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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4-15 08:23
[언론기사] 독성 경제를 벗어나자 -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0,738  

[인터뷰] 독성 경제를 벗어나자 -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작성자 :  바보여우

(서울서부비정규센터 4월 소식지)


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을 둘러싸고 연일 불안한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다. 방사능이 섞인 비를 맞으면 안 된다, 편서풍보다 상층 기류가 문제다, 세슘이 아니라 스트론튬을 걱정해야 한다, 체르노빌을 방불케 하는 사건이다, 당장 우리나라도 원전을 폐기해야 한다 등등 논란의 수준과 범위도 참 다양하다. 전 국민이 황우석 사태 때 유전공학 전문가, 한미 FTA 때는 식품의학 전문가가 되었던 것처럼 이제는 핵과 방사능 전문가가 될 판이다. 과학 무지렁이인 나로서는 그저 한 가지만이 궁금했다. 그래서 위험하다고? 안 위험하다고? 여기에 답해 줄만한 인물로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한재각 부소장이다. 한 부소장은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석사 과정에서 과학사를 전공했고 분당 이전의 민주노동당에서 과학기술 담당 정책연구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연구소 부소장직과 함께 사회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출발은 전자공학이었지만 영 안 맞더라고요. 졸업을 하면서 '진보적 사회진출'을 고민하게 됐는데, 과학기술 자체를 연구하는 과학자보다 과학기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일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가 부소장직을 맡고 있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이름 앞에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연구소는 에너지기후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연구 기관으로, 2009년 8월 설립됐다.

"에너지 기후 문제는 자본의 재편을 포함하는 사회 재구조화를 통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저희의 문제의식은 기존의 운동이 자본주의 생산체제 내에서 노동의 몫을 늘리는 방식에 젖어있지 않았나 하는 비판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지금의 생산체제를 벗어나 친환경 경제체제로 이동하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의 아이디어입니다."

오지랖이 넓어서 바쁜 남자

한재각 부소장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것은 황우석 사태다. 온 국민이 황우석을 영웅처럼 떠받들던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고, 그 덕에 남보다 욕도 많이 먹었다. 당시 얘기는 입에 올리기도 싫단다. 이밖에도 개인정보 보호, 보건의료, 환경, 핵 등등 과학기술하고 조금이라도 연관된 일이라면 두루 발을 걸쳐 왔다. 과학기술 분야를 아는 사람이 워낙 부족하기도 해서였겠지만, 본인 말로는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 불만족스러웠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신약 개발만 봐도 그렇습니다. 진보라고 해도 잘 듣는 약을 싸게 나눠주면 좋다는 평등한 접근의 수준에 생각이 머물러 있죠. 약을 실험하는 과정에서의 인권이나 제조하는 과정에서의 위험성까지 생각하지는 못해요. 과학기술 자체에 큰 관심도 없고요. 제 오지랖이 넓어서 각 영역의 논리들을 넘어서려다 보니 별 것에 다 개입하게 됐죠. 때로는 사고도 쳤고요."

한 부소장은 과학기술에 대해 좀 더 폭 넓은 시각을 가지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강양구 기자의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를 추천해 주었다.(한재각 부소장 본인이 저자로 참여한 책들도 있다. 작년 말에는 여행서도 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특별히 서부비정규노동센터인 만큼 환경과 노동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의 접점은 대개 작업장 안전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제안한 미국의 노동운동가 토니 마조치도 화학, 정유, 원자력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에서 시작해, 노동자들이 전 세계에 독성 물질을 퍼뜨리는 독성 경제에 종사하는 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죠."

때문에 작업장 안전은 일자리 문제로까지 연결된다. 일단 노동자들이 옮겨갈 재생에너지 분야의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고, 다음으로 그 일자리는 불안정 임시 노동이 아닌 안정적인 정규 노동이어야 한다. 한재각 부소장은 양질의 일자리가 환경과 노동 양 분야에서 앞으로 토론되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하러 들어간 노동자들도 비정규직들이지 않았습니까? 위험마저 불평등하게 배분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핵 산업을 비롯한 많은 작업장에서 외주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급여와 작업 조건뿐 아니라 위험에서도 차별받고 있다는 데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합니다."

'우산은 쓰고 다니세요'

다른 곳에서 듣기 힘든 귀한 얘기들을 잘 들었다. 그런데, 그래서 방사능은? 원자력 발전소는? 위험하다는 얘긴가? '한국 정부의 말과 무관.... 빠르게 유입.... 세슘 발견.... 요오드 녹아... 엑스레이 찍는 정도....' 뭔가 어려운 용어들이 쭉쭉 나오며 한재각 부소장의 개념 설명이 이어졌다. 중요한 건 이거다.

"제가 평소에 우산을 잘 놓고 다니는 편인데요. 만일 방사능이 조금이라도 섞인 비가 오면 우산을 사거나 밖에 나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위험을 굳이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 정교한 관리 체계 아래 합리적인 수준의 통제가 이루어지는 실험에서 나온 수치를 따르기보다 만일의 위험성을 경계하자는 말이다.

"불확실성을 어떻게 보는가의 문제입니다. 원전뿐 아니라 기후변화도 그렇죠. 일어날 수도 있고, 영향이 작을 수도 있고, 아예 안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과학기술자는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고, 별다른 일이 안 일어나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일어난다면 거대한 재앙이 될 테니,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대비해 놔야 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원자력 발전소를 폐기해야 할까. 겨울에는 반팔을 입고 뒹굴고, 여름엔 감기에 걸릴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놓는 우리가 그 많은 에너지를 어디서 구한담. 원전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얼치기 이상주의자인 것일까.

"원전을 내일 끄자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독일은 체르노빌 사태 이후 원전 폐기를 목표로 2016년까지의 시나리오에 따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줄여야 한다는 합의가 있는 한 에너지 효율화와 동시에 차차 단계를 밟아나가면 됩니다. 원전이 없으면 당장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죠."

노동자들이 만드는 제품이나 종사하는 서비스가 노동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준다하더라도 사회적 불평등과 환경의 위기에 기여하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재각 부소장과의 만남을 통해 작은 궁금증을 해결하고 크나큰 질문을 떠안게 됐다.

글 김희연(자유기고가, 서울 서부비정규센터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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