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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7-16 11:38
[언론기사] [프레시안] "MB, '녹색성장' 전에 '정의로운 전환' 고민해야"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9,661  
"녹색경제, 일자리 늘리기만 할까?"

[토론회] "MB, '녹색성장' 전에 '정의로운 전환' 고민해야"

기사입력 2009-07-15 오후 6:24:16

 
녹색성장을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녹색성장, 녹색경제는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듯 희망만 가득찬 '청사진'이 아니다. 새로운 경제체제로의 전환은 고통이 뒤따르는 과정이다. 새 경제질서로 건너오는 과정에서 어떤 이들은 이득을 얻지만, 어떤 이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익과 손해를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가 역시 쉽지 않은 문제다. 정부의 수십조 원 예산 지원 약속 등 최근 떠들썩한 녹색담론에서 이런 문제는 사실 빠져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돼야할 논의 중 하나다.

녹색경제로 전환 과정서 발생하는 '실업', 어찌할 건가

1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녹색성장과 녹색일자리 전환 전략 모색' 토론회는 이런 문제의식에 기반한 자리였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추) 한재각 연구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문제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녹색일자리란?

한국에서는 녹색일자리라는 개념조차 아직은 생소하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녹색일자리(Green Job)에 대해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환경적 위협을 경감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농업, 제조업, 연구개발, 관리 그리고 서비스 분야에서 창출되는 인간다운 일자리"로 정의했다. 녹색일자리는 연구개발 분야의 지식집약적인 일자리도 있지만, 기존에 있던 폐기물을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단순기능 일자리도 포함된다.

한 연구원은 "녹색경제로의 전환 과정은 기술진보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 창출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일자리의 전환과 축소도 같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녹색경제가 되면 녹색일자리가 창출돼서 실업이 줄고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은 일견 타당하지만 직접적인 대체 없이 사라지거나 다른 산업으로 대체되는 일자리의 노동자들에게는 실업이라는 사회적 고통이 안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철강산업, 석유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 발전분야의 노동자들은 실업의 고통을 겪을 수 있다.

▲ 이날 토론회는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실, 함께일하는재단,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렸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 연구원은 "이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녹색경제와 녹색일자리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녹색경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정 직군의 '실업'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전반적인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강화 뿐 아니라 녹색경제로 전환 과정에서 희생을 감수해야할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한 연구원은 지적했다. 녹색경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취약한 노동자, 중소기업, 지역 공동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담은 말이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미국의 석유ㆍ화학ㆍ원자력노조의 부위원장인 토니 마조치가 80년대 후반 '노동자를 위한 슈퍼펀드'를 제안하면서 개념화됐다. 이는 석유, 화학, 원자력 등 '독성(toxic) 경제'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녹색경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하자는 제안이었다.

이후 캐나다 노총(Canadian Labour Congress : CLC)에서 99년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채택하면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CLC가 제시하고 있는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은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 지속가능한 경제로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비용과 고통 부담을 요구해서는 안되며, 그런 변화에 의해 고통받는 부분에 대해 적절하게 보상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의로운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한 연구원은 "화석연료 혹은 에너지에 대해 과세를 하거나 혹은 탄소시장을 창출해 얻어지는 수입의 일부로 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 석탄 등 각종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인 탄소세를 도입하거나 지속불가능한 산업에 대한 지원 등을 축소해 이 돈을 '정의로운 전환' 과정의 재원으로 삼자는 얘기다.

이런 방식은 호주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호주의 캐빈 러드 총리는 지난 2007년 집권하면서 기후변화부(the Depaprtment of Climate Change and Water)를 설치하고 '기후오염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서 기후변화행동기금(Climate Change Action Fund) 설치를 명시하고 있다. 러드 총리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고 배출권을 경매해 얻어진 수익의 일부로, 21억5000만 달러 규모의 기후변화행동기금을 설립해 5년 동안 기업, 노동자, 지역 및 공동체가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하는 계획을 밝혔다.

'성장' 욕심만 앞세운 MB식 '녹색경제'

'정의로운 전환'은 말처럼 간단하지는 않은 얘기다. 한 연구원은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은 일반적인 정치적 일정(4-5년)에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라 한 세대 이상의 기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과정에서 이익과 손해에 대한 적절한 재분배를 고민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질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손해는 대체로 노동자 등 약자들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에는 이런 고민들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 새 성장동력으로 '녹색경제'에만 관심이 있다. 자신의 임기인 2012년 까지 30조 원에 가까운 재정을 투입해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벌이는 '4대강 살리기'가 현 정부 녹색 정책의 핵심이다. 또 4년간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창출하겠다는 96만 개의 일자리의 97%가 건설분야의 단순노무직이며, 임금수준과 고용기간을 제시하고 있는 일자리는 24%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가 창출하겠다는 '녹색 일자리'의 대부분이 '저임의 일회용' 일자리라는 얘기다. 한 연구원은 핵심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은 온실가스 감축을 포함한 사회의 근본적인 생태적 전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전홍기혜 기자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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