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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2-06 15:21
[언론기사] [프레시안]기후변화협약 총회, 카타르에 밀린 한국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0,564  
아프리카에서 물 먹은 MB…"그래서 다행이다!"
[여기는 더반!·2] 기후변화협약 총회, 카타르에 밀린 한국


유엔기후변화협약 제17차 당사국 총회(COP17)가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11월 28일 성대한 개막식과 함께 시작되었다.

공식 대표단 1만5000명, 옵서버 1만 명, 언론인 2000명 등, 190개가 넘는 국가에서 총 2만7000여 명이 참석하는 이번 COP17에 대해서는 국제 사회의 상당한 우려가 존재한다. 온실 기체 의무 감축 목표, 시한, 방법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좁혀지지 않는 이해 갈등, 개발도상국 내의 입장 차이와 분화 등으로 COP17에서 '공정하고 야심찬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이 만들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잘 알고 있을 개최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개막식에서 개별 국가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지구와 인류 공통의 문제인 기후 변화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자고 호소했다. 수단과 소말리아의 가뭄, 남아프리카의 홍수 등 아프리카 국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여러 재해로 큰 고통과 갈등을 겪고 있다. 수단의 가뭄은 종족 간 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장 크리스티아나 피구에레스는 개막 연설에서 선진국이 향후의 온실 기체 감축 목표를 분명히 약속하는 것이 COP17의 결정적 이슈라고 강조하면서 개발도상국도 기후 변화와의 싸움에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개막식의 화려한 외교적 수사와 덕담을 뒤로 하고 노골적인 국가적 이해관계들이 충돌하는 기후 변화 협상이 12월 9일까지 계속된다. 1주일쯤 지나면 기후 변화 협상 결과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환경 운동가들이 바디 페인팅을 한 채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COP17 회의 최초의 결정 중의 하나는 한국과 관련된 것이었다. 바로 2012년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8)의 개최국 선정에 관한 결정이었다. 해마다 열리는 당사국 총회는 5개 대륙에서 돌아가면서 개최하는데, 올해는 아프리카, 내년 2012년은 아시아에서 개최하기로 되어 있다.

COP18 유치를 위해 한국과 카타르는 지난 2년 동안 치열하게 경쟁해왔는데, 카타르가 2012년도 개최지로 결정되었다. 더반 현지 시간으로 11월 29일 오후 트위터를 통해서 카타르로 결정되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피구에레스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장은 트위터를 통하여 카타르가 내년도 회의 개최지라고 공식 확인했다.

이 결정은 국제노총과 국제 NGO, 시민 사회 그룹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COP17 회의장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콰줄루나탈 대학 캠퍼스에 별도로 마련된 '시민 사회 공간'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던 국제노총은 즉각 이 소식을 참가자들에게 알렸고 이 결정에 대하여 국제 노동 운동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의견을 물었다.

모든 참가자들은 국제노총이 즉각적인 반대 의견을 표명해야 하며, 다른 국제 NGO, 시민 사회와 함께 이번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하여 국제노총이 카타르의 노동조합 탄압, 노동 기본권 부정, 이주 노동자 차별과 착취, 억압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하였다.

국제노총은 '노동 기본권 보장 없이는 카타르에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결코 개최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긴급 메시지를 발표하였다. 이 메시지에서 국제노총 새런 버로우 사무총장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카타르가 개최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였다.

우선 카타르는 기후 변화 협상에서 계속 걸림돌이었으며 협상의 진전을 가로막아 왔다. 또 하나의 이유는 카타르 정부가 노동조합 탄압과 노동 기본권 제한, 이주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전면 부정, 이주 노동자에 대한 억압, 착취, 살인적 저임금, 극심한 산업재해 위험 등에서 세계 최악의 정부이기 때문이다.

국제노총의 정보에 의하면, 카타르에서 노동 기본권은 법률에 의해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법률에 의해 하나의 노동조합만 인정되며, 공무원 그리고 카타르 국적을 가졌으나 혈통상으로 카타르 인이 아닌 노동자는 단결권이 없다. 노동조합의 활동도 법률의 규제를 받으며, 정치 활동에 관여하거나 국가나 정부를 모독하는 자료를 배포하는 노동조합은 노동부 장관이 해산시킬 수 있다.

또 카타르에서는 단체 교섭권은 인정되나 정부가 단체 교섭의 규칙과 절차(단체 협약의 내용, 범위, 기간, 해석을 포함)를 통제하고 있다. 파업권은 인정되나 합법 파업을 하기는 극도로 어렵다. 조합원의 4분의 3이 찬성해야 파업할 수 있으며 파업의 시기와 장소는 노동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전 중재 과정이 끝나야 합법적 파업이 가능하다.

공무원과 가사 노동자는 파업할 수 없으며, 사회 공공 서비스 노동자는 공공에 해롭거나 재산피해를 입힐 경우 파업할 수 없다. 석유가스 산업, 항만 그리고 모든 형태의 운송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주 노동자들은 카타르 총인구 170만 명의 87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노동력의 6퍼센트만이 카타르 인이고, 나머지 노동력은 남아시아(인도, 네팔, 필리핀 등)와 동아프리카 출신의 이주 노동자들이다.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은 참혹하며 이들에 대한 카타르 정부의 억압도 극심하다. 저임금, 체불 임금, 고용주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을 부여하는 고용 계약, 파업 시 추방,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여권 압수, 여성 가사 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성희롱이 이주 노동자들에게 자행되고 있다.

불행하게도, 카타르의 노동 기본권 상황에 대한 위의 서술은 우리에게도 그다지 낯설지 않다. 국가 이름이나 지명을 지우면, 노동 기본권, 노사 관계나 이주 노동자에 대한 처우와 관련하여 한국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기사 내용과 상당 부분 겹친다. 한국 정부와 사용자들은 한국이 카타르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카타르의 상황을 빗대어 한국의 노동 기본권 상황이나 이주 노동자 처우를 정당화하려 한다면, 그것은 잠재적으로 '바닥으로의 경쟁'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 정부는 노동 기본권, 노사 관계와 관련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 기구와 국제 사회에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관련 법률과 제도를 개정하거나 정비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하였지만 거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고, 몇 개 안 되는 약속 이행의 경우에도 국내법을 교묘하게 개정하여 과거의 악법이나 잘못된 제도의 틀을 온존시키고 있다. 2010년에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 회의의 경우 해외 노조와 시민 사회 조직의 입국과 참여를 선별적으로 제한하거나 금지하여 국제 사회의 비난과 공분을 산 바 있다.

카타르를 차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개최지로 선정한 결정을 재고하라는 국제 노동 운동의 요구를 한국으로 개최지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로 한국 정부가 착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노동 기본권 보장과 관련하여 국제 사회에 한 약속 그리고 약속 불이행의 반복, 노동조합에 대한 여전한 억압을 국제 노동 운동과 국제 시민 사회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제 노동 운동을 포함한 국제 사회에서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의 개최국이 되기 위한 최소 필수의 조건과 자격을 설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강력히 대두하고 있다.

국가 이미지나 '국격'을 입만 열면 강조하는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또 하나의 화려한 국제 행사를 유치하지 못한 것을 서운해 할 것이 아니라 국제 기준에 못 미치는 노동 기본권·노사 관계 관련 법률을 전면적으로 개혁하고 이주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처우를 철폐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격'을 높이는 참된 길이다. 국격이라는 게 있다면 말이다.
 

     

/장영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국제국장(더반)

* 원문보기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120608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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