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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2-20 15:42
[언론기사] [프레시안] "원전은 지역경제의 마약, 끊지 않으면 공멸"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9,999  

[좌담회] 지역에 갇힌 반핵운동, 앞으로는?

 지난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소와 방사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4대강반대교수모임'의 맥락을 잇는 탈핵에너지교수모임도 출범했고 내년 후쿠시마 사고 1주기를 앞두고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지식인 선언도 준비 중이다. 시민들 가운데서는 스스로 방사능 계측기를 가지고 주변 환경을 점검하는 '차일드 세이브'와 같은 모임도 자발적으로 생겨났다.

그러나 정부의 원자력 정책은 "후쿠시마 사고, 위기를 기회로"라는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의 슬로건처럼 확대일로를 치닫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신규원전 부지를 추가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을 연구하는데 2조80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정부가 '원자력 정책을 신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3월 26~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는 또 다른 '원자력 세일즈'와 홍보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탈핵이라는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까. <프레시안>은 탈핵에너지교수모임과 함께그간 이뤄진 반핵 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되짚어 보고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를 짚어보는 좌담을 마련했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일본원전사고 비대위원장,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 김용국 영광원전 안전성확보공동행동 집행위원장,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등이 좌담에 참여했으며 사회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인 박진희 동국대 교양교육원 교수가 맡았다.

이들은 그간의 반핵 운동이 방사능폐기물 처리장과 신규 원전에 반대하는 운동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이슈가 아닌 지역만의 이슈로 국한되는 한계를 지녀왔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고립된 반핵운동은 붕괴된 지역 경제의 문제와 중첩되면서 거액의 지원금을 앞세운 정부의 원전 정책에 상당 부분 무너졌다는 것.

여기에는 '공동체가 약하고 지역 경제 기반이 없는' 지역만을 골라 원전 부지로 지정하고 이들 지역간 거액의 지원금을 두고 경쟁하게끔 하는 정부의 '꼼수'도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정보를 원자력학계가 독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원자력 정책은 정권에 관계 없이 일관된 문제이기도 했다.

이들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오는 2012년이 반핵운동이 확대되고 장기적인 운동으로 변화하는 분기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타 복지 문제와 에너지 정책은 별개의 차원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원자력 문제에 무관심한 여타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의 관심과 각성이 필요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다음은 서울 장충동 프레시안 회의실에서 2시간 가량 진행된 좌담을 정리한 내용이다. <편집자>

"대중 참여도, 싱크탱크도, 정당도 없는 반핵운동"

박진희 동국대 교수: 일단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반핵 운동을 평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 반핵운동은 실패의 경험도 많지만 승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반핵운동이 없었다면 원래 정부가 추진했던 많은 원전 예정지가 모두 부지로 지정됐을 것이다. 1998년만 해도 당시 9개였던 원전 예정지를 모두 해제시킨 성과도 있다. 또 핵폐기장 문제만 해도 부안, 안면도, 굴업도를 거치며 아홉 번 싸워 이겼고 한 번 진 것이 경주였다. 여태 탈핵 정책을 구현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성공을 못했지만 분명한 성과가 있다.

그간 한국의 반핵운동은 핵폐기장 반대 운동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영광, 울진, 고리 등 신규 발전소 반대 운동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핵폐기장 반대 운동을 기억할 것이다. 돌아보자면 경주가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을 유치하는 2005년 이후 정체되어 왔고 올해 후쿠시마 사고가 하나의 기점이다. 그간의 정체기는 방폐장 중심의 운동을 접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기간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원전비대위원장: 나는 20여년 간 반핵운동을 해온 당사자로서 반성적 입장에서 돌아보게 된다. 독일이 탈원전 정책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대중적인 시민참여와 이를 뒷받침하며 에너지 전환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싱크탱크, 이들을 지지하는 정당 등 3가지 동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35년이 걸렸다. 우리나라의 반핵 운동은 1987년 영광에서 처음 원전으로 인한 어업피해 문제가 제기된 것을 기점으로 삼으면 24년 정도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그간 안면도, 굴업도, 부안 방폐장 반대 운동 등에서는 세계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핵운동이 일어났지만 원자력 정책에 제동을 걸지는 못했다.

그간 반핵운동은 해당 지역 주민과 환경 단체에만 의존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중의 참여도, 관심을 갖는 정당도 없고 진보적인 시민단체들도 관심이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달라졌을까. 나는 이러한 무관심에는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고 평가한다. 해당 지역을 넘는 조직적이고 대중적인 시민운동으로 확대되지 못한 것이 반핵 운동의 가장 큰 한계라고 생각한다.

"지역 경제의 붕괴, 정부는 가난한 지역을 노린다"

박진희 : 최근에는 지역 중심으로 이뤄졌던 반핵운동도 약화된 면이 있지 않나.

김혜정 : 사실 그렇다. 반핵 운동 초기 보다 지금은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서거나 예정지로 거론되는 지역 경제의 기반이 더 많이 붕괴된 상태다. 특히 거액의 정부 지원금이 지역에서 반대 운동을 무력화시키고 주민들이 원자력발전소를 받아들이게끔 하는 요인이 됐다. 원전이 추가로 건설되는 지역 주민들로서는 이미 있는 원전을 뽑아낼 수도 없는 마당이니 더 들어오면 '돈 좀 벌자'는 논리가 생기는데, 현실적으로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또 하나는 후유증 문제다. 1990년대 초에 삼척에서 반핵 운동을 해왔던 주민을 만나 왜 요즘에는 예전만큼 반핵운동이 활발하지 못한가라고 물었다. 상당수 지역에서는 오히려 찬성파가 더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는 두가지를 이야기했는데 일단 15년, 20년 가까이 생업을 제쳐두고 반핵운동을 하면서 생긴 경제적 피해가 크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반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매향노 취급하면서 생긴 공동체 갈등이다. 이걸 극복하지 못해서 다시는 나서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국장 : 붕괴된 지역 경제는 정부가 원전 부지를 정하는 '타깃'이 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안전성' 문제가 항상 논란이 됐던 1990년 전후에는 원전 부지를 정할 때 과학자들이 많이 다녔다. 지역을 다니면서 지질 조사 등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으로 오면 원전부지를 정할 때 사회학자들이 많이 다녔다. 이들은 어느 지역이 경제적으로 취약하고 설문조사 결과 원전에 대한 반감이 덜한가 등을 조사한다.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의 경우, 해안가를 돌면서 어느 지역의 경제가 약하고, 경제 공동체가 약한가 등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안전성은 뒤로 물러나고 돈 문제가 앞서게 됐다.

한동안 신규 원전 부지로 거론됐던 해남, 보성 등이 강하게 거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지역 경제로 따져볼 수 있었다. 이들 지역은 자기 경제 기반이 있기 때문이었고, 원전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계산이 나왔다. 당시 전라남도 세입 세출 데이터를 뽑아 봤을 때 원전이 있는 영광보다 보성 등이 세입세출이 더 많았다. 오히려 영광은 원전에 경제 종속이 되다보니 자립적인 기반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들 지역이 무산된 후에 정부는 지역 경제가 많이 무너진 상태인 삼척을 지정했다.

김혜정 : 이 때문에 지역 지원금 문제는 결코 간단치 않다. 가령 신고리 5,6호기 건설하는데 지자체에 1700억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하면 굉장히 큰 돈이다.

"원전이 지역 경제에 도움 된다고? 글쎄…"

프레시안 : 질문 하나 하자. 정부나 한국수력원자력 측에서는 정부의 지원금이나 원전 유치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홍보를 많이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울진을 들기도 하고, 실제로는 어떤가? 경제에 도움이 되나?

김용국 영광원전 안전성확보공동행동 집행위원장 : 영광의 경우, 원전으로 인해 나오는 특별지원금이 360억 원 가량이다. 사실 아무 돈도 아닌데 엄청난 돈인 것처럼 포장됐다. 게다가 피해도 있다. 영광군 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러 프로젝트를 세워서 중앙정부에 올리면 반응이 '그렇지 않아도 영광 원전에 들어가는 돈 많다'며 오히려 주변 군보다 여타 사업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원전을 유치한 지역이 정부 지원에서 소외되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김혜정 : 울진의 경우는 원자력 발전소에 지역 사회가 종속됐다고 보는 편이 맞다. 5~6조 가량의 예산이 드는 원전 건설 과정에서 건설업체가 하청-재하청을 거치며 자잘한 건설 토호가 이득을 얻는 면은 있다. 이들은 원전 추가 유치를 촉구하는 찬성파로도 나선다. 주변 시장이나 식당, 술집 등이 혜택을 보고 지역민들이 일용직으로 고용되는 등의 효과는 있다. 그러나 농업이나 어업 등은 원전으로 인해 피해를 입더라도 경제 지표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부양 효과'로 표시된다. 원전이나 원자력 관련 시설이 들어온 지역은 계속 지역 지원금이라는 마약을 맞기 때문에 그에 의존해서 살 수밖에 없는 경향이 나타난다.

경주 방폐장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방폐장에 폐기물을 들일 때 내야 하는 반입세가 얼마전 519만 원에서 800여 만 원으로 올랐는데, 519만 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중 경주가 받는 반입 수수료가 드럼당 63만 원 가량이었다. 경주시로서는 페기물 양이 많을 수록 돈이 많이 들어오는 것이다. 방폐장에 천층 처분 방식으로 50만 드럼 규모의 방폐장을 추가로 짓는다고 하는데, 돈이 들어오는 지역으로서는 반대할 동력이 없어지는 셈이 된다.

이헌석 : 경주 방폐장 주민투표 당시를 돌이켜보면 특별지원금 3000억 준다는 이야기에 주민들이 환호했다. 당시 방폐장을 어떤 방식으로 지을지 설계도 안 나온 상태였다. 결국 '지역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어떻게 경제력을 키울 것인가'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문제일 텐데, 반핵 운동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뛰어넘어야 하는 문제다. 정부는 바로 이 약한 고리를 치고 들어온 것이다 앞으로 신규 핵발전소 부지 결정이나 원자력 클러스터 문제를 앞두고 하나의 과제라고 할 수 있겠다.

김혜정 : 그런 의미에서 역대 원자력 정책 중 가장 잘못한 정책을 꼽자면 노무현 정부 때 이해찬 총리가 방폐장 시설을 두고 돈을 놓고 지역간 경쟁을 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폐장 시설은 지역간 경쟁에 따라 결정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정책적으로 국민에게 설명하고 공론화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경제적 지원을 내세워 경쟁을 부추기면서 안전성 문제가 공론화 과정에서 실종되고 사실상 지역 지원금 문제만 남게 했다. 원자력 정책을 후퇴시킨 핵심적인 조치였다.

사실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서면 국가 전체가 피해를 입는 문제다. 원전 예정지 5km 반경 내의 주민만 동의하면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자체를 바꿔야 한다. 신규 원전이든 사용후 재처리든 고속증식로든 국민적인 공론화 과정을 통해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왜 '반대'부터 '피해'까지 모두 지역 주민들만 책임져야 하나?"

김용국 : 지역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시각의 차이를 느낀다. 지역에서 반핵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기 돈을 쓰면서 운동을 한다. 자신의 생계는 내팽개치다시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운동이 10년, 20년 끌게 되면 거의 파산상태에 이르게 된다. 또 지금은 지역 공동체도 많이 무너졌다. 1990년대 초에 영광에서 원전 3,4호기를 받아들일 것인가를 두고 싸울 때에는 지역 공동체가 그런대로 살아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무너졌다. 노인밖에 없다.

또 하나 지역 공동체 문제와 관련해서 전라도와 경상도 간 지역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흥과 해남은 이야기가 나오자 마자 영광을 찾아와서 설명을 듣고 마을 강연회 등을 통해 미리 주민 여론을 수렴했다. 이건 지역 내 농민회와 같은 풀뿌리 단체가 있어 미리 검토가능하다는 면이 크다. 삼척이나 영덕, 울진 이런 곳은 상대적으로 풀뿌리 단체들이 없다보니 더욱 취약해진다.

나는 왜 이런 짐이 해당 지역민들에게만 지워지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실제로 전력정책의 문제, 안전성, 핵정책 등이 검토해야 하는 곳은 실질적으로 수혜를 받는 사람들 아닌가. 그러나 서울에서는 원전 문제를 자신과 관계 없는 문제로 생각한다. 이런 무관심이 사회적 확산이 안되는 근본 문제다. 지역에서는 근본적인 문제인 전력사업개발계획이나 원자력진흥종합계획 등까지 검토할 수 없다. 이런 문제는 전문가들과 언론에서 맡아서 해줘야 한다.

양이원영 : 원자력 반대 운동이 '지역 운동'을 넘어 '시민 운동'으로 확대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주 핵폐기장 못지 않게 중요했던 계기가 신고리 1,2호기 건설 당시가 아니었나 싶다. 말은 1,2호기지만 실제로 고리 원전 5,6호기와 같은 격이었기 때문에 울산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나 지역 주민들의 운동이 활발했다. 당시 이상범 시의원이 항의 차원에서 울산에서 서울까지 도보로 걷기도 했다. 이들은 나중에 소송까지 했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 사실 이게 주민운동이 시민운동으로 확대하는 실험이었는데 실패하면서 폭발력을 가져오지 못했다고 본다.

"원전 유치를 밀어붙이고 지역 주민 감시하는 지자체장"

이헌석 : 그간의 반핵운동은 원자력에 대한 반대 못지 않게 유지 정책을 밀어붙이는 지자체장에 대한 불신과 반대과 주요한 동력이었다. 기존에는 민주주의 절차를 밟지 않고 지자체장이 독단적으로 진행하고 주민이 소외되는 과정에 대한 비판과 반대가 싸움이 중심이 되어 왔다. 덕분에 해당 시기에는 폭발력을 가져올지는 모르나 한 지역의 싸움이 끝나고 나면 다른 지역의 반핵 운동으로 이어지는 지점이 적었다. 그나마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방사능 문제가 많이 제기되지만 논란이 '지역 민주주의'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은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답답한 측면이 있다.

김혜정 : 자치단체장이 원전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지역에서는 군수와 시장이 스스로 찬성 운동에 나서면서 온갖 감시를 한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린다. 공무원들이 식당 등에 찾아와 왜 '유치하자'는 현수막을 내걸지 않았느냐며 메모하고, 원자력 반대 토론회에 찾아와서 주민들을 채증하고 불이익을 준다고 한다. 자영업자에게는 위생검사를 까다롭게 하거나 농민은 영농자금 대출이 어려워진다.

자치단체장이 중앙정부보다 더 무서운 것이 현실이다.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부가 24년 간의 반핵운동을 겪으며 얻은 학습효과가 아닐까 싶다. 자치단체장이 나서서 원전 유치와 주민 통제, 탄압을 하게끔 하고 정부는 뒤로 숨는 것이다.

양이원영 : 지자체장과 지자체 기초위원들을 당공천으로 하게끔 한 것도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전에도 당과의 연관은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당 공천을 받게 하다보니 지역 주민의 여론보다는 공천을 받기 위해 중앙정부, 중앙당의 눈치를 더 보게 됐다.

이헌석 : 반대로 보면 예전에는 그 지자체장을 움직일만큼 반핵 여론에 힘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정보 독점한 원자력공학자들, 누가 대응할 것인가?"

김혜정 : 원자력 핵공학자들이 에너지 정책을 독점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물론 현재 이명박 정부가 원자력 정부가 노골적으로 원자력 확대 정책을 하고 있지만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오기까지 핵 정책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다. 특정 소수의 핵공학자들이 에너지 정책을 독점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는 정권 교체에도 없었다. 1992년에 만들어진 원자력문화재단이 교과서, TV광고, '과햑 교양 프로그램' 등을 통해 원자력 정보를 왜곡한 영향도 크다.

김용국 : 경주 방폐장 투표 당시 정부 홍보 내용에는 방폐장에 작업복, 모자, 신발, 공구, 핵필터 이런 것만 중저준위 폐기물로 들어간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니다. 고리 1호기에서 교체한 증기발생기나 월성 1호기의 압력강, 이런 것은 높은 수치의 방사능을 띄는데 이런 교체 부품이 다 중저준위 방폐장으로 간다. 나중에 원자로를 해체하면 원자로도 중저준위 폐기장으로 갈 것이다.

현재 경주 방폐장이 어떻게 건설되고 있고, 새로 출범한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어떻게 하고 있으며,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은 어떤 내용이고, 내년 3월의 핵안보정상회의는 또 무슨 내용인지, 이런 건 비전문가가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탈핵교수모임도 출범했지만 전문가와 언론에서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 문제다. 지금은 너무 에너지전환시나리오에만 치우쳐 있는 측면이 있는데, 현재 핵산업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정확히 밝히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헌석 : 동의한다. 일반 시민들은 '대안이 뭐냐'고 가장 먼저 물어보지만, 시민사회가 '대안'으로 쏠려가는 순간부터 반핵운동이 약화됐다고 생각한다. 2005년 경주 핵폐기장 문제 이후 원자력 문제에 집중적으로 대응해온 사람들이 거의 없어지면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 문제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했던 측면도 있다.

"2012년 중요한 분기점 될 것…에너지 문제는 복지 문제와 다르다"

박진희 : 대체로 지역경제의 붕괴와 정부와 한수원이 세뇌시킨 원자력 홍보, 지자체의 조직적인 찬성 움직임과 반핵 운동이 지역 운동에만 한정되는 한계 등을 지적한 것 같다.이제 향후 반핵 운동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헌석 : 세계적으로 보면 일종의 모델이 있는 것 같다. 일본은 반핵운동이 가늘고 길게, 줄기차게 이어져 왔고 독일은 정당까지 아울러가며 역동적으로 이뤄져 왔다. 한국은 일본이나 독일과 다르다. 어떤 이슈에 시민단체가 확 붙어서 폭발력 있게 하다가 그 이슈가 끝나면 흩어지는 경향이 반복된다. 앞으로 반핵운동이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는 길게 갈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여태 지적한 것처럼 지역과 반핵단체의 몫으로 국한되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가의 문제다. 사실 후쿠시마 사고 1주기가 되는 내년 3월 11일이 지나면 지금의 관심과 움직임이 또 다시 다 흩어져 버리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실제로 든다.

김용국 :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 어쨌든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각 지역에서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미 발족한 탈핵교수모임을 비롯해 여러 전문가 모임이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또 녹색당도 준비 중이다. 연대와 광범위한 활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양이원영 : 사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핵 문제에 관심이 없는 기존의 단체들은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난다. 오히려 새로 구성되는 단위에서 의미있는 움직임을 보이는 듯하다. 특히 '차일드 세이브'와 같은 방사능 문제를 걱정하는 주부들의 모임이 3개 정도 생겼는데 그런 움직임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혜정 : '차일드 세이브'의 경우 원래 엄마들의 요리 사이트다.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이려는 엄마들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방사능 문제로 옮아간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많은 시민들이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정부 발표를 불신한다는 점에서 크게 달라졌다. 이것이 의식있는 시민들의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탈 원전 운동을 대중화하고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 목표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상반기가 대단히 중요하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당이 에너지 정책 전환 공약을 내세우게 하고 이 문제가 이들 선거에서 주요 이슈가 되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양이원영 : 내년 선거 국면에서 떠오를 '복지' 문제와도 분명하게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전에 젊고 나름대로 진보적인 듯한 사람이 '의료보험도 정부에서 지원하는데 왜 전기요금은 지원하지 않느냐'고 묻는 것을 들었다. 무상 의료, 무상 교육 문제와 에너지 정책 문제, 수요 관리 문제는 별개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한 부문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어떻게 생활할 것이냐의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김혜정 : 2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가 처한 환경은 확실히 달라졌다. 당시에는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상용화하는 것 자체가 초보적인 단계였지만 지금은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이 세계 경제의 중요한 신성장 산업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내년 초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핵안보 정상회의인데 이명박 정부가 이 자리를 원자력 발전소 세일즈의 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저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채은하 기자 (bluesky@pressian.com)

* 기사원문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1113011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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