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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9-21 15:24
[언론기사] [경향신문]]“기후문제 고용·경제 바로 영향 … 노동자들 삶 파괴 불보듯”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9,107  
[기후변화 좌담회]“기후문제 고용·경제 바로 영향 … 노동자들 삶 파괴 불보듯”
 최희진기자 daisy@kyunghyang.com

ㆍ코펜하겐 회의 앞두고 대응과 과제 진단
ㆍ애너벨라 “사회 안전망 제공 동참하게노·사·정 사회적 대화 필요”
ㆍ니콜라 “강대국끼리 결의 의미 없다책임소재 주범 미국과 중국”
ㆍ조승수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 연 세계 7위…NGO가 정부변화 견인해내야”

오는 12월7일부터 덴마크 코펜하겐에선 2013년부터 적용될 나라별 온실가스 감축량을 정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린다.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규정한 교토의정서가 2012년 만료되는 데 따른 것이다. 코펜하겐 회의의 가장 뜨거운 쟁점은 온실가스를 ‘누가 더 많이’ 감축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이번 회의에선 한국도 의무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국내의 관심이 높다. 한국은 지난 100년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이 세계 22위였다. 한국은 기후 변화를 저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어떻게 동참해야 할까. 지난달 26일 국회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실에서 조 의원과 니콜라 불러드 ‘기후정의네트워크’ 활동가, 애너벨라 로젬버그 ‘국제노동조합총연맹’ 활동가가 만났다. 이들은 장영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의 사회로 코펜하겐 회의가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 전망하고 한국은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 것인지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지난달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펜하겐 회의 전망과 사회운동의 과제’ 좌담회. 왼쪽부터 니콜라 불러드 기후정의네트워크 활동가, 장영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 애너벨라 로젬버그 국제노총 활동가. 서성일기자


사회(장영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코펜하겐 회의는 교토 의정서 이후 새로운 국제협약을 결정하는 자리입니다. 코펜하겐 회의에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달성해야 합니까.

애너벨라(국제노동조합총연맹)=회의 당사국들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기후변화의 주된 책임은 선진국들에 있지만 피해를 가장 먼저 입는 것은 빈국들이기 때문이죠. 둘째 코펜하겐 회의가 일반 대중들한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회의는 또 노동·환경·사회 운동 등 사회 여러 분야가 한자리에 모여 진보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조직하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유엔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진보 세력들은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난화 요인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대안을 토론하고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니콜라(기후정의네트워크)=코펜하겐 회의는 대단히 규모가 큽니다. 성과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각국 정부들도 나름의 의제를 갖고 참여할 겁니다. 이 때문에 회의가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만 하는 정치적 서커스가 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회의는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기회가 될 겁니다. 그간 기후 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시민단체와 과학자 등 모든 단위가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유념할 점은 강대국들끼리 무언가를 결의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빈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대기권을 어떻게 나눠쓰고 어떻게 보호하느냐의 문제죠. 약소국도 누가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이냐 하는 논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앞서 두분이 언급하셨듯이 강대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기후 정의(climate justice)’의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기후 정의가 주요 논제로 부상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니콜라=소수의 부유한 국가와 기업이 기후변화에 주요 원인을 제공했지만 악영향은 빈곤한 다수의 민중들한테 먼저 미치고 있습니다. 이것이 기후 정의라는 개념이 시작된 토대입니다. 과거 시민단체에 기후 변화는 중요한 의제가 아니었습니다만 1999년 미국 시애틀의 반세계화 시위 이후부터 정의라는 개념이 부각되기 시작했죠. 기후 변화는 경제, 사회, 생태계 등 인간사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전 지구적으로 공정하게 풀어나가야 합니다.

사회=유엔 총회에서 다뤄질 논쟁적인 쟁점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니콜라=가장 큰 싸움은 누가 기후변화의 역사적 주범인지 책임 소재를 가리는 문제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의 해결책으로 여러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있어요. 이 제도가 있으니 당사국들은 탄소배출을 궁극적으로 줄이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율적이지 않은 제도인 겁니다.

사회=누가 온실가스의 역사적 주범이라고 보십니까.

니콜라=유엔 기후변화협약을 보면 선진국은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크게 보면 미국과 중국 간의 싸움이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으니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개도국들은 ‘자본과 기술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선진국이 앞장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애너벨라=선진국의 약속과 의지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교토의정서가 설정한 감축 목표도 낮은 수준이었지만 그것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선진국은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해 개도국에 신뢰를 심어줘야 하고 자본과 기술을 제공해야 합니다.

사회=기후 정책이 산업 구조의 재편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노동도 기후변화와 무관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국제노총을 비롯해 노동계는 기후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애너벨라=그동안 고용과 경제정책이 우선시됐지만 지금은 기후 문제가 고용과 경제에 바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유럽은 노조가 기후문제에 적극적인 곳이지만 유럽에서도 노조의 입장이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노조가 사회적 대화채널을 구성하려고 했지만 유럽상공회의소가 거부한 탓입니다. 노조가 기후 문제를 고민할 때 가장 유념해야 할 것은 어떻게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낼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 노동자들의 삶을 침해하거나 파괴해선 안 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 투자와 연구개발이 있어야 합니다. 우선 노동자들에게 재생에너지 기술 등 기후정책에 관한 교육을 제공해야 하고, 기후정책을 만들 때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합니다. 기후 정책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공적 연구도 활성화돼야 합니다.

조승수=독일의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환경 운동가들로부터 악마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했습니다. 화력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곳이지만 노동자에겐 일자리입니다. 이 경우 노동자는 기후 문제에 관해 방어적·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어요. 한국의 경우에도 에너지 분야의 공기업들은 기후변화 의제에 대해 소극적입니다. 앞으로 기후변화 정책에 따라 산업구조가 재편될 겁니다. 그러나 노조는 노동자를 위한 학습 프로그램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 있어요.

애너벨라=기후정책은 산업구조를 비롯해 많은 것을 바꿔놓을 겁니다. 미래가 두려운 노동자들이 기후정책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사회 안전망을 제공해 이들도 기후변화 저지에 동참하도록 해야 합니다. 좋은 본보기로 지난 6월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기후변화 법안을 보면 노동자의 재교육을 위한 기금 조항이 있습니다. 기후정책 운동을 할 때는 노동자들 개개인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온실가스는 소비보다 생산·제조 단계에서 더 많이 발생하지 않습니까. 노동자들이 온난화 저지에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같이 논의해야 합니다.

니콜라=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큰 전환을 겪을 겁니다. 새로운 농업 모델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도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사회=지난 8월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을 위해 세가지 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조승수=정부가 제시한 세가지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 감축, 동결, 8% 증가한다는 방안입니다. 온실가스 의무배출국에 포함되지 않은 한국이 목표를 설정하고 발표했다는 것은 칭찬할 만해요.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한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9위에서 최근 7위로 올라섰습니다. 배출 증가율도 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기후변화 문제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나라인데도 정부의 시나리오는 그 책임에 상응하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사회=한국도 코펜하겐 회의에 대표단을 파견하게 됩니다. 대표단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조승수=2007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시민사회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한 경험이 있습니다. 정부 대표단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굉장한 거리감을 느꼈습니다. 총회 자체가 기본적으로 정부간 회의를 중심으로 돌아가요. 비정부기구(NGO)를 위한 회의가 있긴 하지만 중요한 정보는 정부측 브리핑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요.

애너벨라=코펜하겐 회의는 끝이 아닌 시작이 돼야 합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역동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행태는 실망스러워요.

니콜라=그간 한국 시민사회가 보여준 운동의 저력은 가히 전설적인 것입니다(웃음). 1999년 미국 시애틀에서 벌어진 반 세계화 시위에서 그랬듯이 한국 시민사회는 남다른 전투력을 보여왔어요. 한국이 기후변화 문제에서도 세계에 영감과 원동력을 불어 넣어주기를 바랍니다.

조승수=이명박 정부 하에서 한국 시민사회는 민주주의, 서민경제, 환경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잘 성장하고 단련한다면 종국엔 새로운 대안 모델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습니다. 정부를 비판하기는 쉽습니다. 어떻게 정부를 변화시키고 견인해낼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환경단체, 노동조합 등 다양한 부분들이 자기 책임과 노력을 다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정부에 변화를 요구해야 합니다.

<최희진기자 daisy@kyunghyang.com>

* 원문 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9031748125&code=9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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