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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4-07 17:41
[언론기사] [미디어오늘] 유류세 내리면 ‘살림살이’ 그만큼 나아지나요?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8,506  

유류세 내리면 ‘살림살이’ 그만큼 나아지나요?
되실아난 2008년 유류세 인하 경험…내려도 정유업체·주유소만 배불릴 가능성 
 


여야 할 것 없고, 진보·보수 가릴 것 없다. 6일 정부가 ‘석유가격 안정화 종합대책’을 내놓자, 정치권과 언론은 일제히 재탕·삼탕 대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물론 핵심 요구는 ‘유류세 인하’다.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물가 급등으로 서민이 고통받는 만큼 정부는 기름값을 내려야 할 것”이라며 “SK에너지가 기름값을 내렸는데, 정부는 유류세를 내려 국민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최고위원회에서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서 1ℓ에 100원을 인하했지만, 기름값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30%만 인하하면 ℓ당 300원은 줄일 수 있다”며 “물가 대란으로 국민의 고통이 큰 만큼 근본적인 대책으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한나라당과 한 목소리를 냈다.

중앙·서울·한겨레·경향 등 주요 일간지 역시 기사와 사설을 동원해 ‘유류세 인하’를 촉구했다. 한겨레는 7일자 사설에서 “정부가 주요 대책으로 제시한 정유사 폴 주유소의 혼합판매 허용, 석유제품 거래시장 개설 등은 전에도 시도했던 것들로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면서 “올 들어 원유 수입이 늘어나 1분기 석유 관련 세금이 지난해보다 1조원 가량 더 걷혔다고 한다. 서민 생계를 걱정한다면 연간 20조원에 이르는 유류세를 낮추는 게 합당하다”고 밝혔다.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그간 완강한 태도를 보였던 정부마저 흔들리고 있다. 6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김황식 국무총리는 “세수와 에너지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따져 유류세 인하 부분도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내렸는데 정부는 여전히 많은 세금을 걷고 있고, 물가가 오르면서 서민 생계는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고…. 요약하면 어느 누구도, 그 어떤 명분도 ‘유류세 인하’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어 보인다. 기름값 인하라는 ‘성의’까지 보인데다, 물류 비용 상승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도 나섰으니 정치권-언론-기업-서민(?) 모두가 총단결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이거다. 너도나도 ‘서민’을 외치지만, 그 어디를 봐도 유류세 인하가 서민들 살림살이를 개선시킬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근거는 없다. 기름값이 싸지면 당연히 서민들 삶에 도움이 된다는, ‘막연한 상식’에 의지하고 있지만 이는 상당한 검토가 필요한 대목이다.

지난 2008년 3월 이명박 정부는 ‘집권턱’이라도 내려는듯 역시 ‘서민 삶’을 내세우며 유류세 10%를 전격 인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듬해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정책으로 실제 소비자가 체감한 가격인하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인하 직후 약 1주일 동안은 가격이 하락했지만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곧 상승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하 후 10일(경유)~40일(휘발유) 이후에는 세율 인하 전보다 가격이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상승하기 시작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국제유가 상승뿐 아니라 다른 요인도 이런 추세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당시 재경부 보고서는 유통 과정에서 세율 인하의 상당 부분이 정유업체들의 이익으로 흡수됐다고 분석해 파문이 일었다.

현재도 다르지 않다. 정유사들은 ℓ당 100원을 내린다고 발표했지만 ‘서민’들은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주유소들까지 가격을 내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급가’만 내렸을 뿐 ‘판매가’까지 내려간다는 보장은 없다. 주유소마다 이전에 구입해놓은 재고 물량이 적지 않은 탓도 있다. 결국 소비자들이 ‘현장’에서 구입하는 기름의 가격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심지어 정유업체와 주유소의 ‘재량’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비판받아야 할 지점은 이렇게 투명하지 못한 가격 구조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6일 대책 발표에서 오를 땐 더 오르고 내릴 땐 덜 덜리는 ‘비대칭성’ 문제를 지적해놓고도, 기업들에게 ‘별 혐의없음’이라는 면죄부를 주었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이와 관련 “비대칭성 지적은 업체의 ‘폭리’가 있다는 건데 정부는 이 구조를 개선하기보다 ‘타협’을 택했다”고 비판하면서 “결국 이는 모순된 구조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며 이틈을 타 유류세 인하만을 외치는 정치권과 언론, 기업 역시 근시안적 시각으로 자기 잇속만 챙기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정치권과 언론이 진정 ‘서민’을 생각한다면 유류세 인하 등 세금을 내리기보다는 보호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하는 게 더욱 올바르다”는 게 한 부소장의 주장이다.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석유 소비만 부추길 염려가 있는 유류세 인하보다는 서민 주거용 난방비 보조, 영세업자 유류비 지원 등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물론 유류세 역시 손질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조금만 걷어라”가 아니라 “제대로 쓰라”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게 환경·에너지 운동가들의 중론이다.

지금처럼 자동차용 도로 건설 등에 유류세로 걷은 세금을 쓸 게 아니라 친환경 교통수단과 대중교통 활성화,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실용화 등 미래를 위해 더 많은 예산을 쓰라는 이야기다. 그것은 곧 다가올 석유 정점과 기후변화의 위기로부터, 나아가 전 세계를 공황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원자력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 기사원문 : http://p.lumieyes.com/frm2.asp?domain=mediatoday.co.kr&url=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9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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