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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3-13 14:45
[언론기사] [프레시안]핵 없는 사회를 향한 대전환 어떻게 가능한가·2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9,224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1년간 한국 사회에서도 핵 발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탈핵'을 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오는 4월 11일 총선에서는 '탈핵'을 전면에 내건 녹색당, 진보 신당 등 진보 정당의 출마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핵 발전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항상 나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대안이 뭔가요?" 전체 전기 생산량의 약 30퍼센트를 차지하는 핵 발전의 비중을 염두에 둔 반문입니다. "석기 시대로 돌아가자고?" 하는 퉁명스러운 반응도 나옵니다. 입만 열면 "핵, 핵, 핵"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 수준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과연 대안이 없을까요? 국내의 민간 싱크탱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에너지 대안을 찾고자 고심했습니다. 지난주 이 연구소는 <핵 없는 사회를 향한 대전환, 어떻게 가능한가> 팸플릿을 펴냈습니다. 에너지 대전환이 몽상이 아닌 현실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이 팸플릿을 <프레시안>이 연재합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2009년 8월 창립한 에너지·기후 분야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한국 사회의 에너지 전환 방향선도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노동자·농민·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서 기후 변화와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팸플릿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부소장이 대표 집필했습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로 연락하면 책자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가기) <편집자>

ⓒ프레시안

시민을 원숭이 취급한 대통령! 핵이 싼 진짜 이유는?
[핵 없는 사회를 향한 대전환 어떻게 가능한가·2]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재생 가능 에너지는 충분하다. 기술이 아닌 정치의 문제!

그러나 기술적 잠재량이 충분하다고 해서 실제로 이용한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 한국의 2008년 재생 가능 에너지 생산량은 기술 잠재량의 0.09퍼센트인 154만 TOE에 불과하다. 여기서부터 기술의 영역에서 본격적으로 정책과 정치의 영역으로 논의가 넘어 들기 시작한다.

경제학적인 논의에 기반을 두고 생각해 보면 재생 가능 에너지가 확대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한 가지 방식이 비용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다. 즉 재생 가능 에너지로는 전력을 생산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두 가지 차원에서 논의해 볼 수 있는데, 재생 가능 에너지 기술력이 낮아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흔히 사용되는 태양광 발전기는 흡수된 태양빛을 전력으로 전환하는 효율이 10퍼센트 전반대에 머물러 있어서 설치하는 데 필요한 비용에 비해 생산된 전력의 경제적 성과가 아직은 보잘 것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적인 기술 개발에 의해 전환 효율이 증가되고 태양광 발전기의 대량 생산을 통한 비용 절감이 이루어지면서, 화석 연료에 의한 발전이나 핵 발전보다 태양광 등의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 생산 단가 차이가 점차 줄고 있다는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2010년에 이미 태양광의 발전 단가와 핵 발전의 발전 단가가 역전되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핵 발전과 화석연료, 제 가격을 내고 있지 않다

그러나 비용 문제에서 생각해 볼 점이 좀 더 있다. 우선 에너지 가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1973년 석유 파동 이전에 배럴당 3달러 이하였던 석유 가격은 최근 15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100달러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최근에는 소위 '이란 사태'로 더욱 폭등하고 있다).

사실 재생 가능 에너지가 화석 연료에 대해 조금씩 경쟁력을 가지게 된 데는 재생 가능 에너지 기술의 진전뿐만 아니라 화석 연료의 가격이 비싸지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다. 그러나 여전히 석유 등의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대다수 사회에서는 화석 연료에 대한 이런저런 보조금이 주어지고 있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주요 8개국(G8)' 정상 회의에서조차 화석 연료의 보조금을 제거하자는 의제가 계속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화석연료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로 '오일 피크 론'(세계 혹은 한 국가 내의 연간 석유 생산량이 더 늘지 못하고 정점에 도달한 후에 계속 감소하는 현상)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석유 공급을 더 이상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석유 생산 정점이 지나면 유가는 급격히 증가하게 될 것이다. 예측에 따라 다르지만 석유 정점이 지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외에도 석유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사회적 비용을 반영시키려는 국가 정책들이 에너지 가격을 높이게 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차량용 연료 가격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전체 가격에서 대략 30퍼센트 가량을 차지한다(유가가 올라가면 가끔씩 인심 쓰듯 이 세금을 깎아 주자는 주장이 나오곤 하지만). 나아가 기후 변화 문제가 부각되면서 온실 기체 배출을 절감하기 위해 탄소세를 추가 부과할 필요도 제기되고 있다.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핵 발전과 재생 가능 에너지 전력 생산 단가를 비교할 때도 고려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핵 발전의 생산 단가가 저렴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미 재생 가능 에너지 전력 생산 단가가 많이 줄어들어서 핵발전소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비교에서 핵 발전 전 과정에서 지불되어야 할 다양한 측면의 비용이 충분히 반영되었는지는 더 따져 볼 일이다. 수십 년 걸리는 원자로의 폐로 과정에 필요한 비용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수십만 년―사실 한 인간, 나아가 국가의 시간 개념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기간이다―동안 격리해서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의 처리에 필요한 비용을 계산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만약 후쿠시마 핵 사고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 피해 보상을 충분히 할 수 있는지 등을 충분히 따져서 비용에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정확히 계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국가가 법률을 통해서 핵 사고 발생 시 핵발전소 운영자가 져야 할 책임에 일정한 한계를 긋고 그 이상의 책임은 면제해 주거나, 그 위험에 따른 보험 비용을 지원해 주는 등의 정책이 이루어지거나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핵 발전을 더욱 비싸게, 재생 가능 에너지를 더욱 싸게

결국 에너지원 간의 전환, 즉 화석 연료 및 핵 발전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에너지원을 전환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쟁점인 에너지원의 비용 비교는 사실상 '순수하게' 경제학적인 차원에서만 평가될 수 없다. 각각의 에너지원에 부과되는 다양한 환경적·사회적 비용을 얼마나 반영할 것인가, 보조금을 지급할 것인지 또 규모는 얼마나 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정치적 결정을 제외하고서 현재 각 에너지에 대해서 책정된 가격만으로 비용을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기후 변화를 우려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핵 발전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시민들의 열망이 결집될수록, 화석 연료와 핵에너지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비용을 부담시키기 위한 조세가 도입되며 그동안 지원되던 각종 보조금이 삭제되면서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가격 우위는 더욱 빠르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반대로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지원이 더욱 강화되면서 에너지 전환 과정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태양광 패널로 모든 국토를 덮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가 만능열쇠는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점검해야 할 일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잠시, 다시 기술의 영역으로 되돌아가 보자. 어쩌면 당연한 질문인데 재생 가능 에너지를 이용하려면 전 국토를 모두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사실 핵 발전 옹호자들에 의해서 악의적으로 제기되기도 하는 질문이기도 한데, 태양광산업협회의 조사 연구 결과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농지 중에서 휴경지, 폐채석장 등을 이용한 임야의 1퍼센트 이내 면적, 건물 옥상, 고속도로변 등의 공간을 이용한 태양광 발전 설비 보급 잠재량의 중간치는 핵 발전 20기의 설비 용량 1만7716메가와트보다 많은 2만5185메가와트로 추정되었다. 이런 추산은 대단히 보수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태양광산업협회는 밝히고 있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한 검토는 계속 이루어지겠지만, 결국 최소한의 면적을 사용하고도 태양광만으로도 핵 발전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질문이 찬핵론자들에게 유리하게 이용될 수 있었던 원인 중에는 재생 가능 에너지의 보급과 관련된 안이한 대처도 한몫 했다고 본다. 즉, 재생 가능 에너지 보급 과정에서 불행하게도 불거진 여러 문제로 인해서 대중들, 특히 지역 주민들에게 생긴 부정적인 인식이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를 막고 있다.

실제 갯벌이나 산림 지역을 훼손하면서 대규모로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논란을 야기했던 사례가 적지 않으며, 풍력 발전기바이오가스 설비가 지역 주민들의 참여가 없는 상황에서 추진돼 '혐오 시설'로 전락한 경우도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라고 해서 모든 문제에서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급을 확대하고 잠재량을 충분히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환경적·사회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고 주민 참여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계속)

* 원문 보기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2031309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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