핵재앙 남의 일 아니다…원전 의존 에너지정책 이대로 좋은가?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0,878  
핵재앙 남의 일 아니다…원전 의존 에너지정책 이대로 좋은가?



이정필 에너지 기후정책연구원 상임연구원

   
한국 에너지 정책에는 크게 보면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석유와 석탄, 즉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체계라는 점이다. 97%를 해외에서 수입해와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또한 이러한 화석에너지는 21세기 최대 이슈로 떠오른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다음으로 오늘 주제인 원자력 발전이다. 현재 원자력은 발전 비중으로 보면 31% 정도인데, 41%인 석탄 다음으로 높다. 세계 원자력 소비 순위를 보면, 현재 한국은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다음으로 4위에 해당할 정도로 원자력이 에너지정책의 핵심이다. 정부는 더욱 확대해서 원자력 의존도를 높일 계획을 갖고 있다.
 
반면 태양과 바람 등 재생가능에너지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재생가능에너지가 실제 ‘에너지 자립도’를 의미하는데,  2030년까지 11%로 상정해 놓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정부가 밝힌 이른바 ‘7대 녹색강국’은 어렵다고 본다.
 
○대통령도 원전세일즈…정부가 원전사업에 집중하는 이유
 
상반기에 발표될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원전 40기를 추가로 건설하여 발전 비중을 59%로 늘기겠다고 한다. 그리고 작년에 발표한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원전 80기 수출목표를 발표했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녹색성장’이라는 국가발전 기조와 정책에 문제가 있다. 녹색성장의 용어의 긍정성을 인정하더라도, 실제 집행하는 사업은 4대강 사업이라는 토목공사와 원자력 증설이라 파괴적인 에너지 정책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랍에미리트 경우 이면계약 등 많은 의혹들이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이렇게 무리해서라도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것은 워낙 큰 금액이 오고가기 때문에, 수출 실적 쌓기라는 정치적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원자력 에너지 발전의 가장 큰 문제점
 
우선 안정성 문제가 가장 크다. 한국은 아직까지 커다란 사고를 겪지 않아 다행이다.  그렇다고 작은 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 사태로 국내에서 원전 안정성 논의가 확대된 것은 그나마 다행일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원자력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한 적이 없다.
 
있었다면 사용후 핵연료, 즉 방폐장을 둘러싸고 홍역을 겪었다. 부안과 경주로 상징되는 두 곳의 경험이 그렇고, 경주는 아직도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도 가동중인 원자로뿐만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에도 문제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 보관 문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올해에도 신규 원전 부지 문제로 몇몇 지역에서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번 사태가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하나 에너지 공급과 수요 측면에도 비효율적이다. 한번 가동되면 전기 생산을 정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원전 사태가 보여주는 것처럼 엄청난 열에너지를 통제하기 힘들다. 원전이 늘어감에 따라 전기 공급도 늘 수밖에 없는데, 반면 전기 소비는 계절별, 시간대별로 달라진다. 그래서 심야 전기와 같이 값싼 전기가 존재하고, 난방, 온수, 취사에 전기 사용을 사실상 장려하는 정책이 주를 이뤘다. 최근 겨울철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는 것도 이렇게 에너지 공급 위주의 정책이 빗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에너지부족·지구온난화 대처, 평화적 핵이용은 불가피?
 
몇 년 전부터 국제사회에서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담론이 유포돼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업계, 관료, 소위 ‘원자력 마피아’가 조정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그러한 내용에 편승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기후변화의 위기를 틈타 온실가스가 적게 배출된다는 이유로 깨끗한 에너지로 광고하고 있지만, 원자력 발전소 건설, 우라늄 채굴과 유통 등 전과정을 살펴보면 과장된 면이 있다. 그리고 원자력 역시 다른 화석연료와 같이 고갈 자원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사태로 공황상태에 빠진 일본을 보면 안전하지도 깨끗하지도 않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도 안타깝지만, 그것으로 그칠 일이 원전으로 확대된 것 아닌가?
 
그리고 수치로 봐도 르네상스가 아니다. 현재 전세계 원전이 430여개로 감소추세 있다가 최근 아시아와 동유럽 등에서 신규 원전 건설 이뤄지고 있다. 다수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엄청난 피해를 초래한 역사적 사건들에서 학습했기 때문이다. 위험한 에너지보다는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추구하고 있다.
 
원전 국가들은 크게 세 가지 경로를 밟아 왔다. 우선 원전 사고 발생으로 원전 확대 정책을 수정한 경우가 있다. 미국의 쓰리 마일이 대표적이며, 유럽의 경우에도 체르노빌 이후 원전 거부감이 커졌다. 그리고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의식변화의 결과로 ‘탈핵’ 결정을 이루기도 했다. 과거 독일 사민당-녹색당의 적녹연정이 원전 단계적 폐지를 결정한 것이 그렇다.
 
마지막으로 일본과 한국,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역사적 경험들에서 어떤 교훈도 얻지 않고 꾸준히 원전 확대를 실시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번 사태로 일본이 어떤 경로를 따라갈지 두고 볼 필요가 있겠다.
 
○핵을 대체할 에너지방안 없나
 
핵에서 벗어나는 길 밖에 없다. 인간과 환경을 생각한다면, 탈핵을 추구하고 화석연료 중독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멈출 수는 없다. 그래서 현실적인 대안은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석유와 석탄 의존도를 줄이면서, 동시에 태양광, 태양열, 풍력, 지열, 소수력, 바이오연료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이중 잣대로 사고한다. 원자력은 기술로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에는 아직 기술이 부족하다고 한다. 일본이 기술력이 부족해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세금이든 기업 투자든 원자력에 투자한 만큼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한다면 비용효율적인 산업이 된다. 환경과 경제, 일자리 모두를 살리는 ‘생태적 근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에너지 위기, 기후변화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사람이 노벨 평화상을 받는 시대이다. 원자력과 기후변화 두 위기를 현명하게 돌파할 사회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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