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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4-17 12:47
[언론기사] [오마이뉴스] [기획- 메콩의 햇빛⑤] 한중일 활동가들, 메콩 댐 개발 현장을 가다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9,475  
메콩 파헤치는 댐개발, 한류가 부끄럽다
[기획- 메콩의 햇빛⑤] 한중일 활동가들, 메콩 댐 개발 현장을 가다

오마이뉴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착한여행과 함께 라오스 산간학교에 햇빛발전을 지원하는 공동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2009년부터 꾸준히 라오스 산간학교에 태양광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소수민족이 사는 메콩강 유역 산간 학교 학생들은 하루에 10km이상 걸어서 학교에 가기도 합니다. 이들 산간학교 기숙사에 지원되는 태양광 시스템은 아이들이 안정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라오스 산간학교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햇볕발전 이야기에 오마이뉴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어머니 강, 메콩이 무분별한 댐 개발로 신음하고 있다. 메콩워치의 초청으로 태국과 캄보디아의 메콩 지류 댐 개발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현장을 3월에 방문했다. 메콩워치(http://www.mekongwatch.org/english/)는 일본의 메콩지역 개발 사업으로 인한 환경파괴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본 내의 단체들의 네트워크로 1993년에 시작했는데, 1998년에 독립적인 NGO로 출범했다고 한다. 

메콩워치는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버마 담당 활동가들이 현지에 체류하면서, 메콩 댐개발로 인해 피해 받고 있는 주민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일례로 태국담당 유카는 14년째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의 국가와 기업이 제 3세계 민중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에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집요하게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한국의 사회운동은 유명한데, 그 에너지가 한국사회 내의 문제에만 천착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필리핀의 한 빈민운동가는 내게 "한국사회는 인풋은 강한데, 아웃풋이 없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적이 있다. 지구화시대에 국경을 넘어 한국정부와 기업에 의해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에 우리는 얼마나 책임 있는 자세로 바라보고 있나 자성해 본다.

'물고기 자동인출기'의 변화 

▲  팍문(Pak Mun) 지역지식센터에서 팍문댐 건설 이전의 삶에 대해 설명하는 주민
ⓒ 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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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의 첫 방문지는 태국 북동부 우본(UBON)에 있는 팍문댐 주변이었다. 팍문댐은 25년 전 세계은행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는데, 댐건설에 따른 인권·환경 파괴의 전형을 보여준다. 어느 나라나 댐건설의 명분은 대게 비슷한데, 1)훙수와 가뭄 피해 예방, 2)지역경제 발전, 3)안정적 전력공급원 확보 등이 그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지리산의 영암댐 건설의 논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댐 개발의 결과는 당초 정부의 주장과 사뭇 다르다. 강에 의존해 살던 사람들과 공동체가 파괴되고, 자연생태계가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가난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고기잡이와 농사로 행복하게 살던 사람들이 불충분한 이주정책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먹고살기 위해 노동자로 전락하거나, 가족 중 일부가 대도시의 하층 노동자로 이주하여 이산가족이 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주민들이 강을 '물고기 자동인출기(fish ATM)'라 부를 만큼 풍족했던 물고기가 댐건설로 인해 물고기들의 이동경로가 영향을 받아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다. 당초 댐 개발의 목적은 방콕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으로의 안정적 전력 공급에 있었던 셈이다. 

여기서 사람은 사라지고 돈의 문제로 전락한다. 세계은행이나 투자자들은 전력을 판매해 투자 원금과 이익을 뽑아가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 이주문제는 해당국가에서 책임질 문제이고,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는 자세이다. 그러나 대체로 저개발국가의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나 충분한 이주대책을 수립할 사회시스템이나 재정적 여력이 없다. 

개발업자들에게는 비용과 이익이라는 대차대조표의 숫자만 있을 뿐, 강에 의존해 살고 있는 사람과 자연환경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지역주민과 국제단체들의 요구로 태국정부는 지난 2001년 일년 동안 팍문댐 수문을 개방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물고기들이 돌아 왔고, 주민들은 예전처럼 풍요로운 강에서 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댐이 건설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댐의 수문을 개방해 예전 삶으로 돌아가길 희망하고 있다. 

그나마 태국은 메콩 유역국 중 사정이 나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진척되었고, 사회시스템이 정비되어 가고 있으며, 시민사회의 감시와 참여가 일정하게 보장돼 있다. 특히 팍문댐 등으로 인해 태국 내에서 더 이상의 댐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라오스와 캄보디아 등 인접국에 댐을 개발하고, 그 전력을 수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팍문댐은 그저 먼 옛날의 애기가 아니다. 한중일 연수팀이 찾은 캄보디아의 3S 강은 댐건설 계획으로 강에 의존해 살던 사람들이 사회적 안전망 없이 이주위협에 무방비 상태에 노출돼 있다. 한 주민은 지금까지 댐 사진이나 영상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자료집에 있는 댐 사진을 보여주니,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인다.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받은 적도 없고, 대대로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살아오던 고향을 떠난다는 것이 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경우는 다르지만, 4~50년 전 개발독재 시절에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우리네 부모들이 느꼈을 공포를 떠올려 본다. 

별다른 자원이나 자본 경쟁력이 낮은 라오스 역시 스스로를 '아시아의 베터리'라 칭하고, 태국으로의 전력수출을 매개로 대대적인 메콩 댐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라오스에는 총 4200km 길이의 메콩 중 2000km가 흐르고 있고, 메콩 유수량의 40%가 라오스의 강수량이 차지하고 있다. 라오스는 2008년 현재, 총 11개 745.1MW 규모의 수력발전소가 상업운영 중에 있다. 현재 라오스정부는 메콩과 지류에 총 63개의 수력발전소를 계획 중인데, 모두 완공된다면 20,351~20,854MW 규모가 된다. 라오스의 인구가 630만 명에 불과하고, 1인당 국민총소득이 880달러로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최빈국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개발계획이다. 

참고로 2008년 현재 한국의 발전설비 규모는 수력발전 5505MW를 포함하여 총 7만 2490MW이다. 메콩워치나 인터네셔널 리버스 등 국제단체들은 라오스와 캄보디아 등의 댐 개발로 환경파괴는 물론이고, 강에 의존해 전통적 방식으로 살고 있는 수십만 명이 별다른 정보와 대책 없이 이주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메콩개발 현장에 뒤늦게 한국이 뛰어 들었다. SK와 서부발전이 올 여름부터 라오스에 410MW규모의 세남노이 수력발전소 건설에 착수할 예정이다.

▲  메콩강 댐개발 현황
ⓒ International Ri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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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남노이 댐 건설, 과연 필요한가 

세남노이 댐 건설과정은 태국의 팍문댐이나 캄보디아의 3S강 댐 개발 과정과 같이, 충분한 환경영향평가나 정보 제공이 없었고, 이주대책이 부실하고, 댐건설을 통한 빈곤퇴치 명분이 약하다는 공통점을 띄고 있다. SK, 서부발전, 라오스정부, 태국전력회사가 전체 사업비의 30%에 해당하는 약 3억 달러의 지분을 투자하고, 생산된 전력의 86%를 태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정부(수출입은행)는 라오스정부의 출자분(24%)인 7240만 달러를 유상원조(EDCF)로 제공할 계획이다. 

둘째, 세남노이 댐은 당초 1990년대 후반 동아건설이 추진하다가, IMF 등으로 사업이 중단되었다가 이번에 다시 추진하는 사업이다. 당시 댐 건설예정 부지 인근 주민들은 반 남콩(Ban Nam Kong) 등 6개 마을로 이주했다. 인터네셔널 리버스의 조사에 따르면, 주민들은 아직도 댐이 건설되지 않은 것에 놀라고 있다고 한다. 어업에 의존해 전통적으로 살던 주민들은 이주지역에서 커피농장 노동자로 전락했는데, 그들의 삶은 이전보다 힘들어 졌고, 이주한 주민들의 90%가 원래 살던 강으로 돌아 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재이주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또한 2008년 현재 상업운전 중인 수력댐 중 가장 큰 150MW 규모인 호에이호 댐(Houay Ho)이 인근에 있는데, 이 댐은 대우가 건설했다고 한다. 이래저래 이 지역 주민들에게 먼 나라 한국은 자신들의 삶을 파괴한 장본인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셋째, 세남노이댐 인근 이주민들은 대부분 소수민족인 나헌족(Nya Heun)으로, 라오스 전체에 6000명 정도인데, 대부분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1999년 라오스정부의 민족지적 조사 결과에 따르면, 4개 언어그룹의 49개 민족이 보고되었다. 라오스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나,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불교를 우대하고 있다. 국가는 인구의 55%정도인 라오족 중심으로 움직이고, 대부분 정령신앙을 믿는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은 공공연하다. 결론적으로 세남노이 댐 인근 주민들은 불충분한 이주대책, 재이주의 고통, 인근댐 건설의 고통에다가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까지 겪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SK건설은 보도자료를 통해 "SK건설은 수력발전소 공사 수익, 서부발전은 운영·유지정비 수익 이외에도 연간 총 전력판매액 1300억원의 배당수익을 추가로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했다. 해외에 나가서 수천명의 주민을 사지로 내쫒고 돈을 벌게 되었다니. SK와 서부발전은 이주민 대책을 제대로 수립해야 한다. 더구나 이 사업에 자금을 대고 있는 기재부와 수출입은행은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을 자랑만할게 아니라, 이주대책을 포함한 세이프가드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 라오스를 포함한 메콩유역 국가들에는 지금 한류열풍이 한창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메콩에서 만난 순박한 주민들을 떠올리면서 유난히 돈벌이만 있고,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 보이는 한류가 불편하다.
'미안해요, 메콩!'

/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5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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