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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6-18 14:21
[언론기사] [미디어스] 핵발전소 10기 없는 여름…전력 예비율 관전법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0,962  

핵발전소 10기 없는 여름…전력 예비율 관전법
관건은 에너지 다소비 대공장의 전기 소비


6월 들어 거의 매일같이 전력수급경보가 ‘준비’ 단계를 가리키며 여름철 전력대란에 대한 염려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전력수급경보는 대략 7,700만kW 정도의 총 전력공급력 중 전력예비력이 450만㎾ 미만일 때 ‘준비’, 400만㎾ 미만일 때 ‘관심’, 그리고 100만kW 단위로 ‘주의’, ‘경계’, ‘심각’의 단계로 올라간다. 민방위 훈련의 경계경보, 공습경보를 조금 세분화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최종단계를 넘어서면 전국적 또는 부분적 정전 사태인 공포의 ‘블랙 아웃’이 닥쳐올 것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한반도 기후변화로 이미 몇 년 전부터 초여름 불볕더위가 경험되면서 6월에 ‘준비’나 ‘관심’ 수준의 수급경보 발령은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 언론과 정부가 더 법석을 떠는 것은 핵발전소 시험성적서 위조 등의 이유로 지난 5월말부터 총 23기 중 계획보다 많은 10기의 핵발전소가 동시에 가동을 멈추면서 총 공급능력이 예년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여름을 맞게 된다는 것 때문이다.

전력대란은 찬핵발전 진영에게 좋은 구실이 되곤 했다. 이것 봐라, 한국 국민들이 이렇게 전기를 여름 겨울 가릴 것 없이 많이 쓰고 있으니 용량 빵빵한 핵발전소를 빨리 많이 건설해야 하지 않느냐는 선전이 호소력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집집마다 얼마나 전등 끄고 에어컨 끄고 멀티탭 차단한다고, 그리고 지붕마다 얼마나 태양광발전기를 올린다고 핵발전 용량을 대체하겠느냐는 흔히 듣는 얘기다. 그러나 핵발전소 절반 가까이가 쉬고 있는 이번 여름의 전력예비율 추이는 이러한 논리를 다시 뜯어보는 기회를 제공할 듯싶다.

전력예비율 실제로 살펴보니


▲ 6월 4일 전후 전력예비율 그래프

날이 더워진 지난 6월 4일의 전력예비율부터 들여다보자.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오전 11시와 오후 2-3시 피크 시간대 예비율은 6% 남짓, 전력예비력은 400만kW 정도였다. 가파르게 예비율이 떨어지는 듯했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는 않았다. 6월 한달 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 같다. 요즘 갑자기 더워지는 날은 뉴스의 일기예보에서 전력예비율 예보도 함께 하기 시작했다. 전력 관계 당국과 기관들은 일련의 프로그램에 따라 수급조절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고, 이미 국민들뿐 아니라 기업들, 정부, 언론도 그렇게 조절해 가는데 금장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켜보는 눈이 많고 조절할 수 있는 수단과 당사자가 많다면 전력상황이 위기까지 가기 어려움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전력예비율을 관전하는 한 가지 포인트는 하루 단위, 일주일 단위, 일년 단위로 그래프를 보는 것이다. 하루로 보면 사람들이 많이 출근하는 오전 10시부터 11시 사이에 전력 사용량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해서 점심시간에는 금방 줄어들었다가 2시-3시 사이에 다시 올라간다. 낮에 아무리 전력소비가 많은 열대야에도 새벽 시간 전력예비율은 30% 이상이 된다. 일주일 단위로 보면 월요일이 가장 전력소모량이 많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아무리 덥거나 추워도 전력예비율은 10%를 충분히 상회한다. 일년으로 보면 전력예비율이 5% 이하로 떨어지는 것은 한여름 1주일과 한겨울 1주일, 그것도 한낮의 몇 시간일 뿐이다.

6월 3일 월요일 오전 6시의 전력예비율을 보면 45% 정도나 되었다. 월요일 오후에 쓸 전력량을 대비해서 대용량 발전기를 풀가동시켜두는 것이다. 오전 6시와 피크타임인 오후 2시의 시차를 생각한다면 상당한 낭비와 비효율이 아닐 수 없다. 전력 수요의 시시각각 변화와 전력공급량 즉 발전량의 변화에 갭이 생기는 것은 이른바 기저발전원이 2/3 이상인 한국의 전력공급 구조 때문이다. 발전 출력을 빨리 조절할 수 없는 핵발전과 석탄화력을 위주로 하다보니 사용하지 않는 전력량만큼 미리 가동을 시켜두어야 하고, 그것도 원거리에서 고압으로 송전해와야 한다. 고압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저렴한 이유와 밀양 등의 송전탑 갈등이 빚어지는 이유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러한 구조를 좀 더 들여다보면 한국은 총 전력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피크 시간대의 기동적 수급이 문제라는 것, 그리고 역으로 말해서 피크 조절만 잘하면 핵발전을 증설하지 않아도 충분히 한여름과 한겨울을 넘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6월 6일 역시 무더웠지만 현충일로 휴무일이었던 탓에 오후 2시의 전력예비력은 617만kW를 기록했다. 6월 7일 역시 비슷하게 더웠는데, 같은 시각에 398만kW까지 내려갔다. 전력소모는 공장과 사무실이 가동되는 것과 정확히 함께 움직인다.

관건은 산업용 전기

작년 6월 21일 실시된 대규모 정전 대비 훈련을 떠올려보면, 피크 시간대의 겨우 20분 동안 관공서와 일부 기업이 참여한 정전 대비 훈련의 결과 전력 예비율은 평소의 두 배 수준인 960만kW, 예비율로는 15.2퍼센트를 확보하게 되었다. 부문별로는 피크 점유율의 54퍼센트를 차지하는 산업체가 387만 kW를 절감했다. 화력발전소로 따지면 10기, 핵발전소로는 5기 정도의 가동 분량이었다. 피크 시간대의 예비율 확보가 얼마나 쉬운지, 일반 주부들에게 전등 끄라고 스트레스 주는 것이 얼마나 잘못인지를 알 수 있다. 관건은 산업용 전기, 특히 에너지 다소비 대공장의 전기 소비다.


▲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인근 상가를 찾아 '소상공인 전기 10% 줄이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뉴스1)

철강업계의 전력대란 대응에서도 이를 읽을 수 있다. 철강협회는 공장 가동시간을 조절하여 올 여름동안 매일 핵발전소 1기 발전량에 해당하는 100만 kW 정도의 전력 소비를 줄이겠다고 스스로 결의했다. 실제로 가능한 일인데,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전기용광로를 이용하는 대형 철강업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철강업계가 절감하기로 전력량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력다소비 업체 절전규제 목표치인 1일 평균 250만kW의 42.4%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철강 공장들이 생산량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 전기로 사용 시간과 정비 시간을 조절하는 것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산업용 전기가 워낙 저렴하니까 전기로를 돌리는 게 편했던 것이다.

6월 10일의 전력예비율은 관전포인트가 많았다. 서울은 30도를 넘었고 게다가 월요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역시 오전 11시에 예비력이 420만kW까지 떨어졌다가 12시를 막 넘으니 731만kw, 11.7%로 올라갔다. 물론 점심시간이 되자 공장에서는 라인을 쉬고 사무실에서는 컴퓨터가 쉬었기 때문이다. 오후에도 전력예비율은 400만kW 이상을 유지했다. 이날 오후에 철강업체가 얼마나 가동 조절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각 기업들이 피크 시간대에 대비하는 노하우도 점점 발전할 수밖에 없다.

결론은 점심 먹고 쉬다가 느긋하게 사무실 들어가고, 넥타이 풀고 천천히 일하고, 한여름과 한겨울 휴가일수도 대폭 늘리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공장은 쉬엄쉬엄 조절하며 돌리고, 에너지다소비 공정과 설비 이용 점점 줄여나가면 된다는 것이다. 집안 형편을 살펴서 살림살이를 해가는 게 당연하듯, 이제 전력대란의 협박 대신 전력수급 조절이 살림살이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 기업들, 정부들은 민방위훈련만큼이나 전력조절 훈련에 슬슬 적응해가고 있다. 이 적응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핵발전소 10기 없이 올 여름을 넘기면, 이 정도면 한국도 탈핵해도 되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매일 간당간당한 전력예비율을 오히려 즐겁게 관전할 수 있는 이유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 이 기사는 미디어스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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