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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4-29 12:16
[언론기사] [매일노동뉴스] ‘작은 책 카페’ 레드북스(Red Books)를 가다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7,170  

[SPECIAL] ‘작은 책 카페’ 레드북스(Red Books)를 가다 
 
“인문사회서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으로 되살다” 


 
간판도 빨갛다. 찾기 어려울까 우려했는데, 기우였다. 그 색은 강렬했다. 그래도 너무 노골적이지 않은 걸까.
"저는 원래 빨간색을 좋아했고, 그는 녹색을 좋아해요. 책 종류는 다양하지만, 굳이 적색과 녹색 코너는 따로 만들었죠. 너무 주인 성향을 따라갔나요?"

어느샌가 기억 속에 잊혔던 인문사회서점이 새로 문을 열었다. 그것도 서울 도심 한복판에. 지난해 9월 설립된 '레드북스'(Red Books)가 그곳이다. 주소지는 서울시 종로구 교남동이지만 지리상으로는 서대문구와 가깝다.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3번 출구에서 불과 100미터 남짓 걸으면 '레드북스'라는 빨간 간판을 만날 수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9일 레드북스를 찾았다. 이날 만난 책방 공동주인(공동대표) 최백순(46)씨는 지난 2월까지 진보신당 종로구위원장을 맡았다. 또 다른 공동주인인 김현우(40)씨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일한다. 각각 빨간색과 녹색을 좋아하는 이유다.

"진보진영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죠. 일단 서점이 있어야 사람들이 찾아오고, 찾아오면 아무래도 책 한 권이라도 구입하지 않을까요." 최씨가 밝힌 레드북스 설립 이유다.

사라진 인문사회서점, 전국 7곳에 불과

90년대만 해도 대학가에 인문사회서점 하나 없는 곳이 없었다. 각 서점은 그 대학의 진보성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이었다. 주요 대학들은 유명한(?) 인문사회서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았다. 지금도 서울대 '그날이 오면'과 성균관대 '풀무질'은 인문사회서점으로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한때는 전국에 140여곳의 인문사회서점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7곳밖에 없어요. 그중 5곳이 서울에 있고. 그나마 강의 교재나 수험서를 팔지 않으면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최씨는 레드북스를 만들면서 '망하지 않을까' 고민도 많았다고 했다.

인문사회서점은 주로 대학가에 자리 잡았다가 학생운동과 진보담론이 쇠퇴하면서 대부분 문을 닫았다. 속된 말로 장사가 안 됐기 때문이다. 레드북스는 수험서·실용서는 팔지 않는다. 게다가 대학가가 아닌 도심인 서대문에 문을 열었다는 것이 특색이다.

레드북스 인근에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진보네트워크·빈곤사회연대 등 20여개가 넘는 다양한 진보·시민단체들이 밀집해 있다. 도심 부근에서도 건물 임대료가 싸기 때문이다. 책방 공동주인들의 생활 근거지이기도 하다. 물론 책방을 연 계기는 이런 이유만은 아니었다.

"‘이런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술자리 이야기로 김현우씨와 많은 고민을 나눴죠. 오래 전부터. 그런데 지난해 어느 순간부터 술자리 구성원이 늘더라고요. 아는 사람들이 부쩍 서대문에 많이 나타나기 시작한 거죠."

민주노총과 산하 연맹들이 서대문구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해 6월. 진보단체에다 노동단체까지, 망하진 않겠다 싶었다. 최씨와 김씨는 임대보증금·인테리어비 등 5천만원을 모아 같은해 9월 '레드북스'를 열었다. 6개월이 지났다. 장사는 좀 될까. "민주노총은 뭐, 여전히 잠재적 고객이죠."

돈 벌러 책방을 연 건 아니라고 했다. "인문사회서점도 의미가 있지만 이 공간이 사람들이 만나고, 그 만남을 이어 주는 곳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동네 사랑방이라고 할까.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공동체 공간?"

 


“이름은 무시무시, 마음은 따듯”

임대료·책 구입비를 포함해 한 달 유지비는 약 300만원. 하루 10만원의 순이익이 나와야 유지가 가능하다. 매월 1만원씩을 내는 120여명의 후원회원이 없었더라면 현재로선 유지 불가능한 금액이다. 최씨는 "그럭저럭 운영만 하는데, 책방에 놓인 책 종류와 후원회원이 늘어 그나마 든든하다"고 말했다.

"가끔 전혀 친분도 없고, 멀리 사시는 분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책방을 찾곤 해요. 10~20권씩 책도 사 가고. '이런 책방 꼭 필요하다. 잘됐으면 좋겠다'며 후원회원에 가입하는 분도 있어요. 그때가 가장 보람되죠."

레드북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런데 아뿔싸. 오전 시간대여서 그랬나. 2시간여 동안 방문객 하나 없다. 다시 한 번 와야 하나.
"하루 평균 10명은 넘을 것 같은데, 대중없죠. 정말 많을 땐 하루 30~40명씩 오기도 하지만 없을 땐 그냥 없어요."

생생한 이야기를 듣진 못했지만 인터넷만 검색해도 레드북스와 관련한 이야기는 쉽게 접할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블로그에 "책방을 지키는 것, 그것도 사회운동의 하나가 되는 시기"라며 "세상이 힘들고 어려운 일만 가득한데, 레드북스만 갔다 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는 후기를 남겼다. 무언가 또 다른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찻값도 싸고 책도 읽을 수 있어 종종 이용한다"며 "이름은 무시무시한데, 가슴이 따뜻해지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3천500여권의 인문사회서적에 "찻값도 싸요"

실제 찻값이 싸다. 커피·차·음료 등 20종을 파는데, 가장 비싼 게 2천500원이다. 후원회원은 무료다. 그런데도 레드북스에서는 그 비싸다는 공정무역커피만 취급한다. 작은 연대다. 커피나 음료는 주인장이 직접 만든다. "요즘 기계가 좋아서…"라며 최씨는 웃었다. 66제곱미터의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한쪽에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곳도 마련했다. 엉덩이 붙이고 책 읽는다고 제재하는 이도 없다.

작다고 깔보면 안 된다. 레드북스에서 판매하는 인문사회서적은 3천500여권이나 된다. 80년대 사회구성체 논란이 뜨거웠던 시절, 정파마다 교과서처럼 읽었던 책들은 물론 최근 나온 신자유주의나 세계 금융자본주의 비판서, 한국사회의 진보적 담론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담은 책들도 눈에 띄었다.

100만부 넘게 팔려 2000년 이후 첫 인문교양서적 밀리언셀러에 등극한 '정의란 무엇인가'도 있다. 최근 관심을 끈, 출판된 지 한 달밖에 안 되는 튀니지·이집트·리비아 등 중동 혁명바람을 분석한 책들도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웬만한 인문사회서적은 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심지어 각 진보출판사에서 내놓는 계간지·무크지는 물론 '노동과 세계'·'금속노동자'·'COMCOM' 등 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준)가 발간하는 기관지도 서점 한쪽을 채우고 있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매일노동뉴스>가 발간한 ‘현장을 가다’ 등의 책도 눈에 들어왔다.

최씨는 "인문사회서적 외에는 팔지 않으니, 판매할 책도 직접 고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의 눈에 띈 무협지 한 권, 영웅문. "아, 저건 기증받은 건데. 기증은 종류를 안 가려서…. 해 주시는 것만 해도 고맙죠." 80~90년대 운동권의 마음은 사로잡았던 책들도 대부분 기증받은 것이다. 기증받은 책은 아주 저렴하게 판매한다. 그러나 기증이 있어야 가능.

서점 넘어 만남 잇는 공간으로

레드북스의 장점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식 명칭도 '작은 책 카페, 인문사회서적·커피·모임 레드북스'다. 레드북스가 공간을 넘어 사람들의 만남을 이어 주는 곳이 됐으면 하는 게 주인장들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실제 레드북스는 지난 6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꼴로 저자 초청 간담회나 다양한 형태의 영화제·음악회를 개최했다. 23일부터 이틀간은 반핵을 주제로 8편의 영화·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 2003년 전북 부안 반핵운동을 다큐로 제작한 ‘야만의 무기’ 이강길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도 마련했다.

지난 16일에는 시인 송기역씨가 4대강 공사 현장답사를 르포 형식으로 담아 발간한 '흐르는 강물처럼' 출판을 기념한 음악회가 개최됐다. 저자와의 대화도 아니고 음악회라니, 역시 색다르다. 책읽기 모임 등 각종 소모임도 3개나 구성됐다. 물론 주인장들이 만든 건 아니다.

"우리는 책과 공간을 제공하죠. 빔 프로젝트도 갖춰 영화상영도 가능합니다. 저자와의 간담회도 중계하고요. 각 모임이 스스로 준비하되, 우리는 지원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게 우리가 바라던 것이고. 돈 벌면 그런 역할을 확대하고 싶어요."

꿈은 이뤄진다.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는 외쳤다. 그때 이룬 4강 신화는 축구대표 선수들의 노력만은 아니었다. 그들과 함께 살아 숨 쉬며 같은 꿈을 꾸었던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레드북스와 함께 'Be The Reds'를 외칠 이 누굴까.

"책은 싸게 파나요?" "아, 우리는 정가판매가 원칙인데." 그래도 찻값만큼은 싸게, 그러나 공정무역커피만을 파는 그곳, 레드북스. 최씨는 “책은 안 사도 되니, 인근 노동·진보단체 간부·활동가들이 머리 복잡할 때 잠시 쉬어 가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레드북스 홈페이지 http://redbooks.co.kr, 전화 070-4156-4600)

* 기사원문 : http://www.labortoday.co.kr/news/view.asp?arId=103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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