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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5-06 13:19
[언론기사] [ODA Watch Letter] 기업? 괜찮은 파트너 맞아?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1,866  

기업? 괜찮은 파트너 맞아?
 - 제 33차 ODA 월례토크 [기업은 국제개발협력의 '괜찮은' 파트너일까?] -




최근 한국사회에서 기업의 역할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변하고 있다. 대중이 소비자이자 생산자, 그리고 노동자로써 기업이 지켜야 할 마땅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추어 사회적 공헌(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의 변화에 견주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 활동은 어떠할까?
 
여행이나 해외출장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지나는 곳곳에서 알만한 한국 대기업의 로고를 발견한 적이 있으리라. 그만큼 한국기업의 해외직접투자와 영업활동은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국내 인건비와 생산비의 상승으로 좀 더 값싼 노동력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으로 진출한 기업의 수는 최근 10여 년 동안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여왔다. 이처럼 한국기업의 개도국 진출 사례가 늘어나면서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있어서도 기업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국제개발협력을 위한 새로운 재원으로 기업의 참여를 통한 민관협력(Public Private Partnership: PPP)이 강조되면서 과연 기업은 국제개발협력의 괜찮은 파트너인지에 대한 의문과 기대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ODA Watch는 이에 대한 논의를 위해 제32차 ODA 월례토크의 주제를 '기업은 국제개발협력의 괜찮은 파트너일까?'로 잡았다. “괜찮은 파트너”는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는 여전히 기업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번 월례토크는 ODA Watch,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국제민주연대를 포함한 총 7개 시민사회단체가 캄보디아 시민사회 초청으로 참여한 캄보디아 개발협력 현장방문 프로그램(Exposure visit of Korean NGOs to Cambodia: 이하 Exposure Visit)을 통해 시민사회가 두 눈으로 확인한 한국 기업들의 실태를 알리고 개선방안과 대안을 찾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기도 했다. 이번 월례토크에는 Exposure Visit에 참여했던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진우 상임연구원, 국제민주연대 최미경 사무국장과 기업의 사회적 공헌활동 증진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유엔글로벌콤팩트의 이준석 팀장이 발표를 맡았다.
 

능력을 길러주는 ‘개발’이 이루어져야



첫 발제자로 나선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이진우 연구원은 캄보디아 개발현장방문을 통해 눈으로 확인한 한국기업의 캄보디아 내 개발 사업 문제를 발제했다. 우선 개발사업으로 인한 폭력적 top-down 형식의 강제퇴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안거주지 및 보상대책이 워낙 열악해 대부분이 사회극빈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도시 중심 개발사업과 아동 노동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 사례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업측에서 충분한 보상정책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을 요구했으며, 교육 강화를 통한 아동노동 방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노동의 자립, 그리고 낮은 도시화율(15%)을 가진 캄보디아의 상황을 고려한 지역 거버넌스 강화를 통한 농촌 중심의 개발사업 확대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덧붙여, 캄보디아의 풍부한 자원이 오히려 독이 되는 이른바 ‘자원의 저주’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현지주민들은 자원개발에 따른 적은 액수의 단기적 보상에 현혹되어 개발에 호의적인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진행될 환경파괴와 인권의 침해상황에 대해서는 미처 인식하지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와 같이 환경에 대한 기업의 무관심은 이미 우려될 만한 수준에 이르러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기업은 단기적 이익을 좇는 근시안적 접근이 아닌 지역의 환경문제를 함께 포괄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며, 현지주민들에 대한 환경교육의 기회는 관련 NGO들이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진우 연구원은 개발이란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되야 하며, 자립할 수 있는 능력과 지속 가능한 능력개선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함을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과연 개발이 캄보디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이제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정부 그리고 NGO들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해줄 것을 바란다는 이야기로 발제를 마무리했다.
 

현지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국제민주연대 최미경 사무국장은 아시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국기업의 인권 문제를 사진과 함께 사례 위주로 발제했다. 최근 언론에도 수차례 보도가 된 바 있는 이 사례들은 한국기업이 현지 노동자에 대한 불합리한 임금체계와 노동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로 시위가 발생했던 방글라데시 치타공 사례와, 독재정부에서 자행되는 개발과정에서의 인권유린을 묵인하고 있는 ‘버마 가스개발사업’ 대한 것이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경찰에 의한 폭행, 강제실종, 비사법적 살인(Extra-Judicial Killing)으로 인한 대표적 인권침해 국가로서 이번 사례에서도 앞서 언급한 문제에 대한 증언을 현지 노동자 측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인권문제와 더불어 한국의 현지 대사가 공공연하게 법률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여 현지 정부에 대한 내정간섭을 하거나 혹은 현지 정부가 인정한 노동조합을 한국기업이 인정을 하지 않는 문제 등, 인권문제를 넘어서 국가의 법률을 존중하지 않는 한국기업의 오만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불합리한 처사에도 불구하고 현지 정부는 해외자본유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발제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점차 주류화 되고 있다



세 번째 발제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유엔차원에서 추진하게 위해 2000년 발족한 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 이하 UNGC) 한국협회 이준석 팀장으로 발제를 통해 UNGC 활동에 대해 소개하였다. UNGC는 기업들의 자발적 이니셔티브로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에 관한 10대 원칙을 준수하고, 가입한 기업 및 단체들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COP)를 제출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 약 9000여 개, 한국에서는 약 190여 개의 기업과 단체들이 가입되어 있다.
 
이준석 팀장은 국제개발협력에 있어 기업은 필수적 파트너라고 말하며,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바, 이를 위하여 업종별, 규모별 벤치마킹 사례 및 이에 대한 연구가 요구됨을 지적했다. 이를 위해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점차 주류화 되어가고 있으며, 올해 한국에서도 처음으로 외교통상부에서 CSR에 대한 예산이 책정되었음을 소개했다. 또 이제 소비자들과 구직자들은 착한기업을 선호하고, 투자자들도 ESG이슈(환경∙사회∙거버넌스)에 주요한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으며, 특히 유럽 기업들은 한국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때 UNGC 가입 및 인권경영을 요구하고 있어 UNGC가 강제성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한국기업의 경우 해외에서 인권 침해 및 환경 오염에 대한 사례가 많은 것을 지적하며 기업이 NGO와 학계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하여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필요하고, UNGC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발제를 마쳤다.
 
 
긍정적 부분도 함께 볼 수 있는 균형적 시각이 필요
 
마지막으로 업무로 인해 갑자기 월례토크에 참석하지 못한 국제개발협력 사업 참여 기업관계자를 대신하여 한재광 사무총장이 발제문을 대독하였다. 이 기업 관계자는 해외직접투자(FDI)가 ODA 규모의 수십 배에 달하는 만큼 이를 개발협력의 주요한 주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긍정적 사례와 부정적 사례를 제시하면서 부정적인 영향 최소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기업의 목적인 이윤창출이라는 대전제 하에 도덕적 윤리적인 이유로 기업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이에 유인동기 제공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기업 순기능을 위한 정부의 인센티브 제공, 기업과 NGO의 공동 프로젝트, 기업의 Needs와 개발협력의 부합성을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연구 등 기업이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기업 내부에서 ‘좋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 우수한 인재들을 국제개발협력으로 이끄는 방안도 제시하였다. 마지막 당부의 말로 기업의 해외투자활동의 부정적 영향만 지속적으로 강조된다면 기업과의 적대적 관계만 형성될 것이므로 긍정적 부분도 함께 볼 수 있는 균형적 시각을 가질것을 시민사회에 요청하였다.
 
 
사회를 향한 재투자가 필요하다
 
발제와 토론이 끝나고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청중들의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먼저 국제개발협력 컨설팅회사에 다니는 한 청중은 한쪽으로 치우친 시선으로 인해 이번 월례토크에 아쉬움을 느끼며, 시민사회가 고발을 넘어선 대안을 찾아주었으면 한다고 질문했다. 이진우 연구원은 기업은 그들의 이익 중 일부는 사회환원을 할 수 있는 재투자 개념으로 봐야 하며, 주주뿐만 아니라 사회를 위해서 복무해야 한다고 답했다. 최미경 사무국장은 존 러기(John Luggie) ‘기업과 인권에 관한 유엔 사무총장 특별대표’의 말을 인용하며 CSR은 지키지 않더라도, 기업 활동에 있어서 인권존중은 필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아직 인권에 대한 개념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며 교육을 통한 기업인권 개념 인식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어서 농촌 중심의 개발사업에는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청중의 지적에 이진우 연구원은 기업이 지역에서 정부보다 할 수 있는 일이 적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기업이 먼저 나서지 말라는 법이 없으며 기업이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토착민과 지역NGO와의 협의를 고려하는 기업의 지역 거버넌스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기업 인권교육에 대한 청중의 질문에 이진우 연구원은 현재 기업 인권교육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NGO의 진입이 봉쇄 되어있고 기업입장에서 인권교육이 진행되는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최미경 사무국장은 인권이 좀 더 발전한 나라에서 시행된 인권경영 사례 및 지표 소개를 통한 학습이 필요하며 UNGC가 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팀장은 UN 차원에서 미래의 CEO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찍부터 책임경영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가정에서도 착한소비 및 환경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이것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강해지면 기업은 소비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



이어 UNGC의 강제성 및 검증과 구속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준석 팀장은 UNGC에 강제성은 없지만 사실상의 무역장벽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UNGC 와 ISO 26000과 같은 인증제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검증과 구속성에 관련해서는 UNGC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미제출시 경고 및 제명이 이루어지고 난 후 명단이 공개되는데, 이로 인하여 기업의 이미지가 타격을 받게 되면서 스스로 사태를 자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검증 부분에 있어서는 최근 보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COP 보고서를 검증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포함시키는 시스템으로 변화를 주었다고 했다.
 
발제와 토론시간에 나타난 세 명 패널들의 공통된 의견은 정부, 기업, NGO가 점차 대화와 협력을 늘려갈 필요성이었다. 이진우 연구원은 해외사업에서 토착민과 지역NGO와의 대화를 강조했고, 최미경 사무국장은 최근 기업인권에 관련해 비공개적으로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 등 행위자 간의 목소리를 교환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앞으로 계속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이준석 팀장은 UNGC가 정부와 기업, 학계. NGO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싶다고 하였다.
 
 
기업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고 되어야만 한다
 
약 2시간 40분 동안 진행된 제32차 월례토크는 국제개발협력에 있어서 기업이 과연 어떤 활동을 하는지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가 있는 자리였다.  월례토크가 시민사회의 고발형식으로 진행되면서 다소 치우친 방향으로 흘러간 점이 아쉽지만, 기업관계자의 발제문과 청중과의 대화를 통해 시민사회가 기업에 바라는 대안을 보여주었다고 본다.
 
기업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고, 되어야만 한다. 기업들도 이제는 이윤이 된다면 어디든 찾아가 무엇이든 하는 기존 행태를 피하고, 정당한 수단 그리고 대화와 협력을 통하여 기업의 이윤과 더불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사회변화를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활용할 수 있는 개발재원이 크고 창의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이슈를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고민한다면 기업은 더욱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소중한 행위자이다.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장의 모든 참여자가 소통하며 투명하게 서로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은 누군가의 소망이 아니라 당위의 이야기일 것이다.
 
최근 방송에서 안철수 교수는 항상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영화 ‘스파이더맨’ 의 대사를 소개했다.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위대한 힘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 이제 기업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 비중에 걸맞는 보다 책임 있는 활동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 기사원문 : http://www.odawatch.net/articlesth/9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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