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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2-03 15:36
[언론기사] [조선일보] "촛불 켜는 것도 사치였는데… 이젠 밤에 책 읽을 수 있어요"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0,752  

태양광 발전설비 갖춘 라오스 싸이싸나 중학교
6개 태양광 패널 등 220W 규모 태양광 설치
"하루 세시간 불을 켜는데 더이상 초를 사지 않고 밤에 수업준비 할 수 있어"

"엄마, 아빠가 보고 싶지 않니?"

"괜찮아요. 밤에는 언니들이랑 밥도 해 먹고 책도 보니까…."

열세 살 위양캄 양은 라오스 서북쪽 산골마을에 있는 싸이싸나 중학교 기숙사에 산다. 위양캄 양의 집은 이곳에서 걸어서 꼬박 12시간을 가야 하는 컨삐얏 마을에 있다. 아침 6시에 출발하면 저녁 5시 넘어 학교에 도착한다. 이 때문에 위양캄 양은 중학생이 된 지난해부터 엄마, 아빠와 떨어져 기숙사에서 산다.

기숙사 7채에는 현재 70명이 살고 있다. 말이 기숙사이지 허름한 창고보다 못한 초막(草幕)이다. 부엌 안에는 화덕 하나와 프라이팬 두 개, 그릇 세 개뿐이었다. 책상이나 의자 같은 가구는 아예 없었다. 설사 있다 해도 공부를 하기가 힘들다. 저녁 6시만 되면 이곳은 깜깜한 어둠에 잠기기 때문이다.




라오스어를 가르치는 여교사인 깜탄(26)씨는 "여기선 밤에 다음날 있을 수업준비를 하려면 촛불을 켜야 했다"며 "저녁에 한두 시간만 켜도 쉽게 닳아버리고, 그나마 바람에 촛불이 금방 꺼져서 불편했다"고 말했다.

초 1개 가격은 500낍. 하루에 교사들 기숙사에만 총 6개의 초를 사용했는데, 그 비용만 해도 3000낍이었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하루 300원꼴이니, 한 달이면 9000원이나 드는 셈이다. 라오스는 1인당 국민소득이 740달러에 불과한, UN이 정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촛불 하나 켜는 것도 사치에 가까운 이 기숙사에 큰 변화가 생긴 건 재작년 2월이다. 전기가 들어온 것이다. 태양광으로 만들어진 전기다. 전봇대와 송전선을 깔 필요도 없고, 값비싼 전기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공짜 전기다. 화력발전소와 달리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햇빛이 풍부한 이곳에 안성맞춤이다.

계기는 아주 우연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원으로 2년 동안 생활했던 이영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귀국 직전 이불과 학용품을 지원하려고 싸이싸나 중학교를 방문했는데, 교장 선생님이 '(불을 밝힐 수 있는) 발전기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에너지 전문 NGO인 에너지정치센터와 함께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금 및 인터넷 모금 등을 통해 기금을 모아, 6개의 태양광 패널 등으로 구성된 220W 규모의 태양광을 설치했다(1KW=1000W). 우리나라에서 가정용 태양광 발전설비로 3KW를 가장 많이 사용하니, 우리나라 한 가정의 13분의 1밖에 안 되는 양이다.

그럼에도 이 학교는 주변에서 부러움의 대상이다. 싸이싸탄군(郡) 4개 중학교 중 유일하게 이곳에만 태양광이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깜탄씨는 "저녁 6시부터 9시까지만 불을 켜는데, 더 이상 초를 사지 않아도 되고 밤에 수업준비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전깃불이 들어온 이후 학생들도 달라져 밤에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비가 와서 태양광이 약해지면 어떡하느냐"는 질문에 깜탄씨는 "전기를 3일 동안 저장해놓을 수 있어, 4~5일 동안 비가 와도 문제없다"고 했다.

UN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계층은 세계 인구의 4분의 1인 15억명에 달한다. 지구 저쪽에선 밤마다 환하게 불을 켜놓고 TV도 보고 냉장고도 켜놓고 책도 읽지만, 또 그 반대쪽에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문명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사오 캄짠 싸이나부리 주 에너지광산국장은 "시내 큰 길가에 전봇대가 지나가는데도, 그걸 자기 집까지 전선을 연결하고 전기요금을 낼 형편이 안 돼 전기를 못 쓰는 가구도 6000가구나 된다"며 "특히 소수민족이 많이 사는 산골마을은 너무 후미져서 아예 전봇대가 안 들어가는 곳이 많다"고 했다.

하산하는 길, 시내와 가까운 한 마을에서 귀한 불빛 하나를 발견했다. 마을 주민과 아이들 여럿이 환하게 웃음을 띤 채 한 집의 TV 앞에 와글와글 모여 있었다.

"마을 전체가 TV 수상기 앞에 모여 앉아 뉴스를 보는 것은 세상과 통하는 문을 여는 것과 같습니다." 아프리카에 재생에너지를 보급해온 네덜란드 비영리단체 REF(Rural Energy Foundation) 로날드 슈르회이젠 우간다 지국장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의 관심이 필요하다. 싸이싸탄군에서 올해 최초로 생긴 두와이까오 고등학교 기숙사는 아직 공사 중이다. 그 옆에 있는 허름한 기숙사에는 현재 30명이 살고 있다. 타오롬(16·고1)군도 그 중 하나다. "밤이면 촛불을 켜놓고 공부를 해요. 책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생물학'을 가장 좋아한다는 타오롬군의 꿈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태양광 전기가 타오롬 군의 꿈을 실현시키고 라오스의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에너지 부족한 아시아·아프리카… 태양에서 답을 찾다

태양광 에너지 사업

디젤 발전기 있어도 연료비 때문에 그림의 떡
방글라데시 아이들은 땔감 구하느라 학교 못 가
태양광 에너지 이용하면 에너지 자립 가능해져
선진국 이어 우리나라도 개발원조 사업 시작

지난 5일, 라오스 싸이냐부리 주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싸이싸탄군 교육청. 산골학교의 전기 현황을 물어보기 위해 이곳에 들렀다. 직원이 학교 현황을 담은 자료를 프린트해주겠다며 스위치 하나를 눌렀다. 순간 마치 비행기 폭격이라도 당한 듯 엄청난 소음이 시작됐다. 이곳에서 전기를 생산해내는 유일한 장치, '디젤 발전기'를 가동시킨 것이라고 했다. 그나마 이 디젤 발전기는 아주 '특별한 날'을 위해 모셔놓은 '그림의 떡'이다. 문제는 연료비다. 발전기를 돌릴 석유 1리터를 살 돈도 부담스럽지만, 설사 돈이 있다 해도 그 석유를 사러 시내까지 왕복 8시간 넘게 오토바이로 달려야 하니 오가며 버리는 기름 값이 더 든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저개발국가 농촌 지역의 전기 사정은 다들 비슷하다. 인구의 대부분이 농촌에 거주하는 라오스는 아시아에서 전기 보급률이 가장 낮다. 1996년 19%, 2005년 48%, 2008년에는 60%까지 전기 보급률을 높였고, 2020년까지 이를 90%로 높일 계획을 갖고 있다. 사오 캄짠 싸이냐부리 주 에너지광산국장은 "이는 정부의 계획일 뿐, 인구 밀도가 낮고 산악지대에 위치한 마을은 언제 전력망이 연결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아프리카에서 전기가 공급되는 지역은 전체의 5%도 안 된다. 95%의 농촌 가정은 등유를 이용한 램프로 실내조명을 대신한다. 하지만 등유 램프는 그을음과 유독가스를 배출, 아프리카에선 등유가스로 인해 매년 160만명이 사망한다.

방글라데시는 나무나 가축 배설물, 볏짚 등을 이용해 만드는 바이오매스가 최종 에너지 소비의 65%나 차지한다. 집집마다 나무 땔감을 이용해 물을 데우고 음식을 조리하다 보니, 이로 인한 환경파괴도 심각하다. 아이들은 땔감을 구하느라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지역에서의 대안은 자연에너지다. 케냐는 지금까지 국가 전력의 대부분을 수력발전을 통해 생산해왔다. 하지만 반복되는 가뭄에 따른 낮은 수위로 수력발전이 한계에 다다르자, 지열 및 풍력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은 지구상에서 가장 바람 조건이 좋은 지역 중 하나인 케냐 투르카나 호수에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위해 8억1900만달러를 투자했다.

화력발전소나 댐을 이용한 수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등 기존의 대형발전소는 규모가 크고 설치비용이 높다. 이에 반해 태양광의 경우 마을 단위로 설치할 수 있고, 장거리 고압송전선도 필요 없다.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오지나 산골에서 에너지 자립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에티오피아·가나·우간다 등 아프리카 9개국에서 솔라나우(SolarNow) 프로그램을 통해 태양에너지 기술을 보급 중인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 REF(Rural Energy Foundation) 빌렘 놀렌스 이사장은 "가정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면 에너지 자급을 이루는 마을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라오스국립대 신재생에너지학과를 개설한 송영주 교수는 "라오스는 일조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앞으로 태양광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면 태양광 분야는 라오스에서 잠재력이 높은 에너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선진국은 2000년대 후반 들어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은 '쿨 어스 파트너십(Cool Earth Partnership)'을 통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완화와 대체에너지 개발 등 녹색 ODA에 10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을 위해 국제재생가능에너지기구(IRENA) 창설을 주도했고, 영국은 2008년부터 '환경전환펀드'를 출범해 개도국의 재생에너지 수요를 늘리기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늦었지만 우리 정부도 2009년부터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십'을 통해 베트남 바이오디젤 생산 파일럿 설비, 바이오가스 발전설비, 몽골 120KW 태양광 발전설비를 지원해오고 있다.

라오스 산골마을의 학교와 기숙사에 태양광 전기를 보급하는 '햇살마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환경재단 윤미경 커뮤니케이션실 부장은 "학교·마을회관 지붕이나 병원 옥상 등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마을 공동체가 에너지 자립을 이룬다면, 이를 기반으로 병원에서는 약품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고, 응급수술도 가능해지며, 아이들은 더 이상 깜깜한 기숙사에서 생활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환경재단(www.greenfund.org)을 통해 라오스 태양광 전기 지원을 도울 분들은 (02)2011-4300으로 연락하면 됩니다

* 기사원문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1/16/20120116019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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